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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주 Sep 13. 2019

세상 사는 이야기

그녀와 나

사람은 누구나 힘들고 아프고 외롭지만
그것을 표현하지 않고 씩씩하게 사는 사람과
늘 힘든 것을 표현하면서 낑낑거리며
나를 좀 바라봐 줘~하는 눈빛으로 사는 사람이 있다.

그녀와 난
20여 년 전 온라인에서 엄마들 모임으로 처음 만났고
가끔 일 년에 한 번 정도 만날까 말까 한다.
알게 된지 몇 년 후 그녀는 화장품을 판매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남편은 강력계 형사였고, 박봉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아이가 셋이었다.
그녀를 응원하기 위해 난 그녀의 화장품을 조금 샀다.

그녀의 마음씨가 천사 같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직장 다니는 내가 힘들다고 언제 제대로 만들어 먹겠냐며,
밑반찬을 만들어 화장품과 함께 택배로 부쳐주면서부터이다.

반찬은 너무나 맛있었다,
그녀는 화장품을 계속 판매했으며
그 사이
화장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손님들과 마음까지 함께 하는 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점에서 1등을 하고
집을 마련하고
이제 자신의 대리점을 갖게 되었다.

이제 나에게 그녀는 반찬을 만들어 보내주진 않지만,
그녀는 자신의 마음과 몸을 나눌 일이 더 많아진 것 같다.
항상 씩씩하게 즐거운 듯이 보이는 그녀는
외롭고 힘들 때면
혼자 운동하고,
혼자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불렀다.
고 한다.....

오늘 그녀와 영화관에서 만나 조조 영화를 보았다.
영화가 끝난 후 이른 점심 겸 늦은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얼른 헤어졌다.

그녀는
개업하는 손님을 위해 개업 음식을 준비하고 도와주러 가야 했기에 얼른 가라고 등을 떠밀듯 보냈던 것이다.

조금 전 보니
그녀에게 카톡이 와 있었다.
"영화는 별로였지만 너와 함께 한 시간이어서 너무 좋았다"라고

나는
"그래도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해주니 고맙다. 게으른 자보다 부지런한 자가, 마음이 작은 자보다 큰 자가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고

답장을 보냈다.
많은 시간을 공유하지 않아도
그녀가 나를 가끔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도 그녀가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도
그녀와 나는 많은 시간을 공유하지 않아도.
늘 그렇게 서로를 조금씩은 생각하고 살 것이다.
나는 그녀의 씩씩함을 믿고 그녀가 행복해질 것을 믿고,
그녀는 내가 자신을 믿는다는 것을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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