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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주 Sep 12. 2019

세상 사는 이야기

배롱나무의 추억과 그녀

가끔 그녀와 꽃 사진을 공유했다.

내가 그녀에게 보내주기도 하고, 내 스마트폰 바탕화면으로 해놓은 꽃들을 그녀가 원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의 사진은 스마트폰의 바탕화면이 되기도 하고 컴퓨터의 바탕화면이 되기도 했다.

며칠 전 점심시간에 산책하며 사진을 찍었다고 하니
배롱나무 찍은 거 있냐고 묻는다.
마침 그날 이상하게도 배롱나무 사진을 찍었다.

그녀는 그럼 사진 한 장 보내주세요.라고 했다.
대답하고는 일하느라 몇 시간 동안 잊고 있다가 퇴근시간이 다 되어 기억이 나 사진 한 장을 보내주었다.

고맙다고 하면서 내부 메신저로 한참을 무엇인가 적는다.
난 퇴근해야 하는데 뭔 말을 이리 오래 적는가 했다.

뭔데 무슨 이야기인데 이리 오래 적어?라고 재촉할 뻔했다.
참았고.

조금 후에 장문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 내용은 이랬다.
...................
부모님이 모두 7월 8월에 돌아가셨어요.
배롱나무 꽃이 피는 이 계절에.
그 당시엔 너무 슬픈데 꽃은 너무 화려해서 싫었어요
.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꽃이 너무 좋아지더라고요.
그 꽃을 보면 부모님이 생각나요.

사진 너무 고마워요.
지금 컴퓨터의 바탕화면에 깔았어요.
....................

그랬구나.
그녀는 그랬구나.
그녀의 마음을 위로해줄 배롱나무 사진.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그런가 보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될 수도 위로가 될 수도 있고나.

#그대에게_하는_말 #배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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