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심리칼럼

생산성의 심리학: 왜 기분이 좋아야 일을 잘할까

노력보다 먼저 점검해야 할 생산성의 조건

by 심리한스푼

1. 너무 오래 ‘참는 법’을 배우며 살아왔다

피곤한데도 공부하는 학생,

컨디션이 엉망인데도 야근하는 직장인,
하기 싫은 표정을 애써 숨기고 “괜찮습니다”를 말하는 사람.


이상하게도 그런 모습에는 늘 점수가 붙었다.
성실하다, 책임감 있다, 어른스럽다.


반대로 기분을 이야기하는 순간,
사람은 순식간에 나약해진다.
“기분이 안 좋아서 집중이 안 됐어요.”
이 말은 학창시절에도, 회사에서도
대체로 핑계 취급을 받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른 나이부터,

하나의 명제를 내면화한다.

"기분은 참고, 성과로 증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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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린 눈으로 문제집을 붙잡던 밤에도,
컨디션이 바닥인데 출근하던 아침에도
우리는 같은 공식을 반복했다.

얼마나 오래 앉아 있었는가.
얼마나 힘든 상태에서도 버텼는가.


나 역시 그 공식을 의심하지 않았다.
기분이 나쁠수록 더 악물어야 한다고,
그래야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10e46d7cbd391e6924cbbc08b0e63ced.png 생각만 하고, 실천 안한건 비밀이다.


그러다 최근『기분리셋』이라는 책을 읽고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되었다.

해당 책은 생산성에 관한 책이며,

저자 '알리압달'은 생산성의 핵심을 좋은 기분에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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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솔직히 조금 의심했다.

"기분 좋자고 일하나?"

이런 생각들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런데 읽을수록,

이상하게 자꾸 고개가 끄덕여졌다.
왜냐하면 이미 내 몸은,

오래전부터 그 말의 의미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 노력은 중요하지만, 항상 효율적인 건 아니다

이 글은 노력을 부정하려는 글이 아니다.
나 역시 노력과 인내가 삶을 바꿔온 순간들을 알고 있다.
다만, 이 질문은 던지고 싶다.


모든 노력은 정말 같은 성과를 낳을까?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같은 일을 해도,
어떤 날은 일이 술술 풀리고
어떤 날은 한 문장 쓰는 데 한 시간이 걸린다.


이 차이를 우리는 대개 이렇게 해석한다.
“오늘 내가 좀 게으르네.”
“의지가 약해졌나 봐.”


하지만 정말 그럴까?

『기분리셋』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이 질문을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던지기 때문이다.


책은 말한다.

생산성의 차이는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 상태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기분이 괜찮은 날에는
집중이 ‘의지’가 아니라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반대로 기분이 엉망인 날에는
아무리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몸은 여기 있지만, 마음은 이미 퇴근해 있다.


문제는 우리가 이 차이
너무 오랫동안 개인의 태도나

성실성 문제로만 해석해왔다는 점이다.



3. 좋은 기분은 생산성의 연료다

개인적인 경험을 하나 떠올려본다.
예전에는 공부든 일이든
무조건 ‘자리부터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생각만 한 것이 문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걸 느꼈다.
같은 일을 하는데도,
쾌적한 카페에서 기분이 비교적 안정된 상태에서 할 때,
몰입의 깊이가 전혀 달랐다.


시간이 빨리 갔고,
집중을 유지하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었다.


반대로, 컨디션이 엉망일 때는
책상 앞에 세 시간을 앉아 있어도
실질적인 진도는 고작 몇 줄이었다.


혹시 문제는 내가 아니라,
내 상태였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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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리셋』이 말하는 생산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좋은 기분은 나태함의 신호가 아니라,
뇌가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


기분이 좋을 때 우리는

주의 집중이 쉬워지고,
사고의 유연성이 높아지며,
실수에 덜 집착하고,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는 에너지가 생긴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와 감정의 작동 방식에 가깝다.



4. 감정을 관리한다는 건, 나를 아는 일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이것이다.
기분을 좋게 유지하자는 말은
항상 즐겁게 살자는 말과 다르다.


모든 날을 상쾌하게 살 수는 없다.
문제는 그게 아니라,
내가 언제, 어떤 조건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상태가 되는지를
알고 있느냐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조용한 공간에서 집중이 잘 되고

어떤 사람은 약간의 소음이 있어야 머리가 깨어난다.

어떤 사람은 아침이 황금 시간이고

어떤 사람은 해가 지고 나서야 비로소 몰입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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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이를 무시한 채
“다들 이렇게 하니까 나도 버텨야지”라고 말하는 건
사실 꽤 비효율적인 전략이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은
연약해지는 일이 아니라,
자원을 정확히 배치하는 일에 가깝다.


내가 언제 가장 괜찮은 상태인지,
무엇이 나를 빠르게 지치게 만드는지,
어떤 환경에서 에너지가 회복되는지...

이걸 아는 사람은
같은 노력으로도 훨씬 멀리 간다.



5. 생산성을 다시 정의해본다면

그래서 나는 요즘 생산성을 이렇게 정의해본다.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 상태로 몰입하느냐.


노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노력의 방향과 타이밍을 정하는 기준은
의지가 아니라 감정이어야 할지도 모른다.


'자기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내가 어떤 조건에서 잘 작동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이해'.

이 두 가지가 갖춰질 때,
생산성은 억지로 끌어올리는 숫자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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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건 능률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렇게 일하는 삶은
확실히 덜 지치고, 덜 자신을 미워하게 만든다.


어쩌면 우리는
더 열심히가 아니라,
조금 더 괜찮은 기분으로 일하는 법을
이제야 배워야 하는 세대인지도 모른다.


나아가 어쩌면 우리는 더 열심히가 아니라,

조금 더 괜찮은 기분으로 살아야 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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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요약

생산성은 참아내는 힘이 아니라,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상태를 알아보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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