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와 평가의 시대가 만든 단 하나의 기준
행복해 보이는 삶의 이미지가 유독 닮아 보이는 사회가 있다.
안정적인 직업,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
여유로운 소비와 여행.
이러한 요소들은 더 이상 특정 집단의 서사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서 반복 재생되는 행복의 전형처럼 기능한다.
문제는 이 이미지가 단지 하나의 선택지로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종종 행복의 표준처럼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사회학적으로 보았을 때,
한국 사회는 오랜 시간 동안 성장과 성취를 중심으로 서사를 구축해왔다.
빠른 산업화와 경쟁 중심의 교육 시스템 속에서
‘잘 사는 삶’은 비교적 명확한 형태를 띠었다.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인정은 생존을 넘어 삶의 의미를 증명하는 지표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행복은 점차 다원적인 개념이라기보다 측정 가능한 성과에 가까워졌다.
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단일화는 개인의 내적 기준 형성을 어렵게 만든다.
인간은 본래 서로 다른 기질과 욕구, 가치 체계를 지닌 존재다.
어떤 이에게는 관계의 밀도가,
어떤 이에게는 몰입의 경험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유로운 시간의 리듬이 삶의 만족을 결정한다
.
다시 말해, 각 개인은 저마다 다른 세계관을 가진 하나의 ‘우주’에 가깝다.
그렇다면 그 우주에서 행복의 좌표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충분히 가시화되지 않는다.
그 배경에는 비교를 일상화하는 환경이 있다.
특히 SNS는 타인의 삶을 압축된 이미지와 성과 중심의 이야기로 제시한다.
맥락은 제거되고 결과만 남는다.
그 결과, 타인의 선택이 하나의 기준으로 오인되기 쉽고,
개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끊임없는 상대 평가의 장에 놓인다.
이는 ‘뒤처진다’는 감각을 상시적으로 자극하며,
행복을 주관적인 감정이 아니라 경쟁의 결과처럼 인식하게 만든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개인이 자신의 중심을 유지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비교는 인간의 본능적인 사회적 기능이지만,
그것이 과잉될 때 자기 인식은 쉽게 흔들린다.
무엇을 원하는지 묻기 전에,
무엇을 가져야 하는지가 먼저 주어지는 사회에서는
스스로의 기준을 성찰할 여유 자체가 사라지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전적으로 사회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태도 역시
또 다른 함정이 될 수 있다.
구조적 조건이 개인의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과,
그 안에서 어떤 관점을 취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적으로 성숙한 태도란, 환경의 제약을 인식하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의 해석과 선택의 여지를 탐색하는 데서 출발한다.
행복의 기준을 갖는다는 것은 하나의 답을 소유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끊임없이 질문하는 능력에 가깝다.
지금 이 비교는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 목표는 정말 나의 욕구에서 비롯된 것인가,
혹은 단지 반복 노출된 이미지의 잔상은 아닌가.
이러한 질문들은 즉각적인 안정을 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삶의 방향을 타인의 속도에 맡기지 않게 해준다.
한국 사회에서 행복의 다양성이 부족해 보인다는 인식은,
어쩌면 개인들이 각자의 언어로 행복을 말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비슷한 방식으로 성공을 설명할 때,
다른 형태의 만족은 쉽게 주변부로 밀려난다.
그러나 주변부에 머문 가치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다만 아직 충분히 말해지지 않았을 뿐이다.
결국 이 사회에서 나만의 기준을 찾는 일은,
거대한 비교의 흐름을 멈추는 시도가 아니라
그 흐름 속에서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되돌리는 연습에 가깝다.
행복을 하나의 완성된 상태로 상정하기보다,
삶의 방향을 점검하는 감각으로 이해할 때,
비로소 행복은 획일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개인의 삶 속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질문이 계속되는 한,
다음에 마주할 사유의 지점은 이미 조용히 준비되고 있을 것이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릴 때,
행복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다시 묻는 일인지도 모른다."
"최근 글쓰기에 좀 소홀해졌던 것 같습니다.
현생이 좀 치이네요.. ㅎㅎ
예전처럼 다작을 하기는 힘들겠지만,
주마다 한번은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가님들의 글쓰기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