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으로 풀어보는 정서의 복잡성
얼마 전, 『심리학, 뒤집어 읽기』라는 책을 쓰면서,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깊이 고민해봤다.
글을 쓰기 전, 불안과 우울감을 종종 비슷한 감정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글을 투고할 때 쯔음,
두 감정은 뇌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불안은 주로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고,
우울감은 "힘이 빠지게" 만든다.
두 감정이 뇌에서 어떤 식으로 다르게 작용하는지,
그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면,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조금 더 잘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불안과 우울감이 어떻게 다르게 작용하는지,
그 차이를 뇌과학적으로 풀어볼까 한다.
우울증이 아니라 우울감에 집중하려는 이유는,
우울증은 치료를 필요로 하는 병리적인 상태여서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러워서다.
하지만 우울감은 우리가 누구나 한번쯤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이라,
그 차이를 아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우울감이 길어지면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그 점은 꼭 기억하자.
불안을 느낄 때,
우리는 대개 "무언가 잘못될 거야"라는 생각을 떠올린다.
왜 그런 걸까?
불안은 사실 뇌의 편도체라는 부분이 과하게 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
편도체는 위험을 감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불안이 오면 이 편도체가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위험이 있다!"는 경고를 과하게 보내는 것이다.
그럼 우리 뇌는 그런 경고에 끊임없이 반응하게 되어,
마치 계속해서 긴장 상태에 빠지는 셈이다.
반면, 우울감이 들 때는 뇌의 일부가 "쉬어가는" 느낌을 준다.
우울감은 우리가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모든 것이 무의미해 보이게 만든다.
뇌의 보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우리가 행복감을 느끼거나,
의욕적으로 뭔가를 하려는 뇌의 부분들이 쉬고 있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우울감은 점점 더 무기력하고 피로한 느낌을 주게 된다.
불안은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글루타메이트와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과잉으로 분비될 때 나타난다.
이 물질들은 뇌의 자극을 담당하는 화학 물질들인데,
불안이 오면 그 반응이 지나치게 강해져서
뇌가 마치 과열 상태에 빠지는 느낌을 준다.
우울감은 그 반대다.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지면서,
뇌가 "기쁨"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세로토닌은 행복감을 주는 물질인데,
이것이 부족하면 의욕이 사라지고,
기분이 처지며,
뇌는 계속해서 낮은 활력을 유지하게 된다.
불안과 우울감,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다.
불안은 대부분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시작된다.
"내일 큰 일이 생길 것 같아",
"무언가 잘못될 거야"라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때 뇌는 그 걱정에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불안을 키운다.
반면 우울감은 과거나 현재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서 비롯된다.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
"내 삶은 아무 의미가 없어"라는 생각들이
마음속에 끊임없이 떠오른다.
이때 뇌는 부정적인 사고로 가득 차고,
그런 생각들이 다시 더 많은 부정적인 감정을 끌어들이게 된다.
불안을 느끼면 몸은 즉각적으로 반응을 시작한다.
심박수는 빨라지고, 근육은 긴장되며, 손에 땀이 나는 등
다양한 생리적 변화가 일어난다.
이는 뇌가 "위험"을 감지하고
신체에 즉각적인 준비를 시키기 때문이다.
불안이 심할 때는,
몸이 마치 위협적인 상황에 대비해 달리기를 준비하는 것처럼,
긴장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 생리적 반응은
우리가 위기에 빠졌을 때 생존 본능에 따라 작동하는
신체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반면, 우울감에 빠지면 신체는 에너지를 소모하고 피로감을 느낀다.
우울감은 우리의 활동 의욕을 저하시켜
몸이 점점 더 느려지게 만든다.
이때는 더 이상 일상적인 활동을 하는 것조차 어려워지고,
무기력함에 빠지게 된다.
신체는 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지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느낌이 든다.
우울감은 단순한 기분 저하를 넘어,
실제로 몸의 기능이 저하되고 에너지가 소모되는 상태로,
종종 사람들은 이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된다.
불안과 우울감이 동시에 찾아오면,
우리의 뇌는 마치 두 개의 상반된 신호에 휘둘리듯 혼란스러워진다.
불안은 끝없이 자극을 주고,
우울감은 그 모든 감정에 깊은 무게를 실어버린다.
이 두 감정이 겹쳐지면,
몸과 마음은 한없이 무겁고,
마치 과열된 상태에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느낌에 갇히게 된다.
그럴 때 우리는 쉽게 절망할 수 있지만,
그 고통 속에서도 피할 수 없는 진리가 있다.
모든 감정은 결국 지나간다는 사실이다.
필자도 이 두 정서를 동시에 겪으며,
망망대해에 떠 있는 작은 배처럼 혼자서 싸워본 적이 있다.
그 순간들 속에서 그저 버티는 것만이 전부인 듯 느껴졌지만,
그 어둠 속에서도 하나의 진실은 확실했다.
고통이 끝날 것이라는 믿음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작은 빛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불안과 우울감은 우리를 불안정하게 만들지만,
그 두 감정이 어떻게 나를 형성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속에서 나를 더 잘 지킬 수 있다.
불안이 밀려올 때, 그 원인을 알고,
우울감이 침투할 때, 내가 왜 그런지 알 수 있다면,
그 감정의 파도에 휘말리기보다는
차분히 바라볼 수 있다.
감정은 우리가 지배하고 통제하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일부로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다.
그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더 나은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감정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시련 속에서 평화를 찾는 첫 걸음이 된다.
감정은 우리의 삶을 흔들고,
때로는 불안과 우울 속에서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 감정이 무엇인지,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있다면,
그 흐름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이 글을 통해 격동의 감정 속에서도
한 걸음씩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 깊은 곳에서 평화를 찾는 여정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불안과 우울감 속에서도 그 본질을 이해하며,
결국 우리는 그 흐름을 넘어서
더 깊은 평화와 자신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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