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마음을 알면 비로소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마음을 안다는 것.
어쩌면 쉬워 보이지만, 때론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마음'이라는 단어에 대한 어학적 정의는 이렇다.
1.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
2.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감정이나 의지, 생각 따위를 느끼거나 일으키는 작용이나 태도.
3. 사람의 생각, 감정, 기억 따위가 생기거나 자리 잡는 공간이나 위치
이렇게 정의하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장애(다운증후군)를 가진 큰 딸이 있다. 어느새 훌쩍 커서 아가씨가 되었다.
그 딸이 다운합창단의 단원으로 송년음악회 무대에 섰다. 친구들, 언니, 오빠, 동생들과 함께...
큰딸을 보면 그 녀석의 마음이 어떤 마음으로 가족을 대하고 상대를 대하는지 그 마음의 세계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딸은 감추는 법이 없다.
자기 생각과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다. 그리고 딸의 친구들도 그렇다.
어제 있었던 다운합창단 송년음악회에서 무대에 올랐던 친구들이 무대에서 행동하는 것을 보면 그 아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정상인의 눈으로 보면 그들은 부족하다. 모자라고, 어려워하며, 힘들어하고 때로 아파한다.
무대에 올라갈 때 낯설어하기도 하고 돌출행동을 하기도 하고 집중하지 못하며, 합창을 하면서도 지휘선생님과 눈을 마주치는 것에 소홀하기도 한다. 무대를 마치고 내려갈 때도 많이 산만해보이기도 하고 힘들어 보인다.
그런데 그건 우리가 그들을 내 눈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내 마음으로 그들의 마음을 본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들은 어떤 무대에서도 그 어떤 자리에서도 자기의 감정과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에 그런 행동들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 큰딸에게는 두려움이 없다. 그래서 마음의 소리를 감추지 않고 내뱉는다.
누가 싫은지, 무엇이 좋은지, 어떤 것이 올바른 것인지...자기 마음의 소리를 한다.
왜?....자기 마음의 소리를 할 뿐 다른 사람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그들의 마음에서 자기를 특별한 존재로 여겨달라고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우리들은 그들을 특별하게 보려 한다.
왜?....나보다 못한 사람처럼 보이니까....그건 내눈에 보이는 것이다.
조금 부족하고 힘들어 하는 것이 있어서 약간의 도움을 필요로 할 뿐 그들은 우리에게 특별한 대접을 받으려 한 적이 없다.
정상인처럼 보이는 우리들에게도 그들 보다는 적을지 몰라도 부족한 것이 반드시 있다.
그런데 우리들은 그들 앞에서는 마치 완전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려 한다.
그저 그들과 함께 옆에서 걸어가 주면 될텐대 그들보다 나은 사람이라는 착각을 하고 그들을 대한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마음의 문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오히려 정상처럼 보이는 나보다 더욱 더 그 마음에 충실하며 정상처럼 보이는 우리들보다 더욱 더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것에 충실한다.
내가 상대에게 어떤 모습으로 어떤 사람으로 보일지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두려움없는 마음을 가진다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을 상대에게 그대로 보여주는 것.
그러면 상대도 그 마음에 반응하여 자기의 마음을 보여줄 것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두려움으로 인해서 내 마음을 보여주고 상대의 마음을 알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상대의 마음을 아는 것은 내 마음을 진심으로 보여주는 것에서 출발한다.
내 마음을 보여줘서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나? 아니다.
내 마음을 보여준다고 손해를 본 적이 있나? 아니다. 있다면 그건 서로의 마음이 진심을 담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