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때 고향 가는 것보다 더 편안한 이 설렘은 나는 인도 좀 안다 정도로 해 두자 (인도는 이번이 3번째 여행이며 30대 초반에 #인도6개월살기 를 처음했던 내 마음의 왕국).
방황의 출구로 만난 인도는 오래 살면 살수록 해탈이라도 할 거처럼 오랫동안 인도매니아를 외치고 다닌 적도 있었다. 그런 나의 왕성했던 열혈 청춘시대는 소리 없이 삶이라는 번복하고 싶지 않은 험난한(?) 여정 속에 마감되고 인도는 이제 나랑 상관없는 딴 세상처럼 멀리 있었다. 아니다 거의 잊고 지낸 게 맞는 거 같다.
나랑 인도랑 안 맞을거야
이제 인도는 여행 못할 거 같아
그래도 허니문은 인도로 가고 싶네
캐런의 파란만장한 20년남짓 여행시간 동안 허니문의 꿈도 이루지 못하고 트래블메이트도 못 챙긴 2019년. 청명한 가을 하늘만이 나를 환송해주는 월요일 아침. 다시 인도행 티켓을 들고 공항 라운지를 찾았다.
집밥보다 잘 챙겨 먹게 되는 공항 라운지에 들어서면 마음이 벌써 입구에서부터 풍성해진다. 연회비가 비싸도 이런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대한민국 공항서비스에 그저 감사함이 올라온다.
전 세계 어느 공항을 가도 이렇게 내입에 맞는 라운지는 없었다. 건너편 항공사 비즈니스 라운지보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유료 라운지 메뉴 중에서 장터 국밥을 골라 흰밥을 넣고 일단 말아 드시기로 한다.
마음은 저 외국인처럼 노트북 꺼내서 일 좀 하고 가고 싶지만 와인 두 잔에 이미 풀린 동공은 세상의 모든 근심이 사라진 자의 여유와 당당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