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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캐런 Nov 18. 2019

신만이 아는 은총의 땅 인도 라닥에서 웃다

다시 찾은 인도 여행 히말라야 편 (2)

여행시기 : 아름다운 초가을 그러나 라닥은 비수기가 시작되는 시점

여행목적 : 인도의 설산이 그리운 어느 가을날에 떠나다.





GOD KNOWS…


승려생활을 7년이나 하고 사원을 떠나 지금은 불어 전문 트레킹 가이드를 하고 있다는 라닥 청년이 가이드를 하는 동안에 자주 하던 말이다. 사람들이 몰라도 신은 수행자인 그가 한 행동에 대해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떤 죄를 스스로 짓고 사는지 모두 알기 때문에 양심상 스스로 승려생활을 떠났다고 말했다.


 No achol... no sex...


술과 섹스는 절대 안 된다는 승려생활이지만 욕망에 이끌려했을 경우 (아무리 스스로 속죄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한 번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면 그때는 사원을 떠나 세속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고 한다. 달라이 라마 역시 수행자로서의 룰을 지킬 수 없는 사람은 승려생활 그 자체로 죄를 쌓게 되는 일이므로 차라리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본인도 (자신과 신만이 아는 일이지만) 단 한 번의 실수에도, 아니 그런 실수 단 한 번을 했다는 이유로 7년간의 승려생활을 떠나 지금은 라닥에서 가이드를 하며 지내고 있다고 한다.


라닥 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위치에 들어선 웅장하고 흰색으로 빛나는 산티스투파


라닥에 도착해서 시내투어의 대부분이 티벳탄 불교 유적지를 중심으로 사원들을 보러 다니기 때문에 승려 출신인 그의 멘트는 묘하게 반복적으로 머리에 새겨지는 문장들이 있었다. 속죄하며 안 살고 싶어도 이곳에 오면 참회하며 착하게 살아야 할 거 같은, 석가모니가 말했듯이 모든 사람에게 불성이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좋다 나쁘다 (good or bad)라고 말해도 안되고 맞다 틀리다고 말해서도 안된다며 자신이 스스로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라닥의 여행은 그렇게 속죄 아닌 속죄의 시간과 참회 아닌 참회의 시간을 반복하면서 5천년을 굽이쳐 흐르는 인더스강을 따라 오아시스를 찾아 탐험을 한 느낌이다. 힌두교에서 강가(Ganga) 강을 신성하게 여기는 것처럼 티벳탄 불교에서는 인더스(Indus) 강을 신성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티벳 카일라쉬산에서 발원하는 인더스강은 파키스탄의 수카라치까지 흘러가는데 이곳 라닥에 불교사원들이 많은 것도 지형적으로 마르지 않는 인더스강을 따라 사원이 생겼고 마을이 생기면서 시작된 역사를 가지고 있어 달라이 라마가 찾아오는 주요한 지역이었다.



한 달 전에 라닥이 인도의 분리된 한 주 (state)로 인정됨에 따라 앞으로 라닥은 큰 변화가 예상되지만 인도에 6개월 살아서 조금 안다는 나도 이런 분위기는 어색하다. 깨끗한 도로 페인트칠이 잘된 큰집들은 정말 여기가 내가 아는 인도가 맞나 싶을 정도다.


-       개인 집들이 왜 이렇게 크죠? 라닥이 이렇게 집이 크고 잘 사는 곳이었나요?

-       30년 전에는 지금과 많이 달랐죠. 관광산업으로 도시가 이렇게 좋게 발전한 겁니다


가이드는 지금 보이는 모습은 정말 자기가 어렸을 때와는 다르다면서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관광객 덕분에 이런 엄청난 발전을 한 거라면서 도로도 잘 되어 있 모든 것이 관광업으로 크게 바뀌었다고 한다. 갑자기 로밍까지 해온 와이파이가 안돼서 물어보니 지금 레(Leh) 시내 전체에 인터넷이 차단되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런 문제는 옆에 있는 카시미르 지역과의 내부 분쟁으로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웃는다.

(옆동네에서 한 도시의 통신을 수시로 차단해 버리는 이 현실이 말이 되는 건가)




1999년 파키스탄 전쟁을 마지막으로 라닥 지역에서 전쟁은 없었다. 그러나 남아있는 지역 간의 갈등으로 이웃이지만 인터넷을 차단하고 상호 소식통을 끊어놓는 사태를 일부러 발생시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왠지 도로를 달릴 때마다 자주 보이는 많은 군인들과 공항 활주로에 보이던 전투비행기 그리고 동네마다 보이는 철조망 울타리들이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라닥은 인도가 아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생김새로 봐도 몽골과 우리나라와 비슷하고 사원의 벽화를 보아도 우리나라 사찰에서 자주 보던 것들이다. 그러나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고향인 티베트로 가고 싶어도 중국으로부터 입국비자를 받는 게 너무 어려워서 거의 포기하고 살고 있다고 한다. 달라이 라마가 여기까지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살고 있단다. 그렇게 어찌할 수 없는 현재와 미래의 중간지점에서 그저 현재에 충실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의 삶은 종교적으로는 고난이지만 그들은 인도의 공식어인 힌디어와 자국 언어인 티베트어를 모두 구사하며 라닥에서 잘 견뎌내고 있었다.



인생은 여행이다 여행은 수행이다.
나는 왜 이곳 라닥까지 날아왔을까?



힐링 세션이 포함된 이번 투어에서 티벳탄 승려는 여기까지 이렇게 여행 온 나의 과거도 윤회적으로 해석해보면 불교적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고 여기를 다녀감으로써 또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이번 여행 역시 복잡한 머리를 조금은 비우겠다는 마음이 있었으나 인더스강에 발을 담근 그 순간의 차가움처럼 내 마음은 시원하게 뚫리지 않는 부분은 있다. 마르지 않고 유유히 흐르는 인더스강처럼 내 마음도 매사에 유유하고 조화롭게 흘러가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여행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라닥은 말해주고 있다. 라닥이여 평화를!





<라닥 지역 공항 안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 일정은 호텔 조식을 먹고 바로 공항으로 가는 것이었다.


-       어머나 저기 산에 구름 좀 봐요, 어제는 없던데 오늘은 구름이 끼기 시작하네요

-       네 운이 좋은 거예요, 여기는 산에 구름이 끼면 공항이 모두 폐쇄됩니다.


비행기에서 산 정상이 보일 정도의 시야가 있어야 이착륙이 가능하므로 이곳의 비행시간이 모두 이른 새벽이나 나 아침에만 출발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파일로트가 높은 산을 보면서 부딪치지 않게 착륙을 해야 하는데 산이 구름에 가려져 있으면 기본 활주로가 3500미터 높이에 있으므로 산과 부딪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산 정상이 구름에 가려져 있으면 비행기 이착륙이 모두 stop 된다고 한다. 활주로에 불어닥치는 풍랑도 폭우도 폭설도 아닌 오직 산의 구름만이 공항 폐쇄의 변수라고 하니 도착할 때 경비행기 투어 하듯 설산을 보면서 멋지게 비행하던 생각이 나서 아무 자리라도 좋으니 창가 자리만 배정 달라고 강력하게 부탁했다. 그래서일까, 제일 뒷자리 창가 A에 앉은 덕분에 히말라야의 설산을 가까이에서 카메라, 휴대폰 그리고 나의 마음에 모두 담았다. 히말라야 여행의 아름다운 추억을 맑은 하늘과 흰 구름 속에 모두 남기고 다시 날아오르며 나의 인도 여행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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