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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캐런 May 27. 2016

캐나다 럭셔리 열차여행
로키 마운티니어 관광열차 (1)

캐나다 서부 Rocky Mountaineer 편

여행 제목 : BBC가 추천하는 캐나다 럭셔리 열차로 로키를 만나러 달리다

                   Running Railway thru Canadian Rockies

이동구간 : 밴쿠버~캠룹스(1박)~재스퍼





- 택시 좀 불러주세요. 어디로 가시나요? 

- 00 호텔요. 오~ 업그레이드된 숙소로 가시네요


밴쿠버에 도착한 며칠은 마음 편하게 개스타운 호스텔에 머무르며 시차 적응 차 푹 쉬었다. 그러나 오늘부터는 이곳에서의 꾀죄죄한 모습을 갈아입고 예약된 5성급 호텔로 들어가야 한다. 로키 마운티니어 예약자입니다 했더니 전용 체크 인코너가 있을 정도로 완벽한 서비스. 역시나 23층 호텔 건물의 23층에 있는 오션뷰 룸 키를 받는 순간 마음은 더 흥분된다. 이번 열차여행은 죽기 전에 해야 할 BBC 방송국의 50개 리스트 안에도 앞순위에 들어있다는 북미 최고의 럭셔리 열차 ‘로키 마운티니어’ 여행이다



며칠 시끄러운 2층 호스텔 도미토리에서도 잘 잤는데 왜 23층 조용한 싱글룸에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이렇게 뒤척이는 걸까? 결국 새벽부터 잠이 깨서는 여명이 올라오는 태평양을 바라보며 날이 새기만을 기다린다. 체크아웃을 하자 직원이 알아서 기차역으로 가는 전용버스에 짐을 실어준다. 기차역으로 들어서는 순간 멋지게 생긴 열차가 햇살에 빛나는 유리돔에 후광을 비추며 플랫폼에 혼자 길게 서 있다.



ROCKY MOUNTAINEER


짙은 감색으로 칠해진 열차는 아침햇살에 빛을 받아 더욱 화려해 보인다. 약간의 수속 절차와 함께 손님들이 탑승하자 정말 뿡뿡하는 식의 옛날 기관차 소리를 내며 도심 속으로 밀려들어간다. 출발하자마자 차량마다 탑승한 승무원이 오렌지주스를 갖다 주며 열차 출발을 축하하는 건배를 외친다. 이른 아침 출발인 만큼 조식 안 내이 금방 나오고 도심 속 철로를 따라 달리며 뜨거운 아침을 차 한잔과 함께 즐긴다.



 시내 시티 열차처럼 지나치는 건물과 주요 관광명소에 대한 짧은 설명도 같이 해준다. 왼쪽으로 유유히 흐르고 있는 프레이저 강(Fraser River)은 앞으로 세 시간 이상 더 보게 될 거라는데 역시 캐나다가 크긴 크다. 순간 어제 못 잔 잠을 좀 자둘까생각하는데 지난주까지 비바람 불고 엄청 추웠다는데 이런 완벽한 햇살을 보며 열차에 올랐으니 난 참으로 여행 날씨가 좋은 편이다.



 중간중간 멀리 보이는 산 이름과 마을 이름 안내방송을 들으며 오늘은 아무리 피곤해도 참자는 생각이 든다. 앞쪽 인도에서 온 두 여인은 이른 조식에 뜨거운 커피 한잔으로 배를 채우고 나니 몸도 마음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벌써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고 있다. 기차의 속도는 생각보다 느리다. 구간에 따라 30~50마일 속도로 달린다고 하는데 여행자의 시선으로는 옆 도로를 따라 달리는 자전거가 더 빠를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건 더 빨리 로키를 보고 싶은 여행자의 욕심 때문이리라. 



-    여긴 와인 한잔요


이 즐겁고 상쾌한 마음을 한잔의 술로 더 업 시기 키위 해 주문을 했더니 아직 주류는 서비스를 할 수가 없단다. 아니 왜요? 너무 아침이라서요? 아니요 브리티쉬 콜럼비아 주 시간으로 오전 9시 30분 이후부터 알코올을 마실 수 있거든요. 헐~ 오마이 캐나다. 이렇게 사람들의 알코올 타임까지 정해두었단 말인가! 멋진 풍경 속에 평화로운 마음이 되면 강태공처럼 한잔의 술이 생각나는 나로선 그저 시계를 들여다보며 그 시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    인도에도 라자스타닉 익스프레스라는 초호화열차가 있는데 이백석 규모의 차량인데 그거 타려면 거의 일 년 전부터 예약을 해야 하는데 여기 로키 마운티니어는 연중 6개월만 운행하긴 하지만 얼리버드 할인기간에 맞춰 예약하면 가격 면에서도 유리하니까 우리 인도 사람들은 캐나다 오면 이걸 꼭 타려고 하죠.



보통 모든 기차는 경로우대 요금이 있는데 이 로키 마운티니어는 승객의 90% 이상이 은퇴 후 여행을 즐기면 사는 선진국형 여행자들이라 경로 나이는 없는 열차이기도 하다. 어쩜 이 열차를 적령기가 경로라고 불리는 시절이라고 해도 좋겠다.



그래서인지 오늘 이 기차에 올라탄 승객 중 내가 제일 어려 보이는 건 나만의 기분 좋은 착각일까? 순간 캐스캐이드 산을 지나고 있다는 안내방송에 함께 처음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미 시간에 맞추어 시킨 와인을 두 잔째 들이켜보지만 오전 1030분밖에 안돼서 기분 좋게 한숨 자기에는 펼쳐지는 광활한 풍경이 허락을 하지 않는다. 



한국에도 해랑이라는 럭셔리 급 침대칸 열차가 운행을 했다고 하는데 타보지를 않았으니 이렇게 캐나다에서도 너무나 비싸다고 하는 럭셔리 열차에 탔으니 뭐가 달라도 다를 거라는 기대감에 카메라에 손에서 놓지 못하고 한 손에는 카메라 한 손에는 와인잔을 든 상태로 기차여행의 첫날이 시작되었다. 



햇살이 뜨거운 탓에 시원한 화이트 와인으로 시작해서 레드와인까지 몇 잔을 마신 것일까? 바깥의 풍경은 화사한 봄이고 대평원의 풍경은 푸르른 여름이고 멀리 설산의 모습은 겨울이다. 동시간 시선에서 여러 계절을 볼 수 있는 건 이곳이 캐나다라서 가능한 것일까?   



-    저 산에도 스키장이 있나요?

-    무슨 소리 여기까지 안 와도 근교 스키장이 많은데 뭐하러 여기까지 멀리 오나요


산에 눈이 있고 산새가 스키장 슬로프처럼 자연스럽게 된 지형이라 당연히 스키장을 생각한 건데 이곳까지 대자연을 훼손하며 만들 필요도 만들어서도 안된다고 하니 대자연에 대한 캐나다의 사랑을 멀리서도 가까이에서도 느끼게 된다. 한국에서는 스키장뿐만 아니라 산을 가로지르는 리프트까지 대단지 복합 스키캠프라도 생길 거 같은데 중간중간 폭포가 보이고 동네 개울물 수준인 게 장난감 영화 세트 같기도 하지만 대자연 그 자체라고 보면 절대 영화 세트와는 다른 리얼 캐나다가 아닐 수 없다. 계절을 거슬리는 설경에 로키의 설경인가 착각하며 와~ 저산이 로키 인가요? 아니요 아직 BC 주라 일정상 아마 내일 오후부터 나 진짜로 키를 만나게 될 거예요



로키가 그렇게 쉽게 보일 줄 알다니, 브리티쉬 콜럼비아주만 해도 우리나라의 () 배인데 와인 몇 잔에 잠시 이곳의 지리적 크기를 망각한 사람처럼 겨우 보이는 설산 몇 개 보고 로키를 말하다니! 그래 좀 더 기다리자. 앞으로 보게 될 로키를 기대하며 혼자 와인잔을 높이 들고 멀리 보이는 설산에 건배를 외친다. 프레이저 강이 지겨울 듯 계속되는가 싶더니 곧 톰슨 강(THOMPSON RIVER)이 나올 거라고 한다. 순간 계곡의 물살이 세지면서 자연의 모습이 좀 더 과감해지고 있는 것이 진짜 로키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나 싶기도 하다. 



-    강물 색깔이 왜 이래요? 지난주까지 비가 왔다고 하더니 그래서 이런 흙탕물인가요?

-    아뇨, 평소 물색깔도 이래요. 가파른 산을 타고 흘러내려온 물이 계곡을 타고 흐르지만 물에 포함된 여러 침전물 때문에 일 년 내내 이런 진흙물입니다. 그래도 이물이 수백 킬로미터를 흘러가서 어느 시점에서는 푸른색을 띠게 되니 이곳에서의 지형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해야 하나요?


강물을 따라 가파른 계곡을 끼고 달리는 열차 


가파르지고 있는 산에 이런 진흙 같은 물은 홍수 같은 폭우가 오면 휩쓸려 내려가는 그런 물 색깔인데 어느 시점에서 파란색의 물색깔을 보게 될지 괜히 궁금해진다. 옥색 호수에 비친 설산의 로키를 상상한 나로선 이런 물이 맘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침전물이 깔린 상태로 버겁게 흘러가지만 시간 속에 모든 침전물을 내려놓고 본연의 물의 색깔을 띠는 데는 나름대로의 인고의 세월이 필요한 게다. 캐나다에서 만나는 대자연에는 작은 물줄기 하나에도 세월이 녹아있는 느낌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민둥 성이 산이 보이고 깊은 계곡이 펼쳐지기도 하는데 지형의 특성상 눈은 오히려 적다고 하는데 겨울엔 어떤 풍경일까 궁금해진다. 이런 절벽을 따라 철로가 놓인 게 놀랍지만 그래서 BBC가 죽기 전에 타야 하는 열차라고 했는지도 모르지만 그저 감탄스러운 풍경만 연속되고 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인터넷에서 봤던 포스터 같은 풍경이 실제로 눈앞에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지는데 작은 카메라는 그 큰 와이드 풍경을 다 담지 못하고 짧은 연속 컷을 날리게 한다.




 그렇게 철로를 통해 보이는 풍경들은 단지 물색 깔리 달라지고 있다는 것만 아니라 마치 대자연의 세월을 말하듯 열차를 바라보고 있다. 물이 아까와 달리 점점 푸른색을 띠는 것이 다른 풍경을 연출하기 시작한다. 얼마나 깊숙이 내륙으로 들어온 것일까 대지는 메마르고 나무도 바싹 말라있다. 로키로 달리는 열차이니 점점 우거지는 밀림을 보게 되리라 기대했던 마음은 이렇게 계절을 역행하는 초록의 싱그러움이라곤 하나도 없는 메마른 대지를 보여주니. 



와~ 애니멀이다 소리에 시선을 돌려 보니 이 삭막한 풍경에 빛을 주는 진짜 야생동물 출현. 비콘십이라고 발음하는 양 또는 염소 같은 동물을 보았는데 캐나다에서의 열차는 마치 동물원 사파리 모험처럼 야생동물을 자연스럽게 야생상태로 볼 수 있는 매력 또한 크다고 하니 



-    저거 진짜 목장 주인이 키우는 게 아닌 진짜 야생동물 맞나요?

-    그럼 이 깊숙한 허허벌판에 누가 동물을 키우며 살고 있겠어요. 


그러고 보니 정말 몇 시간을 달려왔지만 마을 하나 없다. 아무리 눈은 현실을 인정하게 하지만 한두 마리 보이는 게 아니라 목장 울타리 안처럼 저렇게 무리를 지어 풀을 뜯고 있으면 어찌 야생상태라 할 수 있겠는가. 


열차를 타고 가면서 만난 야생 동물 

도대체 로키는 언제 보이는 것인가. 로키를 보기가 이리도 험하고 멀단 말인가! 어쩌면 이 정도로 깊숙이 들어왔으면 아무것도 없을 같은데 야생동물이 돌출하고 또 한참을 가다 보면 아무것도 없을 거 같은 산속에 중간중간 작은 마을이 있고…. 여행자의 눈과 카메라를 초점을 절대 심심하지 않게 한다. 로키 마운티니어 열차는 교통수단이 아닌 관광객용 열차답게 산 위로 올라가는 곤돌라가 보이거나 다리를 통과할 때는 미리안 내방 송이 나오기도 하지만 기차는 카메라에 더 멋지게 담기도록 천천히 가기도 가끔 정차해 주기도 한다.



 역시 그런 풍경 앞에선 보여든 사람들로 전망칸은 카메라를 들이밀 수조차 없었지만 이런 속도감이 지루해서 고속으로 달려간다면 만날 수 없는 느림의 여행. 하늘에서 즐기는 항공기 비즈니스 클래스보다 멋진 차창의 풍경. 와인 잔조차 흔들리지 않는 속도감에서 로키 마운티니어는 바쁜 일상으로부터 느림의 여유를 부리게 한다.


초록의 대평원을 달려간 열차는 2편에서 로키의 설경을 만난다



<로키 마운티니어 여행 정보>

매년 4월부터 10월 사이에 제한적으로 운행되는 럭셔리 관광열차로 밴쿠버에서 출발하여 재스퍼까지 달리면 선 로키를 가로지른다. 럭셔리 열차로 클래스별로 골드/실버/레드 등급으로 나뉜다. 캐나다의 국영철도인 비아레일과 달리 같은 철로를 달리지만 운행구간 및 이용시간대가 다르고 관광 목적이므로 주간에만 이동한다. 그래서 밤에는 중간에서 1박을 해야 하는데 숙박은 열차가 아닌 캠룹스에 있는 호텔을 이용하며 예약 등급에 따라 다른 호텔을 이용하게 된다. 열차 내 조식과 중식은 포함되어 있다. 

 

참고사이트 : www.rockymountaine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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