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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캐런 May 30. 2016

캐나다 럭셔리 열차여행
로키 마운티니어 관광열차 (2)

캐나다 서부 Rocky Mountaineer 편

여행 제목 : 로키는 역시 다르다. 상상의 로키를 현실 속에서 만나다

                Meet Real Canadian Rockies with Rocky Mountaineer

이동구간 : 밴쿠버~캠룹스(1박)~재스퍼



창너머 서서히 로키의 설경이 보이기 시작


밴쿠버에서 캠룹스까지 유럽 3개국은 달려온 느낌이지만 아직 서부 한 주도 벗어나지 못한 354km를 달렸을 뿐이다. 아침부터 진짜 로키를 본다는 생각에 여행자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의상에 더 신경을 썼다. 이른 아침에 출발한 열차가 도심을 벗어나자 곧 뿌리째 뽑혀 뒹굴고 있는 나무들이 창 너머 풍경을 장식한다. 오히려 로키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건 뭘까? 로키를 너무 거칠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첫날에 계곡의 흙탕물 색깔에도 놀라워하던 여린 감성은 어디 가고 좀 더 강력해진 로키를 마주 대할 각오로 카메라 셔트에 힘을 준다. 마을 어귀에는 따스한 햇살에 기분 좋아진 노란 야생화가 활짝 피어있고 마을 뒤로는 훼손되지 않은 산새가 병풍처럼 위풍당당하게 서있다. 이렇게 철로를 따라 펼쳐진 뜻밖의 야생화 들판은 로키를 만나기 전 대자연이 보내는 아침인사쯤 생각하기로 한다. 


지상은 초록이 피어나는 봄이고 산 정상은 하얀 눈이 쌓여 한번에 두 계절을 보여주는 열차너머 풍경


사실 캐나다에서는 야외공원 벤치에 앉아 맥주 한잔을 편하게 마실 수 없을 만큼 음주법이 엄격하다. 사정이 그러하니 이 좋은 날씨와 풍경 앞에서 여행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미소를 날리며 카메라 셔트를 누르는 일뿐. 오늘도 역시 기차에서 준비해주는 따뜻한 조식을 먹으며 아침부터 와인 한잔이 그립지만 여기가 캐나다라는 생각에 음주 시간만 기다릴 뿐이다. 



평소에도 술을 자주 하시나요? 음주를 허락하는 0930분이 되자마자 와인을 주문했더니 앞자리에 앉은 일본인 여행자가 웃으며 묻는다. 오늘 로키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분이 좋아서요. 그러나 오전에는 로키 보기 힘들어요. 아마 점심 이후 오후 두 시가 넘어야 될 거예요. 어머나 이 코스 잘 아세요? 그럼 산을 보면 한눈에 저건 로키다 하고 알 수 있나요? 사실 저도 캐나다 와서 산지 삼십여 년 되었지만 로키는 정말 확실히 틀려요 딱 보면 압니다. 


강물을 따라 도로와 나란히 달리는 기차


그래도 불안해서 그때 음료를 서빙하고 있는 승무원을 붙들고 다시 부탁한다. 오늘 몇 시 정도에 오리지널 로키를 볼 수 있나요? 꼭 저한테 미리 얘기해 주세요, 제가 로키를 처음 보는 거라 그 첫인상을 꼭 담고 싶거든요. 네 알겠습니다 물론 제가 미리 안내방송도 하겠지만 로키의 풍경은 확실히 지금과는 다르니까 충분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1345분. 자 ~ 여러분 드디어 로키입니다. 

지금 보이는 이곳이 콜럼비아 마운틴 지역이고요, 저 흠집 노우 마운틴도 보이네요.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가는 소리에 덩달아 아래층 전망칸으로 내려갔지만 이미 좋은 자리는 모두 점거된 상태. 일본인 여행자의 말대로 오후 2시가 넘어서 만날 줄 알고 여유를 부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15분이 나 먼저 나타날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며 미리 발코니에 내려와 있을걸. 



사람들 속을 겨우 비집고 들어가 발코니 난간에 발을 딛고 좀 더 높이 올라섰다. 조금이라도 잘 보이는 위치에서 리얼한 로키 풍경 담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역시 내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바람이 너무 갑자기 심하게 불어서 카메라 초점마저 흔들렸다. 어제부터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물론 비아레일 열차로 횡단 여행을 할 때 로키의 풍경을 일부 보긴 했지만 그때는 계절이 겨울이라 하얀 감동이었다면 지금은 푸른 감동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느낌이 다른 것이다.



 겨우내 내린 눈이 너무 많았던 것일까? 피라미드 폭포가 보일 거라는 안내방송에도 별 기대를 안 하고 멀리서 보고 있었는데 이름만큼이나 넓게 흘러내리는 폭포를 가까이에서 보고 나니 나도 모르게 마구 카메라 셔트를 누르게 된다. 그렇게 몇 시간째 설산의 흰색과 자연의 초록으로 덮인 광활한 대자연의 푸르름이 혼재된 로키의 매력을 만끽하고 나니 딱 보면 안다는 그‘로키’를 이제 나도 알겠다. 


척 봐도 산새가 확실히 다른 로키의 등장


저산은 캐네디언 로키에서 가장 높은 랍슨 마운틴입니다. 4천 미터가 넘는 산으로 일 년 내내 만년설을 보여주는 로키 최고의 풍경입니다. 


와~ 진짜 로키를 보고 나니 로키가 로키인 이유, 로키를 보며 열광하는 이유, 로키를 보기 위해 달리는 이유 그리고 난간에 기대어 애타게 기다리는 이유를 알겠다. 사진이나 엽서로 보는 로키보다 실물로 로키를 보니 더 미스터리 한 웅장함이 있다. 



지난밤에 유리 칸 전망대를 얼마나 열심히 반짝반짝 빛나게 닦았는지 하늘에 포커스를 맞추어도 유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마치 야외 오픈 전망대처럼 맑은 하늘 그대로 찍히는 깨끗한 유리가 여행자 기분을 더 좋게 한다. 이렇게 되면 어제까지 보던 설산은 결국 동네 뒷산인 거고 지금부터 보이는 산이 진짜 로키인 거다. 지금까지 뒷동산에서 로키를 찾았는데 진짜 로키를 앞에 두니 살짝 미안해진다.


천정까지 유리된 기차에서 창너머 보이는 로키를 찍는 모습


초록의 나무들 뒤로 아슬아슬하게 보일 듯 말 듯 숨바꼭질을 하는 만년설의 로키를 직접 보니 로키가 왜 Rockies로 불리는지 알겠다. 어제까지 보이던 진흙탕 물도 이제는 옥색 그린이 되어 흐르고 있고 하늘은 어제보다 더 파랗고 산은 더 하얗게 산봉우리를 드러내고 있다. 태평양 바다를 보며 달린 기차가 광활한 대지를 지나 드디어 만년설에 빛나는 로키산맥 속으로 들어왔다. 이 곳 캐나다에서도 럭셔리 열차라고 말해서 기차가 럭셔리한 줄 알았더니 기차에서 보는 풍경이 럭셔리한 것이었다. 여행자의 메모장에 모두 기록해도 부족할 리얼한 감동과 끝이 보이는 아쉬움에 여행자의 테이블에는 와인잔만 늘어간다. 



열차 내 음료뿐만 아니라 주류 일체가 무제한 리필 가능한 ‘골드 리프(Goldleaf)’클래스 손님들의 주문 소리가 여기저기 끊이지 않는다. 저도 저기 붉은 칵테일로 한잔 주세요 했더니 이미 주문자가 너무 많아서 하차 전에는 마시기 힘들 거란다. 저 산 이름은 무엇인가요? 갑자기 창 너머 보이는 만년설이 궁금해서 코앞에서 질문을 했더니 승무원도 당황을 한다. “아~ 잠시만요 저건… 비츠 윌리 암산입니다”하고 말하더니 다시 열심히 칵테일을 만든다.  



멀리 보이는 흰 산도 흐르는 푸른 계곡도 간간이 지나가는 엄청난 꼬리의 화물차량도 꾸미지 않은 캐나다가 보여주는 그대로의 자연산 종합 선물세트이다. 거대하지만 무섭지 않고 광활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대자연 앞에 몇 만년의 역사와 지금의 질주가 공존하는 이 순간만큼은 내가 캐나다에서 슬로 트레인을 통해 느끼는 새로운 여행 느낌이 아닐 수 없다. 그때 베어(bear) 다 외치는 누군가의 소리에 모두 시선을 창문으로 향했다. 정말 흑곰(black bear)이 철로 가까이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거 무슨 동물의 세계에 나오는 사파리도 아니고 열차를 타고 가다가 야생 흑곰까지 만나다니! 이렇게 네발로 걸어 다니는 진짜 곰을 보고 나니 철로를 따라 푸르기만 한 숲 속에 살짝 다른 색깔만 보여도 야생동물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번 열차여행에서 엄청난 대자연 앞에 약간은 기대감을 가지고 올라탄 여행자는 대자연이 보여주는 알 듯 말 듯한 수수께끼 같은 풍경에 아직도 욕심을 내고 있다. 어제 보여준 야생동물과 오늘 나타난 흑곰 사이의 시간차는 하루지만 대자연이 보여주는 야생동물의 세계가 시공을 초월한 채 너무 자연스러워 그저 놀랍기만 하다. 덕분에 잠시도 카메라를 놓거나 긴장을 풀 수 없는 여행자 신세가 불쌍하기도 하나 오늘 못 본 들어 떠 하리 내일 또 본들 어떠하리. 


앞으로 얼마나 더 로키를 볼 수 있나요? 

재스퍼까지 가려면 한 시간 정도 남았으니까 하차할 때까지는 계속 보게 될 거예요. 


열차가 앨버타주를 들어선 이후 로키는 점점 절정의 풍경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한 시간여를 남겨놓고 카메라가 제 기능을 잃었다. 배터리가 충전되는 시간 동안이라도 셔트 소리 없이 로키를 만나고 싶어 의자를 뒤로 젖히고 로키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렇게 삼십여분의 시간을 카메라 없이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종착지를 알리는 방송과 함께 취중의 아쉬운 탄성들이 흘러나온다. 



기분이 좋아진 여행자들의 목마른 주문은 아직 끝이 없지만 풍경에 취해 책을 접는 여행자들 역시 로키를 마음으로 담아내고 있음에 틀림없다. 잔잔한 태평양 바다를 끼고 달리기 시작한 로키 마운티니어 가캐 나다 서부를 완전히 횡단하고 드디어 로키의 정점인 앨버타까지 온 것이다. 



1박 2일의 열차이동 동안 창 너머 풍경은 사계절을 하루에 보여주기도 하고 5대양 6대주의 수목을 야생동물의 출현과 함께 서프라이즈 여행을 하게 해 주었지만 이 모든 것은 내 상상으로부터 드디어 현실이 되었으니 이제는 꿈꾸는 여행자가 아닌 꿈을 이룬 여행자가 된 것이다. 



“어머 미안해요 주문이 밀린데다 칵테일 재료도 부족하여 더 이상의 주문을 받을 수가 없네요 게다가 여기 다이닝도 곧 클로즈할 시간이거든요” 상상한 로키를 눈 앞에 두고 결국 로키와의 마지막 건배를 하지는 못했지만 혼자 마음속으로 원더풀 로키를 외치며 이번 로키 마운티니어 열차여행의 감동을 가슴속에 새겨본다.




<로키 마운티니어 열차 중간 체류지 Kamloops 정보>


밴쿠버에서 07:30AM에 출발한 기차는 17:30PM분에 캠룹스에 도착한다. 그리고 기차 플랫폼 바로 옆에 대기 중인 전용버스를 타고 클래스별로 예약된 호텔로 이동한다. 모든 서비스가 여행자의 피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어 투 도어 서비스가 제공된다. 열차에서 대자연의 매력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장거리 여행에 승객이 편안해야 하는 것이 열차여행의 핵심이므로 로키 마운티니어의 완벽한 서비스에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 


클래스에 따라 제공되는 서비스는 차량별로 다르지만 최고등급인 골드 리프의 경우 열차 내 조식/중식 메뉴가 모두 포함되어 있고 투숙한 호텔 등급도 최고 클래스로 제공이 된다. 체크인을 하고 룸에 도착했더니 주인보다 짐이 먼저 방에 와 있을 정도로 고객중심의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중간 숙박지인 캠룹스는 크고 작은 언덕이 많은데다 적설 양이 많아 전 세계에서 온 스키어 및 스포츠 인구들로 겨울이 더 바쁜 도시라고 한다. 시내가 크지 않아 도보 산책이 가능하며 골목 구석구석에 다양한 메뉴의 레스토랑과 로컬 양조장에서 만든 신선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펍이 있다.


참고사이트 : www.tourismkamloo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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