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고캐런 Jun 06. 2016

인도여행의 충격! 당신의 카르마가 No Good 이야

인도 문화 엿보기  in 다름살라

작성 이유 : 인도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해 생긴 분노(?)를 글을 쓰면서 반성하기 위해...

                 (오래된 여행추억을 글로는 남겨두었는데 사진은 찾지 못하고 있어 언젠가 찾게 되면 업뎃 예정)

발생 장소 : 인도 배낭여행 중 북쪽 다름살라의 어느 인터넷 카페에서 생긴 일

 


지난밤부터 내리고 있는 비 때문에 길바닥이 질퍽하다. 싸구려 나의 신발은 방수를 하지 못하고 내 양말을 홀라당 젖게 한다. 특히 2월 초는 티벳 사람들의 설날인 '로싸'가 있어 더욱 거리가 한산하다. 날짜는 우리의 설날과 일치하지만 동네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여기저기에서 폭죽을 터트리는 걸 보면 중국스러운 면도 있다. 


적당히 식당 들을 골라 다니면서 한국의 매운맛을 대신할 수 있는 음식을 찾아보고 있지만 마땅치 않다. 설날이 라고 다들 집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거리는 썰렁하기만 하고.


그래 인터넷이나 하러 가자. 1시간에 30루피가 기본 사이버 카페 가격인데 10분만 더 걸어가면 25루피 하는 집이 있어 일부러 거기까지 걷는다. 1루피가 우리 돈으로 26원 정도인데 가끔은 이렇게 단 돈 5루피(당시에 한국돈 130원의 가치)를 아끼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도 한다. 인도에 산다는 건 가끔 인도 물가에 나를 맞추어 가는 것이기도 하다. 5루피의 불안을 해소라도 하듯 인터넷 속도가 나를 만족시킨다. 


자주 인터넷을 하지만 설날을 하루 앞두고 하는 기분이 새롭다. 사소한 안부에서 인도 생활 전반에 걸친 장구한 얘기를 펼쳐 놓으며 열심히 메일을 적어 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컴퓨터 모니터가 꺼진다. 20여분이나 적어 내려간 본문이 한 번에 날아가 버렸다.  하긴 인도니까...


"아저씨 불안해서 이 컴퓨터에서 안 할래요, 다른 자리로 가서 할게요" 다시 마음을 잡고 메일을 작성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갑자기 가게가 정전이 되면서 겨우 작성한 10여분의 메일이 또 날아갔다. 이런!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그래도 어떡하나 정전인데, 이 가게만 그런 것도 아니고 동네 전체가 캄캄한 걸. 그러나 불은 금세 다시 들어온다. 역시! 인내심을 발휘해서 또 작성, 그러나 불안한 마음에 되도록 짧게 적는다. 얼른 보내기 버튼을 클릭하려고 하는 바로 그 순간! 다시 껌뻑! 으~악! 이젠 정말 못 참겠다. 2번까지는 이해를 하겠는데 3번은 다르다. 못 참는 것이 아니라 참고 싶지가 않다.


"아니 아저씨 이건 너무 하잖아요. 어떻게 3번씩이나?" 

"다른 데는 정전이 오면 미리 신호로 알려주는 그런 것도 달아놓았는데 그런 것도 없어요?"

"그게 뭔데요? 그런 거 몰라요"


그래 여긴 델리가 아니니까! 처음에 내 컴퓨터만 다운된 것, 그리고도 몇 번 연달아 정전이 된 것이 이 아저씨의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아저씨한테 화를 내고 있다. 불이 다시 들어오거나 말거나 이제는 다시 쓰고 싶지도 않다. 


"그만할래요, 계산요"  20루피를 내민다.

 "25루피입니다"

"한 시간 다 못썼잖아요"

"아니 그래도 돈은 다 내야 합니다"


쌓였던 감정이 폭발한다.


 "그래요? 그렇게는 못하겠는데요? "


40여분을 앉아있었지만 메일을 세 번이나 날리는 바람에 시간 버리고 열 받고 억울한 건 바로 나다 그러니 아저씨도  20루피만 받으라고요..... 

   

다른 티벳 친구들은 벌써 나가버렸다. 아무리 전기 사정이 열악하다는 인도지만 이렇게 메일을 연달아 3번 날리기는 나도 처음 있는 일이라 화가 은근히 난 상태이다.


"그럼 기다렸다가 마저 채우고 가던지" 


나의 감정은 날려버린 메일 때문이 아니라 이제는 시간과 돈의 문제로 잠시 고민에 빠진다. 그래도 풀리지 않는 속에서는 반항이 올라온다. 아니 정전 때문에 한 시간을 다 사용하지도 못했는데 왜 한 시간 요금을 다내야 하냐고요? 논리와 이성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합리적으로 시간과 돈을 계산하며 아저씨한테 따져 본다.  설날 메일 보내려다 오히려 설날 기분까지 다 망쳤는데 이 보상은 어디에서 받으라고? 보상은 차치하고 받은 열이라도  풀고 싶었던 것일까.  


"전 5 루피 절대 낼 수 없어요"시간도 많은데 한 번 해보자 이거지. 오늘 하루 종일 문 닫은 상가를 돌아다니며 내가 너무 심심하게 보낸 탓일까. 나는 짜증스러운 표정과 높은 톤의 목소리로 아저씨를 긁고 있다. 


"너 혹시 어디 아프지 않니? 내일 병원에 한 번 가 보렴.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 같아."  

  "what? 뭐라고요?"  


갑자기 던진 아저씨의 한 마디에 나는 멍하고 말았다. 이제는 돈의 문제가 아니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이 비참함! 이런 감정도 자존심의 문제일까? 나는 잠시 할 말을 잃고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날아간 메일도, 문제의 5루피도 이제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오늘 완전히 정신병자가 된 것이다. 


갑자기 영어가 엉킨다. 흥분하니까 문법도 단어도 생각이 안 난다. 내 맘대로 튀어나오는 단어가 문장을 만들지 못해 마음속에 일어나는 감정을 언어로 표현 해 내지 못하고 있다. 외국어일 수밖에 없는 영어가 서럽다. 이열치열을 아는 것일까? 한마디 더 여유 있게 내뱉는 아저씨, 


"너 혹시 돈이 없어서 그러니?" 


완전히 나는 참패를 당했다. 5루피 싸다고 이 곳까지 와서 그 5루피 때문에 나는 오늘 정신병자에 바보 거지가 되고 있다. 


"아저씨 불 언제 들어와요?"  나는 지금 딴 소리를 하고 있다. 

"10분이면 들어올 거야"

 

그래 전기야 빨리 와라. 물론 당장 5루피를 지불하고 나가고 싶었지만 속에서는 그래도 고집이 남아서 나를 붙들어 맨다. 정말 불은 10분 안에 다시 들어왔다. 그러나  차마 메일을 쓸 수가 없었다. 남은 10여분을 겨우 눈치로 채우고 동전 5루피를 꺼내서 계산했다.  


"Your Karma is No Good" 


설상가상이라! 이럴 때 사용하는 말이 맞던가? 불교신자인 내가 카르마(업)를 모르지 않는데 이런 말까지 듣게 될 줄이야! 아니 그냥 '너 참 고집 세다' 내지는 '너도 진짜 한 성질 한다' 정도면 내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겠는데 - 나도 괜히 심심해서 무료한 하루에 대한 보상심리였으니까 - 


그러나 나는 억울하다.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심하게 하세요? 이건 명예 훼손이라고요'라고 속에서는 외치고 있었지만 한마디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뜻밖의 말에 나의 영어 기능이 완전히 엉키고 말았다. 단어, 문법, 순발력까지 완전히 상실해 버린 나! 뭐? 내 카르마가 안 좋다고?  


힌두교가 83% 이상을 차지하는 인도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윤회설을 믿고 있다. 그리고 극빈자와 부익부가 공존하면서도 서로 뭐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다 전생의 카르마 때문에 지금의 삶이 이런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다음 세상을 위해 열심히 살려고 할 뿐 자신의 현실을 탓하려 하지 않는다.  


결국 나는 25루피를 모두 지불했지만 내가 잃은 정신적 혼란은 차마 숫자로 계산할 수가 없다. 설날 하루 전에 히말라야 설산을 눈앞에 두고 완전히 무너진 나. 불쌍 한눈으로 나를 지긋이 바라보던 그 아저씨의 눈빛 또한 잊을 수가 없다. 역시 인도는 인도다. 인도라서 인도니까! 라며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도저히 수습 이안 된다. 한 방 크게 맞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도망치듯 가게를 나왔다. 그러나 차마 우산을 받쳐 들고 갈 수가 없다. 비한테라도 맞고(?) 싶다. 처벅처벅 빗 속을 걸으면서도 계속 아저씨의 한마디가 귀에서 쟁쟁거린다. 


넌 카르마가 안 좋아..


무엇 때문에 흥분했던가? 왜 흥분했는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별도 달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여전히 시선을 헤매고 있는 나는 아직 제정신이 아니다. 나도 모르게 허탈한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인도가 보여주는 길! 길! 길!... 그 단순한 길에서 나는 아직도 헤매고 있었으니.....




<오래된 기억 꺼집어 내보는 자문자답 인도 여행 정보>


Q1) 어떻게 찾아가야 하나요 ? 다름살라 찾아가는 법

2000미터 전후에 위치한 고산도시이므로 기차로는 불가.

델리에서 출발하는 야간 버스가 편리 (14시간 소요)


Q2) 다름살라가 왜 유명한 곳인가요?

다름살라는 '달라이 라마'가 거주하고 있는 티벳 사원이 있어 유명. 달라이 라마가 있는 곳의 정확한 지명은 '맥글로드 간즈'이고, 다름살라는 10여 km아래에 시장이 형성된 지역을 말함. 2월 말부터 시작되는 달라이 라마의 티칭(TEACHING)을 듣기 위해 미리부터 올라온 많은 외국인들. 시작은 2월 말부터지만 일찍부터 올라와 싼 숙소를 미리 점거(?)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위치가 높아서 겨울이 더 춥다는 것 외는 모든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사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는 고원도시 다름살라. 그래도 이 곳에서 생활하는 티벳 사람들한테는 남의 나라에서 하는 망명 생활이니 사는 게 평화롭지만은 않겠죠?


Q3) 다름살라를 방문하고 받은 여행자의 느낌은?

이곳에서는 외국인인 나도 같은(?) 민족으로 분류 당하기도. 다른 도시에서처럼 낯설게 바라보며 where are you from?이라고 묻는 사람이 없으니 오히려 심심할 정도. 그러나 인도음식을 다 잘먹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먹은 티벳 사람들의 음식은 너무나 환상적이다. 다름살라를 알고 난 이후 특별하게 인도에서 한국의 매운 음식이 생각날 때는 일부러 티벳 식당을 찾아가기도 했다. 티벳식 국수, 뚝바. 탄뚝을 특히 좋아함. 얼마나 시원하고 맛있는지 한국의 칼국수가 옆에서 울고 있을 정도. 특히 이곳은 고기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민족이라 메뉴를 보면 온갖 종류의 고기가 다 있어서 생선은 싫어하지만 육류를 좋아하는 나로선 최고의 미식여행지이기도.

작가의 이전글 캐나다 럭셔리 열차여행 로키 마운티니어 관광열차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