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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캐런 Jan 12. 2020

여행을 끝내고 여행을 떠나다

아이슬란드에서 일어난 해프닝


날씨 때문에 내일 여행은 모두 취소됩니다.

토요일로 변경 되는데 바꾸시겠습니까?


토요일 오전에 이곳을 떠나기 때문에 변경은 힘들고 그냥 환불해 세요.


밤새 쌩쌩 바람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아침에 내다본 창밖으로 눈까지 내린다.


아이슬란드 겨울이 원래 이런 건가?

도대체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게 하는 걸.


- 이번 주 예약한 투어가 모두 취소 정도로 날씨가 안 좋은데 원래 울에는 이런가요?

- 아니요, 지금 날씨 정말 드물게 이상한 거예요. 보통 이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특별히 갈 때가 없어서 찾아간 관광 안내소에서 직원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 그럼 지금 이러다가 다음 주에 오로라를 볼 정도로 날씨가 좋아질 수도 있나요?

- 아마 내일모레 토요일부터 좋아질 거 같요.


처음 온 여행자도 다시 찾은 여행자도 아이슬란드 겨울여행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예약한 7am에 공항버스를 기다리며 시청 앞 크리스마스트리 조명과 보름달로 인증샷을 남기고 예정대로 공항으로 간다.


- 날씨 때문에 오전 비행기는 오후에 출발합니다.

- 제가 녁 7시 비행기를 타야 해서 오늘 오전에는 가야 하는데 어떡하죠.

- 지금 이 날씨에 공항이 통제되는데 방법이 없어요.


마음의 위로조차 없는 표정으로 10유로 푸드 바우처 한 장을 내밀며 단호하게 말하는 바람에 매달리고 싶은 여행자의 불안과 한숨은 황이 종결된다.



토론토. 뉴욕. 올란도. 런던. 바르셀나. 부다페스트...


내가 도착해야 할 비엔나 역시 세계의 모든 도시들처럼 딜레이 되었고 오늘 한국 가기 힘들다.


지금 바로 검색을 해서  내일이라도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주어진 3시간.


스피드한 검색과 구매 가능한 루트 파악으로 아이슬란드-오스트리아-독일- 한국으로 이동방향을 잡고 예약 변경을 시작한다.



피곤하고 불편하다.

집 나오면 고생이다.


결국은 집에 가게 될 것을 안다.

그러나 나의 공항 징크스는 날씨처럼 시시각각 변화한다.


걱정 없는 나의 여행은 여행이 끝나면 멈출까?

이런 공항 징크스는  여행을 안 하면 사라질까? 

이 여행을 끝으로 나의 긴장도 멈출 수 있을까?



유럽에서 직항 타고 11시간이면 도착하는 한국을 2박 3일 동안 돌아서 가야 하는  여행을 이제 끝내고 싶다.


그동안 고생했다.

그동안 고마웠다.

그동안 행복했다.


춥지만 상쾌한 여기 공기처럼 나도 프레쉬하게 살자.

외부 여행을 내고 이제부터 내면 여행을 시작하자.


나의 여행은 렇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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