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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여행 해발 700m 협곡열차 타고 환호하다

태백에서 봉화까지 V-TRAIN 관광열차로 달리다

by 마고캐런



자다 졸다 멍하니 시작한 토요일 아침.


바람은 찬데 바위는 햇살에 눈부시고

내려다본 물은 짙은 녹색에 살얼음이 흐른다


동절기라 2월까지 폐쇄된 구문소 화장실의 불편함 빼고

바스락거리는 산길도 정겹고

키 큰 푸른 소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 향도 쌀쌀함에 취하게 한다


소나무에 둘러싸인 정자의 그늘마저 나의 침울한 기분을 밝게 한다.



부산에서 대학 4년간 생활을 했으니

나의 20대엔 낙동강의 추억이 남아있다.


유유한 낙동강의 하류를 보며 캠퍼스 생활을 하였고

낙동강 하구 어느 민속주점에서 막걸리를 마시면서도

그 당시 청춘은 낙동강 물의 발원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인생에서 한 번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 있는 거 같다.


오늘 태백에 와서 황지촌에서 낙동강이 발원하는 걸

처음 알서 되돌린 내 삶의 시계가 그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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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는 정보가 존재한다.

여행에는 느낌이 살아있다.


인도 바라나시 겐지스강에 갔을 때는 그 발원지가 궁금했는데

그래서 상류지역인 히말라야 리시케시까지 찾아가기도 했는데


왜 대한민국의 4대 강을 보면서 그 상류에 대한 호기심은 없었을까


이곳에 와서야 내가 보낸 20대 청춘의 추억이 서린

낙동강의 푸르고 맑은 기운의 가득한 상류 정기를 발견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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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봉화- 대구- 부산- 남해지 흐르는 남한 최장길이(525KM)의 낙동강.


남한 최대 길이라는 강물 하류에서 철없이 취해 즐거워한 추억이 남았으니

오늘 낙동강 상류를 따라 달리는 협곡열차 V train에 실린 객의 마음이 설렌다


기차여행이란 언제나 운치가 있다

이런 운치가 여행의 감동을 남긴다


8분 정차한 오지의 마을 승부역

9분 정차한 가장 작은 대합실 양천역


중간중간 짧게 서는 산속의 역이지만

다른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찰나의 시간


오늘 여행은 순간에 감사하고 추억에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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