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국의 오로빌, 순창에 머물다

혼자만의 공간을 찾아서... 힐링하우스!

by 마고캐런


5월이다.

아름답다.

행복하다.


트렌드에 좇아가려고 최근에 만든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세 줄이다.


언제부터였을까. 5월을 기다린 게.

잔인한 4월 뒤라서 인지 5월은 달력만 넘겨도 기분이 좋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까지 있는 5월을 좋아한다.

50이 된 지금도 5월 5일은 결혼기념일처럼 기다려진다.


성인이 된 스무 살 대학생 때부터 일 년 중에 결혼하고 싶은 날,

아니 평생 기억하고 싶은 결혼기념일은 5월 5일로 이미 정해두었다.


사는 건 날짜도 기념일도 마음대로 안된다.



마음은 아름다운 5월로 이미 들떠있지만

몸은 시골에서 조용히 혼자 머무르고 있다.


인도 오로빌 (Auroville)!


캘리포니아에 IT 사업가를 위한 실리콘 밸리가 존재한다면

인도에는 요가 명상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오로빌'이 있다.

(참고: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퐁디셰리 인근 위치한 넓이 25㎢ 의 다국적 생태공동체로

1968년부터 계획된 세계의 명상마을이다)


20년이 지난 그 작은 마을이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인도 생각 전혀 안나는 전원주택? 내지 실버타운?이 되어 있거나,

외국인들을 위한 타운하우스? 또는 별장처럼 인도의 비벌리 힐즈로 변모했거나,

대한민국의 평창동 규모 내지는 청담동 레벨의 공기로 가득차 있지 않을까.


서른 초반.

인도에서 배낭여행을 하다가 기차 타고 릭샤 타고 도보로 도착한 시골 중 시골촌이었다.


요가 또는 명상을 하는 사람이라면 인도의 여느 아쉬람에 머무는 건 기본인데

남쪽의 조용한 시골 오로빌까지 찾아 가는 건 다른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명상의 도시 오로빌!

오랫동안 그 이름 석자도 잊고 있었다.

여행을 많이 해도 지명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살아갈 때가 많다.



한국의 순창!

가볍게 입고 집을 나선다. 도로에는 계절의 변화가 초록색 도화지에 수채화처럼 펼쳐져 있다.

연한핑크꽃이 사라진 자리에는 초록의 무성한 벚꽃나무가 가로수처럼 나를 호위하고 있다.


20200504_172326.jpg


검은 아스팔트에서 반사되는 오후의 봄햇살에도 애정이 간다

낡은 운동화를 신고 걷지만 마음은 산뜻한 봄날씨만큼 상쾌하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시원한 봄바람.

5월이면 초여름이 아니라 아직 봄이다.


바람에서 인도가 보인다.
순창의 공기에서 오로빌 향기가 난다


조용한 거리. 지저귀는 새소리. 초록의 싱그러운 바람. 향기로운 풀내음.

가끔 들려오는 지나가는 차 소리까지 인도스럽다.


내가 도보여행으로 힘들게 도착한 오로빌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땀으로 범벅이 되어 온몸으로 느낀 그 바람과 같다. 이런 솔솔한 시골 공기가 나를 인도 오로빌로 공간 이동 시키다니!



아직 이곳의 바람은 초록이고 태양은 따스하지만

뜨거운 인도 대지의 붉은 열기와 푸른 하늘이 연상되는 오로빌의 추억이 바람처럼 온몸으로 스며든다.


왜 시골에 가니?

도시가 답답해서...라고 대답하거나

사는 게 숨 막혀서...라고 표현했다면


지금 5월이기 때문일까.

오랜 정적 뒤에 찾은 동적인 느낌 때문일까.


인도가 그리워서...라고 오늘은 대답하고 싶다.


20200504_172337_HDR.jpg


그러나,

모든 시골에서 인도 생각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오래 시간을 보냈고 추억이 많은 마을이라서

시골냄새도 여행 향기처럼 인도 냄새가 되어 나를 여기까지 찾아오는 것일 게다.


여행은 아름답고

일상은 여행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