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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캐런 Mar 24. 2017

캐나다 맥주 여행
유콘 주에서 만난 따뜻한 겨울

캐나다 북부 Whitehorse 편


여행 제목 : 캐나다 최북단의 유콘 주에서 만난 따뜻한 맥주 여행

여행시기 : 한국은 가을인 10월경 그러나 유콘은 하얀 겨울이 시작되고 있었다.


Enjoy good beer in Yukon……A warm Taste at the perfect Winter Time.



 

-   이렇게 추운 지역에서는 무슨 재미로 살아요?

-   무슨 소리! 여기가 캐나다에서도 아주 잘 사는 1인당 GNP가 5만 불이 넘는 곳이라고요!



그렇게 찾아간 부자마을 유콘 주의 주도 화이트호스

캐나다 여행은 이렇게 차갑지만 기분 좋게 시작되었다. 


잘못 돌아다녔다간 그냥 얼어버릴 것만 같은 차가운 북쪽인데도 밴쿠버에서 출발한 작은 비행기에는 빈자리 하나 없이 꽉 찼다. 웬 손님들이 이렇게 많지 생각하며 기내 손님들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걱정할 만큼 그들의 옷이 두껍지는 않다. 긴장하며 도착한 화이트호스 공항은 역시나 시골 버스터미널 마냥 작다. 이 동네가 인구는 적지만 부유하다고 하는데 이런 공항규모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오늘 날씨가 몇 도예요? 

-15도입니다. 

아니 -30도가 아니고요? 

올해 이상기온 현상으로 많이 춥지가 않아요



그랬구나. 그래도 왠지 창문 너머 하얗게 내린 눈만 봐도 꼼짝하기 싫은데 이 일을 어쩌나? 사실 유콘 주는 미국의 알래스카 바로 옆에 붙은 캐나다 최북단의 주로 위도상 높긴 하지만 막상 와보니 생각만큼 춥지 않다. 실제 기온이 낮지는 않지만 체감하는 온도가 겁이 나서 외출할 때마다 부츠를 꺼내 신고 털모자와 목도리로 완전 무장을 하게 된다. 



잘 사는 주라서 도시가 크고 복잡할 줄 알았더니 아주 조용하고 시내도 작다. 도심을 흐르는유콘강변에서 다운타운까지 걸어가면 도보 3분 거리. 그리고 가는 길에 한눈에도 시원해 보이는 큰 목조형 건물이 있는데 관광안내소란다. 그렇다면 현지 여행 정보부터 한번 살펴볼까?   


유콘 주 화이트호스에 위치한 맥주 양조장 (추워도 내부 맥주투어는 제 시간에 진행)


어머나, 이 추운 동네에도 양조장이 있네. 지상은 온통 눈밭이라 찬기운이 지하수까지 얼려버릴 거 같은데 그럼 이곳에 선 얼음을 녹여서 맥주를 만드는 걸까? 괜한 상상에 호기심을 더해 양조장으로 전화를 건다. 


오늘 오후 투어에 참가하고 싶은데 지금 예약해도 되나요? 

네 언제든지 오세요 오후 4시부터 투어는 시작되니까 늦지 않게 도착하시면 돼요. 

거기까지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죠?

택시 타면 시내에서 한대당 50불 정도 하는데 혼자 오면 요금 부담이 크니 그냥 시내버스 타고 오세요. 



막상 전화를 걸어 무조건 투어에 가겠다고 말은 했지만 혼자 택시를 타려니 비용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시계를 보니 지금 오후 3시 40분. 그럼 20분 안에 가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까? 걸어가면 얼마나 걸리나요? 약 30분 정도…아~ 무조건 뭘 타긴 타야겠구나. 일단 버스정류장으로 뛰었다. 이 추운 도시에서 열나게 뛰는 사람은 이방인인 나뿐이다. 



생각해보니 맥주 투어는 무료인데 교통비에서 편도 50불을 지불하려니 억울하다. 관광안내소에서 알려준 시내버스가 보이자 바로 올라탔다. 


참 여기 버스요금이 얼마죠?

2.50불입니다.        (뒤적뒤적) 이런 동전이 없다. 

아~ 제가요 급하게 타느라 동전 준비를 못했는데 

(미안한 표정을 마구 지으며) 이거 50불짜리 지폐인데 잔돈이 가능할까요? 



혹시라도 버스기사가 잔돈 없으니 그냥 내리라고 할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그럼 내지 말고 그냥 가세요. 그런데 어디까지 가시죠? 

여기 이 브로셔에 있는 양조장에 가려고요.

아~거기요 도착하면 말해줄 테니 앉아 계세요. 

오~ 나이스 유콘! 



그러니까 여기가 아주 잘 사는 동네다 이거지. 그래 이 곳 ‘화이트호스’에서 제대로 백마를 탄 기분이다. 예정에 없는 무임승차라 마음이 불편했지만 버스가 약 7분여 이동하자 기사님이 웃으며 내릴 준비를 하라고 한다. 이번 주에 많은 눈이 내려 지금 도로상 태도 질퍽하고 걷기도 안 좋으니까 정류장은 아니지만 양조장 건물 앞에 내려줄게요. 막상 나 홀로 하차하고 보니 도대체 원래 버스 정류장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오~ 이 동네 시작부터 너무 친절한 걸! 버스비도 안 내고 온 데다 시내버스 가양 조장 셔틀버스도 아닌데 이렇게 정확히 현관 앞에 세워주니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한눈에 봐도 너무 소박한 양조장 건물은 공장이라고 하기엔 규모가 작아서 큰 기대감에 달려온 거에 비하면 실망스럽다. 가게문을 열고 들어가자 낯선 라벨에 다양한 색상의 상표가 붙은 맥주병들이 이쁘게 진열되어 있다.




손님도 직원도 없는 텅 빈 가게는 요란한 음악만 가득 흐른다. 다들 투어 하러 갔나? 내가 늦었나 불안해하며 가게 구석구석 진열된 물건들을 보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순간 안쪽에 위치한 헝클어진 책상에서 일하는 직원 발견.


여기가 맥주 투어를 하는 곳 맞나요? 

네 곧 시작하니까 잠깐만 기다리세요. 

저기요 투어 후에는 몇 잔 정도의 맥주를 시음하게 되나요? 

 여기에서 만드는 맥주는 다 시음할 수 있습니다. 

오~정말요? 그럼 투어요금은 얼마인가요? 

맥주 투어는 무료이니 신경 쓰지 마시고 대신에 나 갈 때 이도시의 발전을 위해 5불 정도 기부금은 내주세요. 


아~ 이 동네 정말 살기 좋은데 맞는구나



이방인이 뭘 하려고 해도 비용 부담이 없으니 이 멋진 동네를 어찌할꼬? 점점 이 동네가 맘에 든다. 아니 그럼 무료 맥주 투어인데도 여기서 만든 맥주를 다 마실 수 있다고요? 네 물론이죠! 그렇게 투어가 시작되기도 전에 다양한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마구 업되어 마시지도 않았는데 벌써 취한 사람처럼 혼자 싱글벙글하고 있다.



 바로 그때 한 커플이 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문을 열고 들어온다. 투어 손님인 줄 알고 헬로 인사를 했는데 투어에는 관심 없고 오자마자 바에서 이맥 주 저 맥주 맛을 보더니 들고 온 큰 통을 내밀며 맥주를 리필해 달라고 한다. 그럼 이 양조장은 병맥주나 캔으로 팔기보다는 양조장에서 만들어진 신선한 맥주를 직접 맛보고 저렇게 플라스틱 통에 리필해주는 맥주 가게란 말인가? 어쩌면 이곳이 일반슈퍼가 아니고 양조장이라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건 더 멋진걸? 양조장이 크지 않으니 그날그날 나온 맥주를 모두 맛본다 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으니까. 



이렇게 멋진 양조장이지만 눈발 날리는 추운 날씨 때문인 지맥 주 사러 오는 사람도 없고 오늘 투어에 나타난 사람도 나 혼자뿐이다. 


저 혼자인데 그래도 투어를 하시나요? 

네~ 저희는 단 한 명이라도 매일 오후 네시에 맥주 투어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름에는 물 맑고 공기 좋은 이곳 유콘으로 캐나다 사람들 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많이 와서 정신이 없지만 이렇게 비수기에 오시면 조용하게 투어를 할 수 있으니 손님한테는 더 좋죠. 다들 공기 좋고 오염 없이 맑은 물로 만든 유콘 맥주를 맛보려고 여름엔 엄청 찾아오거든요. 물론 겨울에는 이렇게 조용하지만요. 그래도 이 곳의 양조장 투어는 매일 같은 시간에 시작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비수기에 여행 온 덕분에 오늘의 맥주 투어는 멀리 한국에서 온 한 사람을 위한 단독 투어가 되었다. 보통 40여분 소요된다는 맥주 투어는 단독 가이드 투어라서 20분 만에 끝났지만 속으로는 맥주 만드는 과정을 보는 것보다 북극의 맥주 맛에 관심이 더 가서 솔직히 더 빨리 끝나기를 바라고 있었는지 모른다. 


사실 맥주 만드는 과정은 여행 중에 다른 나라에서도 몇 번 봤으므로 실제로 이 곳에서는 맥주 맛이 더 궁금했다. 이곳이 규모면에서는 가내 수공업 같은 작은 공장이지만 보기와 달리 이곳의 맥주가 캐나다 내수시장에 50% 이상 공급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맥주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설명을 해 주는 가이드 덕분에 맥주 맛에 궁금증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이곳에서 만든 맥주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앨버타주, 퀘벡주, 누나부트 주로 대부분 공급되고 유럽 나라 중에서는 맥주의 본고장이라는 독일에도 수출된다고 하니 어찌 아니 궁금할 수가! 



한잔 한잔 뽑아줄 때마다 잔을 말끔히 비워가며 맛을 음미했다. 그리고 마신 생맥주에 해당하는 병맥주의 상표를 함께 카메라에 담으며 열심히 시음에 임했다. 문제는 맛 하나하나 그리고 카메라에 담긴 브랜드가 모두 생소하다는 사실. 한국으로는 수출을 안 하는 건가 왜 이런 맥주를 여태 못 봤을까. 낯선 상표만큼이나 북극지방의 기후 및 지형 특성상 이 곳 맥주는 맛도 독특했다. 그런 독특한 맛에 이끌여 주는 대로 모두 마셨더니 네 잔째부터는 더 이상 마실수가 없다.



아~ 초반부터 주는 대로 마시는 게 아니었는데……. 쓸데없이 부린 욕심에 후회가 되었지만 이미 배가 불렀으니 어찌할 것인가. 결국 네잔 이후의 잔은 모두 혀만 살짝 대서 향과 맛보는 시늉만 해야 했다. 기다리던 맥주 시음이 모두 끝났지만 투어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 마음에 드는 맥주 중에서 다양한 상표를 골라 병맥주를 추가로 구입했다. 에고~ 이 추운 날씨에 이 무거운 맥주를 들고 가야 하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1.5 리터 생수통이라도 들고 와서 리필해갈걸. 


양조장에서 만들어내는 모든 맥주를 시음해보고 원하는 맥주를 사갈 수 있다.


눈으로 뒤덮인 하얀 도로를 맥주 6병을 들고 씩씩하게 걸어가며 북쪽 하늘을 올려다본다. 부유하다고는 하지만 병 하나도 캔 하나도 아끼는 이 곳 유콘 사람들의 소비습관에 고개가 숙여졌다. 좋은 날씨에는 하늘에 오로라가 보인다는 이곳에서 한국보다 더 가까이에서 북극성을 보고 있지만 소박하지만 강하고 추운 지역에 살지만 더 따듯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순수하고 청명한 대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만큼 행동도 아름다운 이곳 사람들을 보며 캐나다 최북단에서 마신 맥주는 오랫동안 나의 백마(Whitehorse)로 기억될 것이다.


그렇게 이 곳 화이트호스에서 마신 차가운 맥주 한잔은 나의 여행수첩에서 오래오래 따듯한 캐나다의 북쪽 하늘을 추억하게 할 것이다.


<양조장에서 맥주 투어 후 여러가지 맥주중에서 내 입에 맛는 것으로 사와서 호텔에서 먹고 마시며 놀다>



<화이트호스 도시 정보>


화이트호스는 유콘 준주의 주도로 밴쿠버에서 비행기로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되며 인구 약 25,000명에 면적은 416.43 제곱킬로미터로 인구밀도가 약 49명인 해발 670M에 위치한 북방의 자연에 매료된 사람들이 사는 강변도시이다. 이 도시는 건물 높이가 4층으로 제한되어 있으며유콘강을 끼고 발달한 북위 북위 60°43′00″에 위치한 도시로 겨울에는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지역이다. 여름에는 유콘 강 카누 여행과 함께 툰드라 하이킹 및  헬리콥터 투어가 인기가 많다. 특히 5천 미터급 고봉들이 즐비한 때 묻지 않은 산악지대인 클로 아니 국립공원에서는 액티비티 등 아웃도어 어드밴처의 중심지이며 알래스카 하이웨이의 요충지이자 스캐그웨이에서 오는 유콘 철도의 종점이기도 하다.


이곳 화이트호스를 성장시키는 주요 산업은 석탄, 구리, 모피 산업이다.

근교에는 야외 온천 및 야생동물원 사파리 프로그램이 있으며 금광촌을 그리워하는 아기자기한 마을 등이 있다.


현지 여행정보 사이트 : www.travelyuk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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