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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캐런 Apr 28. 2017

나 홀로 떠나도 좋다! 밴쿠버 선셋 디너 크루즈

캐나다 밴쿠버 Vancouver 편

여행시기 : 여름 햇살이 누그러든 초가을 (10월경)


북미 최고의 미항 밴쿠버에서 만난 아름다운 선셋 디너 크루즈

Enjoy Dinner Cruise with sunset in Vancouver 






다운타운 숙소를 나와 여유 있게 걸어갈 마음으로 산책 삼아 시작한 것이 차가운 바람 속 뜨거운 햇살의 유혹에 그만 시간이 많이 지체되고 말았다. 가는 길에 시원한 아이스크림까지 생각나서 와플 위에 올려진 아이스크림 한통을 다 먹느라 결국 보트 선착장까지는 뛰어가고야 말았다.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6시 15분. 작은 통통배부터 큰 요트까지 여기저기 배는 여러 종류가 보이는데 오늘 내가 타야 할 디너 크루즈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6시 30분까지 오라고 했는데 이러다 배를 못 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 바로 그때 방금 출발한 듯한 큰 배 하나에서 사람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설마 저 배가 오늘의 디너 크루즈는 아니겠지? 




비만 오지 않는다면 크게 춥지 않은 밴쿠버의 날씨에 이렇게 화창한 오후가 시작되었으니 선착장 가는 길도 기분 좋게 시작되었다. 개스타운에서 선착장까지는 30여분이면 될 거 같아 그다지 서둘지 않았다. 롭슨거리를 따라 직선대로 로 곧장 가면 금방 만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사실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시내 여기저기 사진도 찍고 상점도 들여다보고 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이 늦어졌다. 하버 디너 크루즈. 바로 밴쿠버의 저녁을 기분 좋게 해줄 자랑거리. 그렇게 임박해서 숨차게 달려온 결과 티켓 오피스에 도착한 시간이 6시 25분. 



-    어머 저 늦은 건 아닌가요? 설마 배가 벌써 떠난 건 아니겠죠?

-    7시가 출발인데 30분 먼저 오라고 안내드린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밴쿠버는 종종 다녀가지만 저녁에 클럽이나 bar에 가지 않는 한 나 홀로 여행자가 밤에 특히 즐길거리란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중국계 캐나다 사람들이 이 곳 경제를 장악하고 있어 이미 ‘홍쿠버’라고 불리는 북미 최대의 미항 밴쿠버. 매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상위 순서에 마크되는 명성에 맞게 영어 소통이 자유로운 싱가포르 같으면서도 활기차고 해안가 고층빌딩이 오히려 홍콩을 연상케 하는 도시. 그러나 같은 아시안이지만 영어가 완벽하게 구사되는 캐나다인 중국사람들 앞에서는 오히려 기가 죽는 도시. 그러나 오늘은 밴쿠버의 이브닝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호수처럼 잔잔한 태평양의 푸른빛이 감도는 선착장으로 신나게 달려왔다.



-    아~ 늦은 게 아니라 다행이네요. 휴우… 

-    근데 몇 명이세요?

-    한 명인데요

-    어머나 크루즈를 혼자 타시려고요?



창구 여직원은 자신도 모르게 하지 않아도 되는 질문을 했다. 순간 당황했지만 이렇게 신나게 달려온 나는 뭐가 되니? “네, 혼자 탈거예요” 그래도 씩씩하게 웃으며 디너가 포함된 승선권 티켓을 받아 들었다. 물오른 오후 햇살은 푸른 바닷물을 더욱 반짝거리게 한다.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 위에 정박된 하얀 크루즈를 가까이서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지난겨울에 왔을 때는 눈 덮인 설경에 지상은 계속 비가 와서 좋은 사진을 담아내지 못했는데 이렇게 같은 장소인데 날씨가 달라지니 도시의 풍경이 확연히 달라져 보인다. 여행의 기억이란 이렇게 날씨에 따라 다른 감동을 만나는 것이다. 배 입구에서는 크루즈 운항 101주년을 기념한 브로셔를 건네주며 모든 손님에게 환한 미소로 맞이한다



입구에서 승선권을 보여주자 지정된 테이블로 안내를 해준다. 바다가 바로 보이는 창가 쪽 자리다. 나도 모르게 왠지 다소곳해진다. 주위를 둘러보니 연인이나 황혼의 커플들이 많이 왔다. 직원의 질문이 귀속에 메아리가 되어 남아 있어서인지 두 개가 놓인 의자에 막상 나 혼자 앉으려니 기쁨반 슬픔반 복잡한 감정이 밀려온다. 배를 탈 때부터 들리던 통기타 소리는 마치 백 년 전의 아날로그 소리처럼 멍하게 울려 퍼진다. 정신을 차리고 그 소리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파티장처럼 아기자 기하게 무대가 꾸며져 있다. 



그렇게 계단을 올라가는 사이에 19시 정확하게 출발하는 크루즈의 움직임이 미세하게 느껴진다. 붕~ 하는 뱃고동 소리. 배가 선착장을 벗어나자마자 안내방송이 나오고 창 너머 보이는 태평양 연안의 풍경을 하나하나 설명해 준다. 안내가 나오는 동안에 나는 먼저 맥주를 주문했다. 혼자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하게 한잔을 들이켰다. 그때 저녁식사가 준비되었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푸짐하게 뷔페식으로 차려진 음식이지만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아 안주가 될만한 음식으로 골라 담았다. 



저녁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바다는 태평양으로 떨어지는 태양이 점점 강한 빛을 잃고 주홍색의 수채물감을 뿌린 것처럼 바다에 은은하게 퍼지고 있다. 일출을 좋아한다는 동양인과 일몰을 좋아하는 서양인들 사이에 약간의 정서 차이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일몰에 더 끌린다. 그래서인지 오늘 타는 배에는 디너 크루즈라고 되어있지만 왠지 선셋 크루즈가 더 적합하지 않을까. 



태양이 수평선 가까이까지 내려가자 몸으로 느끼는 바닷바람은 더 차게 느껴진다. 갑판에 나가 사진을 찍고 싶어도 바람이 너무 세서가 강한 바람을 밀어내고 한컷을 얻으려면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나가야 한다. 나의 테이블은 마시던 맥주를 밀어내고 레드와인으로 주문했다. 왠지 우아하게 와인 한잔 해야 할 것 같은 무드. 와인잔을 높이 치켜들고 시시각각 변해가는 일몰의 색상처럼 변화무쌍하게 변해가는 내 마음에 혼자 취하고 있었다. 갑판에 나가서 보지 않은 들 어떠하리. 창 너머 보고 있는 저 태평양 바다는 열 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건너온 망망대해였지만 내가 한국의 동해바다에서 기다리던 일출과 같은 태양이 아닌가. 



혼자 감상에 젖어 와인잔을 거의 비워가는데 와~ 하는 박수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려보니 건너편 창가에 앉은 중국인 커플한테 시선이 모이고 있다. 그들의 테이블에는 꽃다발이 놓여 있고 남자는 반지를 꺼내 여자 친구에게 공손하게 프러포즈를 하고 있다. 아~ 이런 곳에서 프러포즈를? 중국사람한테도 저런 로맨틱한 면이 있었구나. 자그마한 체구의 여인은 꽃다발을 건네주는 그의 의도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사람들의 시선을 쑥스러워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그의 행동을 보며 웃고 있다. 



혼자 탄 것도 억울한 데이런 로맨틱한 광경에 박수만 치고 있어야 하다니. 와인 한잔 안 마셔도 얼굴이 불그스레 진 그녀와 달리 맥주와 와인을 모두 마신 내 마음이 더 붉게 탄다. 태평양에서 비추는 일몰의 빛깔은 내 마음과 상관없이 주홍빛이 아닌 핑크빛으로 변했다.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의 박수소리에 두 연인은 사랑을 맹세하며 서로 키스를 한다. 이렇게 크루즈에서 고백을 받았으니 인생이라는 항로를 같은 배를 타고 잘 헤쳐가기를 바란다.   


배는 다시 처음 떠났던 자리로 되돌아왔다. 이미 완전히 어두워진 선착장은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로 예약된 택시와 주차장으로 빠져나가는 인파 속에 잠시 선착장이 어수선해졌다. 떠났던 배가 다시 정박해 있는 큰 배를 뒤돌아보며 오늘의 이브닝에 미소를 짓는다. 오래간만에 밴쿠버의 검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여행다이어리에 기분 좋은 소망 한 가지를 적게 될 거 같다. 오늘따라 밴쿠버의 야경이 더 화려하고 로맨틱해 보이는 건 나의 괜한 상상 때문만은 아닐는지….  






<밴쿠버 여행정보 편> 

하버 디너 크루즈 www.boatcruises.com


아름다운 태평양 연안의 미항 밴쿠버에서 크루즈가 처음 운항한 해가 1911년. 벌써 당시로 102년째가 되는 전통 있고 역사 깊은 크루즈였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는데 4시간짜리 런치 크루즈도 있고 전세 보트와 같이 배 하나를 빌려서 자체적으로 행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 주로 보트 대여는 연말연시 이벤트나 결혼식 및 회사 행사에 많이 이용되는데 짧게는 1시간짜리 하버 투어 프로그램도 있다.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은 3시간짜리 디너 크루즈로 저녁 7시부터 운항을 하는데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가 공연도 해주므로 단체 및 허니문들한테 특히 인기가 많다. 밴쿠버의 이브닝을 특별한 기억으로 만들고 싶다면 한번 경험해보길.


운항시기는 매년 5월 1일부터 10월 15 일까지이며 주 7회 매일 저녁 7시~9시 반까지이므로 30분 전에 도착해서 미리 예약한 티켓을 픽업하고 승선하면 된다.


                                                            <어둠이 내린 밴쿠버 항구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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