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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캐런 Jun 30. 2017

캐나다 동부횡단열차를 타다

캐나다열차 VIA Rail 편

여행제목 : 캐나다 동부횡단열차로 대서양의 이른 봄을 만나다

이동구간 : 토론토에서 핼리팩스까지 (몬트리올 경유) 약 30시간 소요


Cross Canada East and meet early Spring in AtlanticOcean





기차역치고는 공항터미널을 연상케하는 토론토 유니온 역. 이렇게 사람이많이 붐비는 역은 어디론가 바삐 제 갈 길을 가줘야 할 것 같다. 가만히 오고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커피한잔의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역은 아니기에 멀리서 온 여행자도 재빨리 짐을 부치고 승차권을 받아서 몬트리올행 열차에 올랐다.



토론토에서 동부횡단열차의 마지막 지점인 헬리팩스까지 다이렉트로 달려가도 되지만 중간에 아름다운 몇몇 도시를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시차적응도 할 겸 퀘백 주 몇 개 도시에 머물기로 하였다. 캐나다의 파리로 불리는퀘백시티는 캐나다에서도 유럽생각이 절로 나는 매력적인 곳이고 유네스코가 지정한 올드타운이 있는 몬트리올은 도심을 채우고 있는 불어 간판덕분에 마치파리시내에 있다는 느낌마저 드는 낭만적인 도시이다.



-     실례합니다 기차역에서 맥주를 살 수 있나요?


일주일간의 유럽 같은 휴식을 뒤로하고 다시 기차역에 돌아왔다. 이런역에서는 배낭을 터프하게 짊어지고 맥주 한잔 정도 폼나게 마셔줘야 하는데 아무데서나 취할 수 없게 하는 나라가 또한 캐나다이다. 실제로 공원 밴치에 앉아 맥주 한 캔을 마음대로 마실 수 없는 나라 그래서 이런 공공장소인 기차역에서 음주는 당연 불가하고 주류를 판매하는 승인받은 가게조차 찾기가 쉽지 않다. 


                                                   <대서양 여행 중에 먹고 마신 간편 음식>


할 수 없이 기차역 파노라마 라운지에서아이스티 한잔을 마시며 질주하고 싶은 욕구를 달랜다. 예정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몬트리올 기차역에서 와이파이를잡아 메일을 확인하기도 하고 한국기사들을 검색하면서 여유를 부리고 있는데 헬리팩스행 기차를 타라는 안내방송이 들린다. 맥주한 병 사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서둘러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계단입구로 가자 플랫폼 가기전에 승차권을 먼저 받으라며 창구로 나를 보낸다. 




-     오늘 기차에서 저녁식사는 몇시에 하실래요? 1845분이랑 2015분 두타임이 있어요.


탑승 수속과 동시에 야간열차 승객들을 위한 식사예약도 같이 주문받는다. 역에서마시지 못한 한잔을 식사와 함께 편하게 마실 생각으로 뒷타임으로 예약을 했다. “헬로우 캐런” 큰 가방을 부치고 배낭만 메고 플랫폼으로내려가니 웃으면서 내 이름을 부르는 차장. 어~ 내 이름을어떻게 알았지? 비아레일 기차표에는 영문이름이 적혀있지만 아직 내 표를 확인한 것도 아니잖아. 왠지 시작부터 기분이 좋다. 횡단열차를 이용하는 승객이 많지 않아서종점까지 가는 여행자들을 따로 기억이라고 해두는건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이름표 달고 다니는것도 아니고 어떻게 알았지? 혼자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나의 침대칸으로 이동했다. 



-      기차에서는맥주 파나요?


계속 갈증이 나서 타자마자 맥주를 찾았다. 그렇다고 배낭에 있는 와인을꺼내 마실 수는 없지 않은가! 양쪽 귀에 귀걸이를 앙증맞게 낀 차장은of course 라며 활짝 웃는다. 야간으로 이동하는 열차에 음주구역을 따로 정해두지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저기요 식당칸은 어디에요? 여기서부터다섯차량을 더 가야 해요. 그럼 라운지 전망칸은요, 식당칸보다한칸 더 앞쪽에 있어요. 아~ 캐나다에서 기차를 처음 타는것도 아닌데 괜히 진행방향 꼬리부분에 위치한 내 침대칸을 불평하게 된다. 열차가 이제 막 출발했으니지금쯤 파노라마 전망대는 웰컴 드링크에 샴페인 서비스를 받으며 파티 분위기일텐데. 에고…나로선 너무 멀구나 (나중에 알고보니 동부구간의 열차에는 2층 전망칸 열차가 없고 bar와TV가 있는 휴게소 겸 라운지가 식당칸 옆에 마련되어 있다).  



-      저녁식사주문하시겠어요? 블랙티 한잔에 이거 피쉬에 라이스하고 디저트로는 쵸콜렛케익 주세요. 


같은 테이블 내 앞에 앉은 캐나다 여인이 커피한잔에 요리한개만 시켜서 먹고 있을 때 나는 보란듯이 풀코스로 주문을했다. 침대칸 승객들은 식사 아무거나 주문해서 먹어도 되죠? 아니요, 서부횡단열차는 전부 포함인데 동부횡단열차는 모두 불포함이에요. 헉~ 그것도 모르고 제일 비싼 메뉴를 풀코스로 시켰으니 이 엄청난 식사요금을 어찌할꼬. 당연히 침대칸 승객은 식사가 포함인줄 알고 지갑도 안 들고 달랑 룸키만 들고 식당에 왔는데 이 무슨 날벼락! 사실 초반에 이미 맥주로 배가 불러 입맛도 없지만 그래도 만찬은 우아하게 와인과 함께 풀코스로 즐기려고 주문한건데….저기요 제가 침대칸 승객은 식사가 모두 포함인줄 알고 지갑을 안들고 왔는데 잠시룸에 좀 갔다와도 될까요? 식사가 끝난건 아니니까 갔다오는 동안에 여기 디저트는 테이크아웃으로 포장해주시구요. 다섯칸이나 걸어가서 지갑을 들고 오는 동안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아니 왜 주문하기 전에 확인 한번 해볼 생각을 안했을까? 계산을하면서 “제가 이 구간 열차를 처음 타서 이런 비싼 경험을 하게 되네요” 했더니 차장이 지갑만 달랑 들고 다시 온 나를 보며 “여행이란 이렇게 비싼 지불을 하면서 또 배우는 것이지요” 한다.그래 맞는 말이다. 공짜라는 생각에 필요이상 과하게 시킨 나도 문제였다. 디저트로 나온 달콤한 초코케익만 챙겨들고 얼떨떨한 기분속에 나의 자리로 돌아갔다. 




새벽에 눈을 잠깐 떴는데 호수가 보인다. 와~ 호수다. 서부의 풍경과 달리 동부는 호수와 잔잔한 숲의 연속이다. 이런 호수라면 계속 바라봐줘야 하는데 어제 저녁에 심하게 먹고 마신 탓인지 잠이 솟아지고 몽롱해서 오래 창밖을감상할 수가 없다. 결국 자는 둥 마는 둥 비스듬히 누워 바깥풍경을 가끔 응시했다. 바깥이 보고싶은 호기심과 피곤한 몸이 여행자의 컨디션을 배로 힘들게 하여 두시간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해야했다. 찰칵찰칵. 그 와중에 카메라를 꺼내 대서양의 바람 따라 불어오는봄의 기운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보이는 풍경은 아직 봄이 아니다. 물론시기상 성수기도 아니지만 동부의 5월은 아직 무채색이다. 창너머보이는 풍경이 호수인지, 강인지, 바다인지 알 수 없는 그림처럼물은 항상 푸른색인줄 알았는데 지금 달리고 있는 이 철로가 맑은 강물을 따라 달리는지 잔잔한 호수를 보며 달리는지 파도치는 바다를 끼고 달리는지모를 정도로 물색깔은 그저 흐린 회색이다.




 

그렇게 열차에서의 일박은 몽롱한 아침과 애매한 물빛깔속에 시작되었다. 사실열차에서 잠을 잔다는 것이 약간은 불편해야 하는데 호스텔 도미토리 보다 편하고 (전용화장실에 단독샤워실까지완비) 이 넓은 대륙을 자고 일어나면 위치까지 이동시켜 주니 시간도 절약되는데다 중간중간 펼쳐지는 바깥풍경 또한 다채로와서 지루하지가 않다. 잠이 완전히 깨서 시간을 보니 헬리팩스 시간으로 맞추지 않았는데도휴대폰은 자동으로 핼리팩스 시간으로 바뀌어 있다 (토론토와 헬리팩스의 시간차는 1시간). 



그래도 지금이 7시대니까아직 10시간이나 더 달려가야 한다. 아~ 참으로 엄청나게 큰 대륙이 아닐 수 없다. 이미 깨어버린 아침. 지금부터 달려가는 시간동안 열차안에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물론한국에서 부족한 잠을 더 잘 수도 있고 그동안 다 풀어내지 못한 캐나다 여행이야기를 더 적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어느것 하나 완전히 끝내고 싶지 않을 만큼 이곳에서의 시간은 그저 게으른 여행자의 행복한 시간으로 가득하다. 대서양바다를 보고 사는 사람들의 봄은 어떨까 많이 궁금했는데 달력의 숫자는 5월인데 산에 설경마저 보이는이 대륙에서 봄은 언제쯤 오는 것일까? 




어느 덧 점심시간도 지나가고 나른한 오후시간은 배낭에 숨겨둔 와인으로 시작한다.그러다가 또 잠이 들었나보다. 4개 주에 걸쳐 달리는 비아레일을 타고 오면서 캐나다의 사계절을모두 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이른 저녁에 출발(1845)한 기차가 마지막으로 도착(1718)한 헬리팩스는 비가와서 그런지 더욱 을씨년스러운 가을 분위기가 난다.토론토에서 몬트리올까지 갈 때는 몰랐는데 동부횡단열차의 끝지점인 헬리팩스에 막상 도착해 보니 감정이 묘하게 오버랩된다.


지평선과 연결된 스카이 라인을 보면 구름이 많이 낮게 느껴진다


계절과 다르게 걸려있는 열차 복도의 포도밭 사진이 오는 내내 어색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대서양 바다를 마주대하고나니 여행자의 느낌은 액자가 아닌 실제에서 감동을 받고 말았다. 이 대서양을 보겠다고 토론토에서 퀘백과몬트리올을 걸쳐 헬리팩스까지 횡단여행을 하는 동안 한번도 열어보지 못한 짐가방에서 며칠 생활에 필요한 옷과 세면도구만 챙겨 다시 토론토 출발점으로큰 짐은 부쳤다 (비아레일 승차권을 가지고 있으면 탑승일 전에 짐을 목적지로 미리 부칠 수 있다). 가벼운 마음만큼이나 가벼운 무게로 대서양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싶었으니까. 결국원하던 대서양의 봄은 카메라에 담아내지 못했지만 긴 시간 달려오면서 가슴에 남은 열차의 진동만큼 여행자의 마음은 다른 계절을 기대하며 다음승차권을준비해 본다.






<캐나다 열차 비아레일 여행정보>

www.viarail.ca


총 19개의 노선을 가지고 있는 캐나다 국영철도 비아레일로 횡단열차여행을 하려면 서부의 경우 벤쿠버에서 토론토까지 약 80시간을 달리는 캐네디언 라인을 타고, 동부의 경우 토론토에서 몬트리올까지 약 7시간 달리는 코리더 라인과 몬트리올에서 헬리팩스까지 달리는 약 22시간을 달리는 오션라인을 모두 타야 캐나다 대륙횡단열차여행이 완성된다. 참고로, 캐나다에서 장기간 열차여행을 할 경우에는 당시에는 비아레일 패스가 있었는데 종류가 2가지인데 전체구간에 대해 21일간 7회 이용가능한 ‘캔레일 패스’와 동부구간에서 10일간 7회 이용가능한 ‘코리더 패스’가 있었다. 그러나 동부지역만 횡단여행을 했으므로 편도티켓으로 토론토에서 헬리팩스까지 열차로 약 30시간 몬트리올을 경유하여 이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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