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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캐런 Jul 17. 2017

에스프레소 한잔의 여유 in Munich

여행 중 어느 카페에서 in Germany 

여행시기 : 2017년 7월  (지금 독일 여행 중)

여행 제목 : 뮌헨 중앙역에서 커피 한잔을 하다가...




너무 빨리 도착한 기차역. 그러나 왠지 기차역에 오면 마음이 집보다 더 편하다. 


기차역.

언제나 떠날 준비를 하고 언제나 돌아올 것처럼 기억을 한다. 



다시 뮌헨 중앙역이다.


오늘 타는 기차는 1시 출발인데,  11시에 도착한 이유는?

대규모 여행자가 투숙한 숙소는 와이파이가 수시로 끊기거나 아주 약하다. 저녁에는 체크할 메일도 있고 보낼 메시지도 많은데 밤새 접속이 안되어 아무것도 못하고 잠만 설쳤다. 오전 11시가 체크아웃인데 서둘러 숙소를 나와 지금 11시부터 기차역에 있다.


다시 돌아온 뮌헨 중앙역의 가장 반가운 변화는 역 안에서 딱 30분 인터넷 연결이 된다는 사실.


독일이 공용 인터넷에 인심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와이파이를 켜니 바로 잡히는 Telecom 신호로 로그인 절차 없이 간단히 연결하고 메일을 연다. 일단 오늘 타고 가는 기차의 온라인 이티켓을 다운로드하여야 한다. 종이로 뽑아서 오는 걸 잊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1시간도 더 남은 시간.

가방을 끌고 슈퍼에도 들어가 보고 빵가게도 들여다보고 과일가게도 기웃거린다.

아침부터 먹고 싶은 건 없다. 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커피다.

한국에서는 주로 차를 마시는데  여기서는 매일 커피를 마신다. 솔직히 나에겐 커피란 잠 안 자고 밤샐 때 억지로 마시는 게 커피인데 민감한 커피의 맛도 향도 잘 모르지만 여행 중이라 그런지 잠이 안 온다거나 소화가 안 되는 현상도 없다. 독일 커피가 품질이 좋아서 그런가 생각하며 식후에는 마치 유러피언처럼 에스프레소를 시키게 된다.



- 마시고 갈 건가요?


2유로도 안 되는 에스프레소 한잔 (1.95유로)


마음 편하게 주문을 했다.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가 아니라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여유를 즐기는 장소가 필요했다. 뮌헨 중앙역 플랫폼 모든 출입구 방향으로 커피가게가 있지만 오늘은 특별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한층 내려왔다. 조금만 역을 벗어나도 카페 테이블은 빈자리가 많고 (11번 플랫폼에 있는 스타벅스는 주문할 때도 줄 서야 하고 테이블은 지저분하지만 청소되기 전에 알아서 찾아서 끼어 앉아야 하며 그마저 귀찮으면 서서 마시거나 들고나가야 한다) 그곳에 비하면 이곳은 오고 가는 사람들의 어수선함이 느껴지지 않아서 좋다.


안쪽에 가방을 내려놓고 종이컵이 아닌 하얀 에스프레소 잔에 여행자의 여유를 담아 음미한다. 와~ 커피까지 맛있네. 물론 커피맛이 아닌 여행자 마음으로 마시는 커피지만 기분이 좋다는 건 맛도 좋은 게 아닐까?



잠시 밖을 바라보니 캐리어를 끄는 사람들은 모두 바쁘고 배낭을 멘 사람들은 손이 모자라 커피 한잔의 여유가 없다. 여행 중이지만 우리의 일상이 그렇다. 커피 한잔 앉아서 마실 여유도 없이 우리는 뛰어다니거나 핸드폰에 의존해 모니터를 보면서 다닌다. 생각해보니 뮌헨 중앙역이 서울역보다 더 편하고 맛집도 더 많다.


커피가 맛있는 것인지 설탕 맛의 달콤한 인지 커피 한잔의 여유가 여행자의 기분까지 업그레이드해준다. 사실 이런 여유는 자주 있는 게 아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시간은 항상 쫓기고 짐은 늘어나서 이동 자체가 부담스럽다. 그러다 보니 기차역에 출발 1시간 전에 와 있기도 쉽지 않지만 도착한다 하더라도 너무 피곤해서 플랫폼에 그냥 가만히 있게 된다. 


오늘은 정말 여유가 있다. 음료수를 걸어가면서 마실 필요도 없고 주말이라 한국소식도 급하지 않다. 아침부터 to go 커피가 아닌 잔에 담아 마시는 커피 한잔에 며칠간의 피로가 다 풀어진다



우리는 어느 공간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같은 여행이어도 느끼는 건 다르다.


저속에 있으면 나도 무거운 짐을 끌고 다니는 여행자가 되고

이곳에 머물면 커피 향을 즐길 수 있는 여유 있는 여행자가 된다


숙소에서는 인터넷이 안돼서 미리 열차 티켓 다운로드하으려고 일찍 역으로 나오긴 했지만 5분 만에 끊내고 나니 이렇게 여유로울 수가!  


나는 여행한다

나는 자유롭다


그리고 길을 떠난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 옆도 아닌 내 마음속에 있었다.


에스프레소 한잔의 여유
에스프레소 한잔의 행복


오래오래 그 아침의 향기로운 맛을 여행의 추억으로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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