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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캐런 Dec 09. 2016

캐나다 로키의 겨울을 날다 '헬기투어'

로키 헬기투어 in Canada 편

여행 제목 : Fly and See Real Winter Rockies by Helicopter 

투어 시기 : 로키 헬기투어는 사계절 가능하지만 바람이 심하면 헬기투어는 취소된다





캘거리 숙소까지 픽업 온 잘생긴 청년은 단순히 손님을 모시고 가는 기사가 아니라 오늘 비행을 맡을 파일럿이었다. 이렇게 헬리콥터 파일럿이 직접 손님을 모시러 오다니 시작부터 서비스에 감동을 받는다. 숙소가 캘거리 시내라서 헬기장까지는 차로 약 45분 거리. 



-    실내 온도는 괜찮으세요?

-    좀 더워요 


오늘 캘거리 시내 온도가 영하 20도(-20)라 추운 겨울에 지상도 아니고 하늘을 나는 투어라고 해서 추위를 많이 타는 나로선 옷을 더 챙겨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히터가 켜진 차 안 온도가 덥게 느껴졌다. 


- 헬기 타고 위로 올라가면 더 추울 거 같아 좀 더 껴입었어요. 

- 아니에요 헬기 탄다고 해서 그렇게 춥지는 않아요. 


말하면서 겹겹이 껴입은 나를 보며 웃는다. 결국 헬리콥터 처음 타는 초보티를 낸 셈이다. 혼자 지레 겁먹고 겹겹이 입은 덕분에 발바닥까지 땀이 난다. 



-    저쪽 하늘 좀 보세요, 폭풍(storm)이 오고 있어 약간 걱정이 되긴 해요. 지난 주말에는 시야 확보가 전혀 안되어 결국 예약 손님들 모두 취소해야 했었거든요

-    전 여행 중에는 날씨 하나는 러키 하게 받쳐주니까 도착하면 괜찮아질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큰소리를 치며 창밖 지평선에 깔린 새하얀 설경에 카메라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멀리 로키산맥 쪽을 주의해서 보니 비구름 같은 게 조금씩 몰려들고 있다. 아~ 이렇게 추운 겨울에 로키까지 왔는데 구름 낀 로키를 봐야 하나? 여행은 자고로 날씨에 따라 느끼는 감동이 달라지는데… 슬슬 걱정이 된다. 잘생긴 파일럿 아저씨는 110~120 사이에 눈금을 두고 질주를 한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서는 날씨 때문에 걱정이 되는지 자꾸 로키 쪽 하늘을 본다. 캘거리를 출발할 때 보이던 로키의 설경은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산 정상이 안 보일 정도다. 그만큼 먹구름이 더 짙게 깔리고 있는 것이다. 




밴프 쪽으로 올라가는 하이웨이 중간 왼쪽에 카지노 건물이 보이고 우측 118 exit을 빠져나가면 카나나스키스 계곡에 위치한 헬기장이 있다. 막상 차에서 내려보니 생각보다 기온이 차다. 게다가 바람도 분다. 점심도 안 먹고 달려왔는데 날씨가 이모양이라니! 느긋하게 코코아 한잔을 마시기도 전에 진눈깨비처럼 눈바람까지 흩날리고 있다. 이거 정말 날 잘못 잡은 거 아닌가. 그래도 저 쪽 산 위에선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있으니 아예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란다. 그래도 이런 날씨에 헬리콥터를 타는 건 완벽한 풍경을 못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럭키 걸이라고 큰소리까지 쳤는데 말이다.



- 시간상으로는 지금 타야 하는데 20분만 더 날씨를 지켜보기로하고 커피 한잔 하면서 잠시 기다릴까요?


역시 파일럿인 그가 생각해도 지금 올라가는 건 의미가 없었나 보다. 그래서일까 벌써 헬기장에는 뜨지 못한 헬리콥터가 몇 대 더 서있다. 그래도 취소가 아니라 기다려보자고 한 게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다. 헬리콥터는 종류에 따라 최대 4~6명까지 탑승이 가능한데 오늘 우리가 탈 파란색 헬리콥터 예약인원은 3명이란다. 



-    한국에는 헬기투어라는 게 없어서 비행기처럼 큰 거 타다가 이렇게 작은 물체를 타려고 하니 솔직히 긴장돼요

-    실제 헬리콥터가 구조상 일반 비행기보다 더 안전하게 되어 있어요. 엔진 구조 로보나 에어컨 같은 기타 시설도 필요 없고 날개 회전을 통해 파일럿이 운전하는대로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산 같은 좁은 지형을 날아오를 때도 유리하고요.



편안한 미소로 헬기투어의 안전을 강조하는 파일럿은 근무 주기가 3주 일하고 1주일 쉰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계절이 가장 멋지냐고 물었더니 사계절 모두 다양한 모습이라 딱히 말할 수가 없단다. 그리고 지금은 겨울비수기라 2주 일하고 1주일 쉬고 있단다. 차 한잔을 마시며 여유를 부리고 있을 때도 파일럿 청년은 수시로 날씨를 체크한다. 그러더니 이제 올라가도 괜찮을 거 같다며 먼저 나가서 준비하겠다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다. 




탑승객들은 헬기를 타기 전에 미리 리셉션을 통해 약간의 주의사항을 듣게 된다. 내용은 헬기를 탈 때는 날개가 돌아가는 범위 안에서는 몸을 최대한 낮추라는 것. 그리고 헬기에 타고나면 안전 벨트랑 소음방지용 헤드셋 등은 모두 파일럿이 직접 다 해주니까 본인이 들고 탄 소지품만 발아래 내려두면 된단다. 




막상 헬기에 앉아보니 엉덩이에서부터 엔진 소리와 함께 어떤 진동이 느껴진다. 파일럿은 약 2분여 정도 공회전을 하면서 날아오를 준비를 한다. 그리고는 풍선이 사뿐히 올라가듯 가볍게 지상에서 날아오른다. 마치 놀이기구 타는 것보다 더 기분 좋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처음엔 비명을 지르면서 헬기탄 기분을 만끽해야지 했는데 너무 부드러워서 놀랄 일도 소리 지를 일도 없다. 너무 부드럽게 날아올라 이거 헬기 탄 거 맞나 싶을 정도. 


<사진설명 : 한 명의 무게는 220파운드로 제한하지만 헬기 1대당 4명이 정원이라면 최대 무게는 850 파운드까지 가능하므로 전체 무게만 맞추면 된다. 헬기 곱터의 창문은 고개를 내밀어 아래를 볼 수 있도록 창문 유리가 볼록렌즈처럼 밖으로 튀어나와있는 버블 윈도라서 하늘에서 고개를 내밀어 발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다>



오~ 이런 기분이었어? 하늘 높이 올라갔다가 방향을 바꾸거나 회전할 때 약간의 터뷸런스가 있었지만 그 정도는 높이에 따라 발생하는 공기의 흐름 때문이란다. 물론 일부러 심하게 터뷸런스를 만들어서 놀이기구 타는 기분을 줄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는단다. 속으로는 헬리 점프하는 기분으로 짜릿하게 로키의 상공을 날아오르고 싶었는데 혼자 상상력만 앞서 달린 셈이다. 나의 실망을 눈치챘는지 파일럿은 흔들리는 몸으로 쓰릴을 느끼려 하지 말고 보는 눈으로 로키의 감동을 담아보라며 웃는다.



겨울이라 그저 하안색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다이내믹한 로키의 풍경이다. 이렇게 하늘에서 카나나스키스 계곡을 헬리콥터로 날아오르니 멀리 하얀 스키장 슬로프 도보이고 얼어버린 강도 보이고 아직 얼지 않은 계곡도 보인다. 이런 풍경이 여름이 되면 산에서는 폭포가 흐르고 골프장에선 사람들이 골프를 즐기고 숲에서는 야생동물들이 뛰어논단다. 한마디로 지상에서 로키를 올려다보는 것보다 하늘에서 로키를 내려다보는 기분이 더 장관이다. 무엇보다 운전석 왼쪽에 앉은 덕분에 약간의 기름 냄새가 신경은 쓰이지만 창문 틈에서 나오는 로키의 찬바람에 실제 하늘을 날고 있다는 실감이 더 난다.



상공을 나는 헬리콥터는 8500 피트까지 올라갔다. 오늘은 구름이 많아 정확히 세 자매 봉우리 쪽으로는 못 가고 저쪽 호수가 있는 계곡 쪽으로 날아갈 생각이란다. 물론 좋은 날씨에는 12,000피트 상공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다음에는 그런 광활한 로키를 보게 되리라 상상하며 방향을 선회했다. “잠깐 쉬었다 갈까요?” 하더니 파일럿은 익숙한 듯 주황색 깃발이 꽂힌 한 지점에서 착륙을 한다. 빠르게 회전한 엔진도 식힐 겸 여행자들도 지상에 내려 잠시 대자연에서 쉬어가자는 것이다. 내려 보니 보우(BOW) 강이 밑에서 유유히 흐르고 있다. 



야호 야호 감탄사를 연발하며 혼자 폴짝폴짝 뛰었더니 눈이 얼어 땅이 미끄러우니 조심해서 걸으라며 내 손을 잡아준다. 그렇게 친절한 파일럿을 따라 도착한 곳은 보우강이 바로 절벽 아래로 보이는 그의 시크릿 바위 앞. “이곳은 제가 종종 찾아오는 저만의 비밀공간이랍니다” 하며 웃더니 들고 있던 붉은 가방에서 샴페인을 꺼낸다. 그리고 멋진 와인글라스까지. 그가 가방에서 꺼내 놓는 뜻밖의 준비물에 모두들 놀란다. 게다가 날씬한 와인 글라스 안에는 산타클로스가 포장한 듯한 깜찍한 초콜릿도 한 개 들어있다. 와~ 이런 선물까지? 모두 들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자 그는 허니문을 위한 로맨틱 헬기 패키지가 있는데 그 코스 중 일부를 살짝 재현한 것뿐이라고 했다. 오늘 탄 승객들은 모두 싱글이었는지 다들 그런 허니문 헬기 패키지에 꼭 다시 참여하겠다며 즐겁게 웃었다. 


   

그래도 아저씨는 그 로맨틱 패키지에서 헬기 운전은 하지 마세요 못생긴 신랑이 보면 잘생긴 파일럿 때문에 두 사람의 로맨스가 깨질 수도 있으니 손님을 위해서도 그건 좋은 서비스가 아니에요 했더니 파일럿 청년은 그럴 수도 있나요 하며 크게 웃는다. 그렇게 우리는 겨울 로키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안주삼아 샴페인을 터트렸고 보우강을 친구 삼아 멋지게 건배를 외치며 시원하게 들이켰다. 




일상을 떠나는 것이 여행의 시작이라면 경험하는 것은 여행의 전부가 아닐까. 한국에 없는 것이라 여행자의 호기심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더불어 두려움도 컸다. 그러나 이렇게 차가운 겨울의 로키 하늘을 따듯하게 기억할 수 있게 해 준 건 헬리콥터와 함께 멋진 파일럿의 감동 서비스. 헬리콥터에 실려 대자연속에서 샴페인 한잔하면서 자연과 내가 일체감이 되어 보는 것. 그러나 취하고 싶지만 취할 수 없는 이런 감동. 결국 자연에 취하고 사람에 감동하는 이런 아름다운 여행을 통해 여행은 일상생활이 아닌 특별한 시간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취하듯 취하지 않고 깨어 있는 듯 깨어나지 않으며 여행하듯 여행하지 않는 기분으로 잠시 그 순간에 오래 머물러보는 것. 그것이 진짜 여행이 아닐까. 그렇게 나는 오래오래 헬기의 작은 진동과 함께 내려다본 겨울 로키의 풍경에 취해 내 여행 다이어리는 지상의 아무것으로도 채우지 못하고 이 즐거움 감동 속에 당분간 조용히 지내게 될지도 모르겠다.  





<앨버타 밴프 지역 헬리 투어 정보>  

앨버타 주 로키 일대에서 헬리 투어를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현재 9대의 헬리콥터와 15명의 전문 파일럿으로 구성. 헬기장 주변에는 주인 없는 야생마가 뛰놀고 있을 만큼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 투어를 진행한다. 


뒤쪽 편에 카지노 건물이 있어 급 예약 고객도 많지만 보통 예약제로 운영되며 연간 14,000여 명이 헬기를 타고 있다. 헬리콥터는 종류에 따라 4~6명의 정원이 탈 수 있는데 한국인 개별 및 그룹 예약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개별 예약의 경우 숙소까지 픽업 및 드롭 서비스를 파일럿이 직접 해준다. 본인 차량으로 이동 시에는 예약한 시간까지 도착하면 바로 헬기를 탈 수 있고 날씨가 너무 안 좋을 경우에는 예약 시 남긴 번호로 취소 전화를 해 주므로 대기시간이 길거나 왔다가 허사가 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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