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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캐런 Jun 17. 2016

불가리아에서 만난 불가사의 여행지 지구의 에너지 기둥

불가리아 Varna 편

여행 제목 : 흑해의 숨은 보물이자 지구의 에너지가 모인다는 돌기둥 숲 ‘STONE FOREST’

방문 도시 : 흑해 연안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바르나’ 




흑해 여행 중에 불가사의한 돌기둥 숲을 만나다


석사과정 밟느라 공부만 하는 대학생 여자친구와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며 남자 친구로서의 책임을 다하며 살고 있는 '고슈'는 그냥 평범하고 수줍음이 많은 검은 곱슬머리 남자친구였다.. 사실 남의 남자친구 자동차 뒷자리에까지 실려(?) 관광 다닐 생각은 아니었는데, 너무나 관광지 소개에 적극적인 그녀의 여행자 접대(?) 정신의 발로에 그만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젊은 남자 친구의 드라이브 실력을 만끽하며 그렇게 한참을 초스피드로 달렸나 보다.



“아 ~ 미안해요, 이렇게까지 구경시킬 줄 필요는 없는데 참~‘
“아니, 걱정하지 마요 우린 아무리 바빠도 매일 저녁 20분이라도 서로 얼굴을 보고 헤어지기 때문에 이 정도 드라이브는 같이 해도 괜찮아요”


지금은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두사람

아무리 바빠도 매일 각자의 시간을 쪼개서 꼭 만난다고?


그 짧은 시간을 얼굴도장 찍기 위해 무조건 만난다는 두 사람의 소중한 데이트 시간을 난 지금 관광용으로 이용하고 있으니 아~ 앞에서 다정하게 눈웃음을 주고받으며 데이트를 하고 있는 현장에 잠시 고개가 숙여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고 보면 난 연애하는 재미는 모르고 살았지만 그래도 멀리 남의 나라에 와서 이렇게 남의 데이트 현장에 같이 어울려 여행자 이름으로 관광을 하는 것도 내 복인 게다. 덕분에 하루 십만 원으로 책정된 내 예산 중 두 사람의 긴급 풀코스 가이드 서비스 덕분에 십 분의 일도 못쓰고 열나게 바쁘게 보낸 흑해에서의 하루…


너무 미안해서 절대 잊지 못할 멋진 저녁을 사겠다며 시내에서 가장 좋은 식당으로 가자고 했더니 그녀가 선택한 곳은 아주 소박한 뷔페식당. 가격은 1인당 6유로. 헐~


외국인한테 절대 신세 지지 않겠다는 그녀의 의지가 다시 한번 보인다. 얼마나 공부하느라 지쳤는지 너무 피곤해 보이고 얼굴에 생기도 없어 보이지만 그녀는 멀리 한국에서 날아온 나그네를 너무나 유쾌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주었다. 여행의 의미는 보이는 관광지가 아닌 이런 마음에서 짠하게 감동이 올라오나니~ 



놀 사람은 놀고 여행 갈 사람 여행 가고

공부할 사람 공부만 하고

일할 사람은 일하며 사는 어쩔 수 없는 일상에서도 


정말 사는 거 별거 아닌데, 이런 낯선 곳에서 이런 멋진 친구들을 만나 마음이 따듯한 경험을 하고 나니 그동안 혼자서 세상 물정 모르고 여기저기 놀러 다닌 것에 대한 반성이 된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고개를 숙이며 그동안 난 한국에서 만난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어떻게 대했나 반성을 해본다. 그렇게 속으로 반성을 하며 가는데 그때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공항도 멀리 보이고, 지평선을 그리며 광활하게 펼쳐진 포도밭이 살짝 보이는가 싶더니 바로 돌기둥 몇 개가 땅에서 쑥 올라온 게 보인다.




– 캐런 이쪽으로 좀 더 걸어가서 들어가자. 정문으로 들어가면 입장료를 내야 하거든 ㅎㅎ 


차를 일부러 숲 속으로 난 오솔길 갓길 주차장에 세워두고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 들어간다.


- 사실은 이리로 가야 입장료가 없어, 나도 처음에는 이곳이 입장료 내는 관광지 인지도 모르고 남자 친구와 데이트하기 위해 으쓱한 곳을 찾다가 알게 된 곳이야. 나중에 알고 보니 정문이 따로 있고 입장료를 받기에 데이트할 때는 일부러 이쪽으로 다녀… 매번 돈 내고 들어가기가 좀 그렇잖아.



이 도시의 관광수입을 생각하면 입장료를 지불하고 정문으로 출입을 해야겠지만 소박한 두 친구들 덕분에 이렇게 뒷구멍으로 들어가는 기억도 나의 불가리아 여행에서 하나의 에피소드가 될 거 같다. 


흑해를 옆에 끼고 있지만 오랜 지구의 형성기로 볼 때 이 땅도 바닷속에 있었다가 융기를 한 곳이라서 아직도 해양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는데 여기 논밭이 있는 언덕에 어울리지 않게 펼쳐진 수백 개의 돌기둥이 바로 그 증거란다.



지구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발칸반도도 상당 부분이 바닷속에 잠겨있던 땅이었는데 융기를 한 거란다. 그래서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이 기둥들도 사실은 실제 그 기둥 높이가 50미터가 넘게 땅속에 박혀있는 것으로 돌기둥이 형성된 밭도 상당히 규모가 큰데 일단 시야에 보이는 길이만도 800미터가 넘는다고 한다.


맨발로 걸어야 지구의 기운을 받는다고 해서 신발과 양말을 벗어 들고 일단 보드라운 흙을 발가락에 묻히며 자박자박 걸었다



“여긴 더 놀라운 곳인데 이 넓은 기둥들 중에서도 이곳에 바로 에너지가 모여서 겨울에도 저기 들어가면 따뜻해지고 여름에는 시원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야”


우와~ 이런 평평한 논밭에 어떻게 이런 돌이 솟아날 수가 있지?

진짜 멋진걸? 아니 이건 자연의 예술품이야 정말 장난이 아닌걸?




기둥을 끌어안고 맨발로 뛰어다니면서 지구의 에너지를 모두 받겠다고 소리 지르고 심호흡까지 하면서 혼자 난리법석이다. 어린애처럼 즐거워하며 뛰어다니는 나의 천방지축에 그녀는 남자 친구와 멀리 기둥에 기대서서 그저 웃기만 한다.


– 그렇게 소리 지르다 관리인한테 걸리면 입장료 배로 내야 할지도 모르니 좀 조용히 하세요

– 노노! 절대 말리지 마요, 오늘 지구중심의 기운을 제대로 받아 갈 테니까 나 건드리지 마요




(cartoon by 구민정)


하~하~하~ 


그렇게 나는 그들과 어울려 몇만 년 전에는 지구의 바다였다는 흑해의 육지를 맨발로 뛰어다니며 마음껏 지구의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온몸과 온 마음으로…… 


“한국 가면 여행후기 써서 이곳을 꼭 소개해 줄게요”


“그래요, 꼭 알려주세요, 여기까지 오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아마도 그런 여행기를 읽은 누군가는 올 수도 있으니까요, 아니 꼭 왔으면 좋겠어요. 난 많은 사람들이 여기를 보고 갔으면 좋겠거든요. 정말 여기 너무 멋지지 않아요?




여기 돌기둥보다 더 멋진 건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과 고향에 대한 자부심에 찬 행동이다.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스톤의 숲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에너지 기운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흡수되어 채워지면서 동시에 이름 모를 여행지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   


한 때 깊은 바다였던 곳이 이렇게 육지로 바뀌면서 뜻밖의 풍경을 접하며 살아가는 우리 인생. 단지 야간열차 침대칸을 같이 탔을 뿐인 그녀와 나 사이 함께한 짧은 시간은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소중하게 기억되고 있는지 모른다.


나즈마한 언덕에서 내려봐도 멀리 들판에서 봐도 눈에 띄게 다르게 형성된 돌기둥들


우린 서로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느끼며 여행하는가! 


이런 멋진 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나는 언제든지 불가리아행 티켓을 다시 끊을 수 있다. 살면서 크리스마스 카드도 새해 인사도 못하고 결혼 축하 메시지도 못 보내고 살았지만 이 여행기 하나로 그녀와의 약속을 대신한다. 흑해의 여인이여~ 잘 살고 있지?  


영어와 독일어로 적힌 관광지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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