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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캐런 Oct 26. 2017

독일 최고의 알프스 휴양지에서 Alpspix를 만나다

알프스픽스 트레킹 여행코스

여행도시 : Garmisch Partenkirchen 

찾아가기 : 뮌헨에서 기차 타고 약 1시간 30분 이동하는데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에 하차한다




정상에서 내려다 본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 마을 풍경


뮌헨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독일 최고의 겨울 휴양지이자 알프스 스키장으로 유명한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으로

바로 기차 타고 이동하여 늦은 체크인을 했다. 시차 때문인지 새벽 내내 잠을 뒤척이다가 차라리 아침이나 일찍 챙겨 먹자는 마음으로 동이 트기도 전에 부엌으로 향했다.


오늘 하루 나의 여행 목표는 2,050m 알프스 정상 오르기. 하이킹이니 트레킹이니 이름 좋은 타이틀로 시작된 나의 알프스 여행길이지만, 사실 서울시내 남산조차 헉헉대며 제대로 못 올라가면서 독일까지 와서 등산을 하겠다고? 가끔 이렇게 한국에서 안 하는 짓을 하고 싶은 게 이국적인 여행의 매력이기도 한 걸까. 


바이에른의 집들은 이렇게 베란다에 이쁘게 꽃이 한층 여행자의 기분을 즐겁게 한다


인천공항에서 구입해 싸들고 온 포장 김치를 열고 붉은 김치 국물만 부은 채 물을 끓인다. 아침부터 라면 먹기도 그렇고 김치전을 만들기도 그렇고……펜션 부엌에 있는 밀가루 봉지를 열고 약간의 물을 탄 뒤 반죽을 시작한다. 한국에서도 안 해본 수제비 국을 만들어볼 작정이다. 독일 밀가루가 좋아서인지 초보요리인데도 찰지고 쫀득쫀득한 반죽에 수제비가 완성되기도 전에 혼자 입맛을 다시며 웃는다.


자! 모두 일어나 아침 드세요


씩씩하게 일행들을 깨우고 아침을 시작했지만 평소라면 끓일 때도 물 조절이 안 되더니 오늘도 역시 물의 양이 맞지 않았는지 아주 싱거운 김치수제비가 알프스에 등장. 에고~ 그렇다고 아침부터 빵조각을 뜯어먹는 것보다는 나름 김칫국물이라도 들어간 한식(?)이 낫지 않을까. 간도 맞지 않는 음식인데 국물까지 모두 먹어주는 일행들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래도 독일에서 만든 김치수 제비국에 속까지 든든해져 오늘 컨디션은 아주 굿이다.



업된 기분에 운동 삼아 주인아줌마가 십분 거리에 있다고 말한 작은 산속 호수를 찾아 카메라만 들고 산길을 오르며 산행을 위한 워밍업을 한다. 우산을 받쳐 들고 카메라를 찍어야 할 만큼 빗줄기가 제법 굵게 떨어진다.

오늘 2천 미터 이상 알프스 산을 타야 하는데 날씨가 왜 이러니?



이런 날씨에 올라갔다가 제대로 정상에서 볼 게 없는 건 아닌지. 괜히 걱정이 된다. 여기서 전망대까지 걸어가면 얼마나 걸리나요? 3시간 반. 근데 오늘은 비도 오고 날씨가 안 좋으니 걸어서 올라가지는 마세요. 안개 때문에 별로 보이는 게 없을 겁니다. 멀리서 봐도 짙은 안개 때문에 정상이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몇 명한테 골고루 물어봤지만 다들 오늘은 걸어서 올라가지 말라고 한다.


자욱한 안개가 몰려오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게다가 그들이 말하는 세 시간 반이라는 등산시간도 걱정이 되는 숫자다. 어느 누구 하나 세 시간이라고 말하거나 네 시간이라고 말하지 않고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이 세 시간 반이라고 대답을 하니. 


수치가 정확한 독일 사람다운 대답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날아온 초보 여행자의 수준으로 볼 때 그들한테는 3시간 30분이지만 내가 올라가면 최소 5시간 이상 걸릴 거 같다. 


중간에 시간을 줄여보려는 욕심에 등산로에서 이탈하여 지름길을 찾아 올라가려고 잠시 발버둥을 치긴 했지만 신발이 진흙탕이 되고 바짓단이 홀라당 젖고 나서야 소용없는 짓임을 알았다. 


그들이 등산로라고 표시한 그 길 외는 그저 밀림이거나 스키장 슬로프이거나……한마디로 사람이 올라가는 길은 아니었다고나 할까? 알프스에서 괜히 잔머리 굴리다 오히려 몸만 고생하고 산길에서 시간만 더 잡아먹은 셈이다.  


세 시간 반이면 정상까지 간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출발한 지 4시간이 지났지만 정상 같은 그림이 안 나온다. 


도대체 정상이 어디고! 평소 운동을 안 해서인지 호흡조차 힘든 산행을 네 시간씩이나 했더니 저질체력은 완전히 바닥을 드러내고……헉~헉~




그때 갑자기 들려오는 요란한 방울소리.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알프스 소들 (어디선가 하이다가 뛰어올거 같은)


순간 아 이제 정상이구나 생각하며 마지막 피치를 올려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이게 웬일! 1600m라는 간판과 함께 하이디도 없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한 무리의 알프스 소. 에고~ 알프스를 뛰어노는 무공해 유기농 소도 좋지만 당장 생각나는 건 아마득한 산길을 잊게 해줄 시원한 맥주 한 잔뿐!



이렇게 소가 풀을 뜯고 있으니 분명 마을이 있을 테고 술을 파는 주막 아니 산장 하나는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발가락에 힘을 더 실어 겨우겨우 숲을 빠져나오니 정말 굴뚝에 연기 피워 올리며 우아하게 들어선 이쁜 산장 아니 비어가든 발견. 더 이상 못 올라가겠어. 여기서 맥주로 배 채우고 그냥 케이블카 타고 내려갈래.


오전 내내 네 시간이나 올라온 것이 마구 억울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1시간 반을 여기서부터 다시 올라가는 건 나에게 무리다. 맥주 한 잔을 들이키며 등산이냐 하산이냐 갈등을 했지만 모든 영광(?)을 포기하는 마음으로 하산행 케이블카를 탔다. 



에고~ 겨우 십분 만에 도착해버린 그 허탈감이란! 올라갈 때 네 시간이나 의지한 나무 막대기가 나를 비웃는다.

처음부터 산길이 아닌 정상까지 이동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바로 정상으로 올라간 일행은 전망대에서 보이는 건 비속에 안개뿐이라며 그냥 커피 한 잔 하고 하산하겠다며 문자를 날렸다. 그러나 고생 고생하며 네 시간이나 올라갔지만 내려다보지 못한 정상에 대한 미련으로 케이블카를 바꿔 타고 다시 정상을 향해 올랐으니.


.......... AlpspiX…….

바로 내가 기대하고 보고 싶었던 그 이상의 알프스 전망대가 거기 있었다.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가슴속이 후련해질 정도로 크게 함성부터 질러댔다. 그리고 비에 젖은 바지를 말릴 만큼 강해지는 햇살을 기분 좋게 맞으며 X자 전망대에 오래오래 앉아있을 작정이었다. 그러나 오 분 정도를 앉아 있었을 뿐인데 발이 시리고 몸이 차가워진다. 일행의 문자와 달리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해진 정상.


안개가 걷히면서 선명해지는 산 봉우리


오전에 자욱하던 안개는 모두 어디로 가고 이런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지. 나로선 중도 포기한 산행이라 더욱 정상에서의 맥주 한 잔이 그리웠는데 막상 정상에 올라서니 맥주 한잔 마시지 않아도 마구 취한다. 순간 엄청난 운무가 회오리 같은 바람과 함께 전망대로 몰려오는가 싶더니 다시 아무 일도 없는 듯 폭풍 같은 바람이 모든 것을 휩쓸고 사라진다. 그리고 다시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정말 정상에 서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진정한 알프스의 진풍경이다.


알프스픽스 정상에 올라서면 이런 평화로운 벤치들이 기다린다


산이 있어 산을 오른다는 말은 나 같은 초보한테는 어려운 일이고 산이 없어도 케이블카만 있으면 오르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나. 비록 기계에 매달려 올라온 정상이지만 내가 오늘 도전한 건 알프스 트레킹이 아니라 알프스 전망대의 절대 풍경이었다고나?


산을 올라갈수록 갈수록 날씨와 함께 시시각각 달라지는 쓰릴감이 알프스 트레킹의 참맛은 아닐까



이번 산행을 통해 알프스에서 배운 건 변화무쌍한 날씨만큼이나 변화무쌍한 알프스의 풍경을 보며 앞으로 나의 여행 또한 그렇게 다이내믹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사실이었으니. 비록 두발로 올라오지 않은 전망대지만 내 마음은 이미 여행자라는 이름으로 정상에 우뚝 올라섰으니. 오! 고마운 알프 스픽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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