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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캐런 Oct 27. 2017

한국 최초의 문화대사 이미륵 박사의 묘를 찾다.

뮌헨 여행 에피소드



뮌헨에는 며칠이나 머무르세요?”


뮌헨에 도착하자마자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어느 남학생이 얼떨결에 부탁한 봉투 하나를 주인한테 제대로 전달하는 일이다부탁받은 봉투를 두고 나가려는 순간 아저씨가 한마디 던진다피곤한 몸뚱이를 세워놓고 오래 얘기할 기분은 아니었지만 오래간만에 듣는 한국말에 반가움이 앞선다.


여행하면서 한국 생각  나세요여기 한국 커피나 한잔하고 가세요


 외국에서 오래 살다 보면 한국의 아름다운 정이나 인심을 잃게 마련인데 주인아저씨는 먼저 말을 건네며 객에게 친절을 베푼다커피를 즐기지는 않지만 한국에서 건너온 인스턴트커피를 무시할 만큼 커피를 싫어하지도 않는다. 


“혹시 여행 중에 뮌헨에 한국 사람 묘가 있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으세요?”
아뇨누구신데요?”
혹시 이미륵 박사라고 아시는지?”


그래도 여행  다닌 사람 축에 속하는데 적어도 유럽은 매년 두세 번씩 오는 곳인데이럴 수가! 한국의 커피 맛도 잊은  뜻밖의 정보에 오히려 당황스럽다피곤하던 마음은 어디로 가고 호기심이 머리에서부터 삐쳐 올라온다지하 주차장으로 잠깐 들어간 아저씨는 창고를 뒤적이는가 싶더니 이내 먼지 묻은 자료  묶음을 내놓는다.


압록강은 흐른다(외) -이미륵-

 (일제 탄압을 피해 독일로 망명한 후 또다시 나치 독일의 탄압 속에 살아간 자신의 일대기를 그린 자전적 소설)


1899~1950 (본명 이의경)


제법 두께가 되는 책은 비록 낯선 제목이지만 독일에서 만난 한국어라는 사실에 놀랍기만 하다아저씨는 무슨 연유로 이런 자료들을 고이 보관하고 있었던 것일까


1899년 황해도 해주 출생. 본명 이 의경. 아명 미륵. 별명은 정쇠이다. 잘생긴 대한민국 남자의 흑백사진 한 장과 함께 그에 대한 짧은 이력이 첫 페이지에 적혀 있다. 뮌헨에서의 일정이 비록 갑작스럽게 공동묘지로 향하고는 있지만 가게를 아내에게 맡기고 손수 운전대를 잡고 있는 아저씨 또한 보통 정성이 아니다. 매년 뮌헨에 들러 머물다 가면서도 이런 정보 하나를 제대로 접하지 못했으니. 독일 하고도 이곳 뮌헨에 한국 사람의 묘지가 있을 줄이야. 이미 여러 차례 이미륵 박사에 대한 언론 취재에 도움을 주었던 아저씨로서는 객이 굳이 질문하지 않아도 알아서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1920년에 독일에 와서 뷔르츠부르크 및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수학, 1928년 뮌헨 대학교에서 동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미륵 박사1946년 자전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를 독일어로 발표한 그는 전후 독일 문단의  비중을 차지했다한때는 독일의 최우수 독문 소설로 선정되어 인기를 독점할 정도로 왕성한 작가 생활을 했지만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1950년 뮌헨 교외 그래펠핑에서 타계했다.



독일 작품을 통해 한국  동양 사상 그리고 우리의 정신문화를 서구의 기계주의 문명에 투입시켜  그에 대한 방송가의 취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비록 박사 개인에 대한 생의 자세한 기록은 없지만 세상에 밝혀지지 않은 아름다운 대한민국 청년에 대한 흔적을 찾으려는 방송가의 취재가   열기였다고 한다.


 한국어로 번역된 그의 작품들 



묘지 근처에는 꽃가게가 없으니 이곳에서 꽃을 사도록 하죠


따가운 햇살에 눈이 부시어도 묘지로 달려가는 긴장된 마음에 잠시의 피곤을 잊고 드라이브에 취해 있었다뮌헨을 완전히 빠져나와 시골 분위기가 물씬 나는 작은 마을이다노란 해바라기가 함빡 웃음을  꽃다발로 큼직하게 골랐다노란색이 주는 미학에 정신을 잃고 코에 향기를 묻히며 꽃가게를 나선다관리받지도 관리받을 수도 없었던 무덤은 남은  옆에 끼어 잡초 넝쿨 아래 오랜 세월 숨어 있었다고 한다최초의 한국인 문화대사  미륵 박사에 대한 독일 교민들의 노력으로 1995년에서야 비로소 현재의 자리로 이장이 마무리되었단다.



눈에 익은 화강암 비석만 봐도 주인의 국적을 알겠다또렷하게 한국어까지 적혀 있으니 누가 봐도 대한의 무덤이다지붕을 올린 비석을 중심으로 주변은  정리가  되어 있다그동안 다녀간 높으신 분들이 심어놓은 크고 작은 기념수들로 묘지는 더욱 이쁘게 단장되어 있다잘생긴 박사의 미소 띤 얼굴을 보니 당시 독일 유학 시절 얼마나 많은 여인들의 인기를 받았을까 짐작해 본다. 비록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이 곳에 묻히고 말았지만 그를 존경하는 많은 독일 사람들은 아직도 그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단다.



‘내 죽으면 꼭 닥터 리 옆에 묻어다오’

 

박사 무덤 오른쪽 뒤편에는 어느 여인의 무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자리를 잡고 있다죽어서라도 박사와 함께 하겠다는 그녀의 유언대로 비록 나란희는 아니지만 박사 무덤 가까이 묻어주었단다살아생전 박사에 대한 덕망과 존경을 죽어서도 함께 하겠다는 그녀의 유언 앞에 가족들도  말을 잃었다.


아무리 시골 공동묘지라지만 이 곳은 독일 사람이라도 쉽게 묻힐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데…. 그런 곳에 묻힌 이미륵 박사의 생애가 독일인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주었는지 객도 상상만 할 뿐이다. 한적한 시골 그래펠핑 묘지는  남자의 고독한 유학 생활과 아름다운 생의 기억들을 고스란히 묻고 있지만 햇살 눈부신 오후에 묘지로 향한 발걸음은 행복하기만 하다. 



솔솔 한 바람에 이마에 송근 땀방울을 식히며 차디찬 비석을 만져본다. 이 특별한 촉감은 오래도록 객의 마음에 촉촉이 스며들 것 같다. 앞으로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에 들러 가기를 기도하면서………





자세한 내용은 이미륵 박사 기념사업회 홈페이지를 참고하세요 ---> http://www.mirokli.com/zbxe/ 


                                       - 1899년 황해도 해주 태생 (본명은 이의경) 

                                       - 어머니가 미륵보살에게 기도하여 낳은 아들이라 하여 아명을 ‘미륵’으로 함.

                                       - 경성의학전문학교 3학년 재학 중 3.1 운동이 일어나자 학생활동에 가담.

                                       - 활약 중 일본 경찰의 탄압을 피해 상해를 거쳐 독일로 망명

                                       - 독일에서 인고의 노력 끝에 1928년 뮌헨대학교에서 이학 박사를 취득.

                                       - 주로 창작활동에 열중, 민족적인 성향이 짙은 단편적인 문학작품 발표.

                                          독일어로 작품을 발표하여 각종 신문, 잡지에 수시로 게재.

                                       - 작품 배경이 대부분 한국을 배경으로 한 동양문화의 전통과 풍습이 주제.

                                       - 1946년 발간된 <압록강은 흐른다>는 독일 문단을 발칵 뒤집어놓은 화제작.

                       

                                       - 30년간의 독일 생활을 통해 보여준 휴머니즘과 그의 아름다운 인간상은 타계 후에도 오랫동안 독일인들의 가슴에 잔잔히 남아 그의 생활과 문학 그 자체가 본질적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과 인류에 대한 동경을 기반으로 하여 문학적 평가 또한 뛰어남.


<찾아가는 방법 >


뮌헨에서 전철 U6(Klinkum Gro B hadern행)을 타고 약 20분 이동, 'Gro B hadern'역에서 하차 후 전철 뒤쪽 방향 출구 쪽으로 나옵니다. Wurmtalstrasse 바로 모퉁이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268번을 타고 (Planrgg 방향) 4번째 정류장인 'Neuer Friedhof'에서 하차합니다. 버스 하차 후 오른쪽 오르막길로 가면 공동묘지가 보이고, 철문(후문)으로 들어가 제일 왼쪽 담을 끼고 걷다가 중앙에 수도와 화단이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바로 끝에 이미륵 박사의 묘가 있습니다. (묘소 번호는 14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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