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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캐런 Jan 23. 2018

독일에서의 특별한 경험 고성 호텔에 머물다

라인강변을 따라 만난 작은 마을


독일의 젖줄이라는 라인 강줄기를 따라 기차로 이동하거나 배로 유람을 하다 보면 왼쪽 오른쪽으로 쭉 이어진 산자락에 눈에 띄게 퇴색된 웅장한 건물들이 있다. 어떤 여행자던지 한 번쯤 중간에 멈추어 카메라를 꺼내 찍게 되는 바로 그 말로만 듣던 고성들이다. 문명의 이로움 속에 모던하게 살고 있는 현대인이지만 잠시 현재를 잊고 과거의 시간 속으로 한 번쯤 들어가고 싶게 만드는 곳이다.


말로만 듣던 그 비싼 고성 호텔에서 단 하루는 머물고 가야 나도 독일 여행을 제대로 했다고 명함을 내밀 수 있지 않을까? 가난한 여행자의 주머니에 구멍이 나더라도 그 일박의 행복을 기억하며 독일 여행을 멋지게 기억하겠지?



엘리베이터도 없이 삐걱거리는 목조계단을 밟으며 올라갈지언정 백 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침실에서 편안한 휴식의 잠을 들고 싶다. 지친 육신의 억울한 여행자의 심정을 잊고 잠시 딴 세상으로 일탈의 시간을 가져본다.


성 호텔 창가에 앉아 한잔의 와인을 걸치고 보니 또 다른 상념들이 올라온다.



안주 묻은 손가락 사이로 담배를 피우며 또 다른 한 손으로 가슴을 쥐어뜯는다. 한 사람을 보내야 하고 한 사람을 받아야 한다. 가슴을 치며 눈물을 쥐어짜지만 결국 나는 어느 누구도 나는 사랑할 수가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바보같이 다가오면 도망갈 이유를 만들고 떠나가면 위로할 변명을 찾고 있다. 마지막 한 모금의 와인을 털어 마시며 어쩔 수 없이 올라오는 한숨을 짓는 건 지금 마시는 건 술이 아니라 나 자신이기 때문...  

  

사랑이란 단어를 나는 과연 이해하고 있는지 

사랑이란 기적을 나는 과연 믿으려고 하는지    


하늘의 구름은 색깔을 바꾸며 시간 따라 제 멋을 내고 있는데

어리석은 인간의 색채는 세상 속에서 무채색으로 변해만 간다 



너무 좋은 곳에 머물러도 오히려 딴생각이 나는 나도 지극히 나약한 인간일 수밖에 없는 것인지. 화려한 데코레이션도 특별한 인테리어도 없지만 사람을 끄는 특별한 무드가 고성 호텔에는 존재한다. 왕족의 기분으로 캐슬에 머무른 일박의 아침은 고즈넉하고 촉촉하고 우아하기만 하다. 그러나 불어오는 강바람에 가슴을 열어젖히면서도 허전한 옆구리를 쓰다듬으며 딴생각을 하는 건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이기 때문? 


오늘도 유유히 라인강은 흘러가고 있다. 강둑에 이어진 철로를 달리던 지상의 기차소리는 밤새 나그네의 잠을 설치게 했지만 성벽에서 잠든 아침은 황홀하기만 하다. 가끔은 나도 딴 세상에서 다른 모습으로 잠들고 싶다.  


고성 호텔의 발코니에서 라인강이 보인다



유서 깊은 의미의 벽돌들과 화려한 성의 역사가 세월 속에 제 기운을 잃고 강바람을 맞으며 산 위에 서 있다. 빛바랜 성벽에는 낙엽만 쌓여 세월의 무상함을 말하고 있지만 강바람 속으로 쓸려가는 먼지를 붙잡을 수는 없다. 특별한 일박을 꿈꾸던 여행자의 뇌리는 아름다운 기억 속에 캐슬에 비친 따스한 햇살을 기억하리라.


오늘 아침도 또다시 새로운 행진을 꿈꾸며 아쉬운 여운으로 가방을 꾸려야 하지만 가방을 잠그는 손에는 오늘따라 힘이 들어간다. 어디를 가도 어디에서 머물러도 아름다운 독일, 감동의 독일은 존재한다. 오늘따라 라인 강의 흐린 물줄기가 더욱 세차게 굽이쳐 흐른다.






숙박비 : 예약은 필수. 1박에 약 100~ 300유로 (룸타입에 따라 가격 다양)

참고 사이트 : 고성 호텔 협회 (www.european-castle.com



<독일의 라인강 정보>



로만틱 라인의 양쪽 강변에는 25개 남짓한 성이 있다. 60km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구간이지만 이렇게 많은 고성들이 자리한 것 자체가 같은 유럽권에서도 신기할 정도다. 강변을 따라 유람을 하거나 철로를 따라 달릴 때 산 정상과 산허리에 남아있는 고성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라인의 풍경을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들은 관광객을 위해 지은 것이 아니다. 대개 11~13세기에 난공불락의 군사적 거점으로 지어진 것들로 당시 독일은 통일국가의 형태가 아니라 크고 작은 국가들이 군웅할거하던 시대였다. 라인강은 이 지방의 중요한 물자수송로로 통행세 징수 등 라인강에 대한 지배권을 가지게 될 경우 그 이익은 막대했다. 강을 따라 있는 영토라면 아무리 작아도 충분히 얻을 가치가 컸기 때문에 모든 제후들이 앞다투어 여러 곳에 성을 만들었다. 이 성들이 크게 파괴된 것은 17세기에 일어난 30년 전쟁과 팔츠 전쟁 때였다. 특히 1688년에 시작된 팔츠 전쟁은 루이 14세에 의한 라인란트 침략 전쟁으로 독일의 군소 봉건영주의 군대가 대국 프랑스 앞에 무력으로 전혀 승산이 없었던지라 팔츠는 초토화되고 말았다. 하이델베르크 성도 이 전쟁 때 파괴되었으며 라인강을 따라 위치한 대부분의 성들이 같은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산 중턱이나 산 정상에 자리하고 있는 고성은 라인 강만의 풍경으로 라인강이 이 지역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담당해 왔는가 그역 사를 말해준다






<고성가도 여행정보> 

루트는 동서냉전이 끝난 뒤인 1994년에 만하임에서 뉘른베르크까지 이어진 1,000km 도로가 밤베르크, 바이로이트를 거쳐 고성가도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인 프라하까지 연장되면서 유럽 최대의 관광코스가 되었다. 


만하임 - 하이델베르크-하일브론-슈베비슈 할-로텐부르크-안스바흐-뉘른베르크-밤베르크-코부르크-쿨룸바흐-바이로이트-마르크트레트비츠-체브-카를로비바리-플제니-프라하


신성로마제국에 속했던 역사를 공유하는 독일과 체코는 고성의 구조도 같고 뉘른베르크 성도 프라하 성도 모두 카이저 부르크(신성로마제국 황제의 거성)로 알려져 있고 독일에는 2만여 개의 고성이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서도 고성가도, 특히 넥카강 유역은 수 많은고 성이 집중되어 있는 지역이다.

(참고사이트 www.burgenstrasse.d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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