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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캐런 May 27. 2018

객의 영혼도 머물고픈 호반의 휴양지 슬로베니아 여행후기

슬로베니아 블레드 성

* 찾아가기 :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리야나의 북서쪽으로 51km 떨어진 블레드까지 정기적으로 다니는 직행 버스와 인근 아래 마을에서 다니는 기차가 있다.

(경치를 즐기려는 사람은 기차 이용을 권한다. 소차 계곡(Soca Valley)을 지나는 노선이 특히 아름답다고) 






서유럽을 돌다 돌다 어느 날 귀동냥으로 들려온 정보에 무작정 찾아간 곳. 

화려한 대리석에 너무 감겨버린 필름을 정리하고픈 마음에 물어물어 찾아간 곳. 

멋진 도심의 교회 첨탑과 엽서 같은 시티 포커스에 지쳐 일부러 찾아간 곳.


그러나 바로 그곳에서 엽서보다 더 아름다운 ‘호수’를 만났고, 

웅장한 대리석 건물보다 더 멋진 ‘성‘을 보았다.  


블레드 호수 그리고 블레드 성.


익숙해진 직선의 철로에서 벗어나 꾸불꾸불 매연을 내뿜으며 달리는 버스.


오래간만에 경험하는 교통체증에 멀미는 나지만 스산한 동유럽의 아침 바람에 옷깃을 올려야 한다. 몇 번을 졸다 자다 깨다 반복을 했거늘 기사 아저씨의 하차 신호는 오지 않고 익숙하지 않은 버스 이동에 불안이 엄습하지만 객의 마음은 왠지 일탈의 욕구를 충족하며 달려간다.


시내에서 3시간 넘게 달려가야 하는 유명세가 사뭇 궁금하지만 객의 생각을 정리할 새도 없이 정신없이 내려버린 소박한 동네. 표시판도 없는 정류장과 안내소도 없는 마을에서의 아침이 불안하지만 정류장으로 몰려드는 여행자들의 활기찬 배낭에서 객의 마음은 놓인다. 그러나, 골목골목 아무리 다녀도 눈에 띄는 성이 없다.  



“저기요? 이곳에 무슨 캐슬이 있다고 하던데 어디에 있나요?” 


호수가로 산책을 나온 할아버지의 심플한 손짓에 올려다본 산 꼭대기.

바로 그때 절벽 위에 우뚝 선 그 무엇이 나무 숲 사이로 살짝 보이는 게 아닌가!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주말 아침이라 그런지 산길은 너무 조용하고 인적은 어디에도 없다.

이 길이 맞긴 맞나? 유명하다고 하더니 어찌 이리 조용한 겨?


아름다운 자연에 동화된 평화로운 마을은 복잡하고 웅장한 서유럽의 일상을 탈피하는 통로로 충분히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곳까지 이끈다. 이런 비밀스러운 장소에서 은밀한 휴식을 취하며 살았을 한 세상의 지배자들이 필름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합스부르크 제국의 권력 이후에도 유고슬라비아 시절 가장 부유했다는 슬로베니아의 현재가 이곳에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1850년 좋은 미네랄이 다수 함유된 광천수를 발견한 스위스의 아놀드 리클리 의사가 이곳에 요양소를 설립한 이후 전 유럽에 블레드가 알려지기 시작했다는데, 생각 없이 일탈의 욕구만을 안고 달려온 객은 지금 이곳에서 몸에 좋다는 광천수보다 마음으로 스며드는 호수 물에 감동을 하고 있다.


'햇볕이 잘 드는 알프스의 나라‘ 슬로베니아


어느 여행길에 알고도 지나치고 모르고도 만나게 되는 우연치곤 너무나 큰 선물이다. 절벽 위의 성이라서? 호수 위의 성이라서? 산들산들 가을바람에 기온차를 느끼면서도 더 오래 더 많이 거닐고 싶은 이곳의 정취는 긴 여행에 지친 객의 영혼을 자연스럽게 내려놓게 한다.


절벽 위에 우뚝 선 성도,

거울처럼 맑은 호수 물도,

동화처럼 앙증맞은 섬도,


모두 모두 아름답지만 무엇보다 이 도시 블레드의 보석은 아직까지 훼손되지 않은 자연경관과 나그네를 홀리듯 머물다 가게 하는 무언의 압력 바로 그것이다. 


김일성도 이곳 경치에 감탄해 회담이 끝나고도 2주나 더 머물다 갔다는데 한가로운 나그네는 이곳에서 얼마나 더 놀다 가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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