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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캐런 Jun 28. 2018

발트 3국에서 시도한 기차여행 그러나~ 아쉬움만...

에스토니아 자유여행

발트 3국에서 시도한 기차여행 그러나 ~ 아쉬움만 남기고...




보통 우리가 통칭해서 말하고 있는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으로 입국하기 위해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스칸디나반도를 통해 배로 들어가야 한다. 물론 러시아 쪽에서 기차를 타고 가는 방법은 있지만 유럽 쪽에서 바라보면 러시아를 통해 들어가기보다는 스톡홀름이나 헬싱키에서 대형 페리를 타고 - 나이트클럽과 바 및 공연이 가능한 행사장 시설까지 갖춘 거의 크루즈 수준의 선박 -탈린(에스토니아 수도)에서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나의 이번 입국 역시 배로 시작되었지만 나름의 목적은 기차여행이었다. 사실 이쪽 발트 3국들을 한국에서 보면 상당히 멀고 낯설게 느껴진다. 그래서 더욱 호기심이 당기는 여행이기도 했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결코 기차여행이 만만치 않은 곳이었다.


북유럽 쪽에서 엄청나게 큰 배를 타고 1박 2일을 배에서 먹고 자면서 도착한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

도착하자마자 달려간 역 창구 아줌마는 객의 마음도 모르고 딴소리를 한다.



“빌리누스까지 기차여행을 하려고 하는데요?”

“NO TRAIN BUS ONLY”


뭐? 기차가 없다고 그럼 여기 놓인 철로는 어디로 가는 것인고? 혼잣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일까?


“RUSSIA ONLY NO TRAIN"


이런! 러시아로 가는 열차만 있다고?


탈린에 도착하자마자 기차표를 끊고 여유 있게 시내 구경을 할 생각이었는데 이럴 수가! 처음에는 성수기라 기차표가 매진된 줄 알았다. 그래서 ‘그럼 어디로 가는 표를 구할 수 있냐’고 했더니 아예 인터내셔널 열차는 운행을 하지 않는단다. 



머시라고? 도착하자마자 접한 뜻밖의 상황에 창구직원의 말을 받아들이는 데는 한참이 걸렸다. 기차역은 저렇게 번듯하게 잘 만들어놓고, 철로도 저렇게 곧게 잘 닦아놓았는데 뭐 기차는 오로지 러시아로 가는 열차만 있다고? 그럼 이곳에서의 철도의 목적은 사람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어떻게 러시아로 가는 기차밖에 없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밤늦게 출발한다는 러시아 성 페테르부르크행 야간열차가 오후부터 저렇게 플랫폼에 혼자 서있는 걸 보니 조금은 상황을 알 것도 같다. 갑자기 머리가 아득해진다.


빌리누스 기차역


그래 저기 서 있는 저 기차라도 일단 사진으로 담아두자 싶은 생각에 카메라를 꺼냈다. 순간 부슬부슬 내리던 비에 심한 바람이 더해지면서 들고 있던 우산을 플랫폼 아래 철길 위로 날려 버린다. 어차피 기차도 못 탈 거니 그냥 철길이라도 내려가 보라는 뜻인가? 계획과 달리 기차표를 구하지 못하고 - 아니 구할 수도 없고 - 멍하니 플랫폼에서 비만 맞고 섰다.


이대로 기차여행을 포기할 것인가~


결국 일정을 바꾸어 바로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 리누스로 바로 가려던 생각을 접고 중간에 끼인 라트비아를 통해 천천히 버스로 이동하기로 했다. 덕분에 도착한 첫날부터 여행다이어리가 (뒤죽박죽 된 일정으로) 지저분해지고 말았지만 사람을 태운 열차가 아예 운행을 안 한다는 건 상상밖의 일이었다.


서고 보니 여행을 하면서 기차를 타기 위해 일부러 기차가 있는 도시를 찾아 버스로 돌아가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야간 버스를 타고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까지 1차 이동,

리가에서 리투아니아 국경을 지나서 만난 작은 도시 '시아울리아이'까지 버스로 2차 이동,


최종적으로 리투아니아까지 완전히 넘어가서 시아울리아이~빌 리누스 구간의 국내 열차를 타기로 함.

- 러시아행을 제외한 모든 국제열차는 불가 -



“빌리누스로 가는 기차 시간표를 알고 싶은데요?”

“기차는 무슨? 그냥 터미널에서 버스 타고 가세요, 차도 자주 있고 요금도 싸니까요”


리투아니아 시아울리아이에 도착하자마자 시내 구경보다 빌 리누스로 가는 기차표부터 알아보았다. 그러나 여기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왜 기차를 타려고 하냐며 그냥 버스를 타라고 말한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기차여행 아니 그래서 더욱 오기가 생기는 발트 3국의 열차다. 


일단 푹 자고 나서 아침부터 기차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서둘러 체크아웃을 했다. 다행히도 내가 묵은 숙소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기차역이 하나 있었다. 숙소를 나와서 대로를 따라 쭉 직선으로 걸어가니 노란색의 화사한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처음에는 동네 무슨 관청이나 적어도 역사적 의미의 박물관인 줄 알았다. 일단 이 도시는 전체적으로 도시 자체에 그렇게 눈에 확 띄는 건물이 있다거나 웅장한 빌딩이 없어서 멀리서도 한눈에 확 띄는 참 이쁜 노란색 건물이 하나 있는데 와~ 기차역이다.



우와~ 기차역이 이 도시에서 제일 이쁜걸, 과연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으려나? 이런! 정말 노란색의 화사한 역 건물만 한채 덩그러니 서 있고 주변은 아무 시설도 없다. 너무나 황당하게 정말 덩그러미 한동의 노란색 건물만 있고 휑하니 주변이 비었다는 사실이 더 놀라울 따름이다. 뿐만 아니라, 외관이 이쁜 건물의 풍채와 달리 내부는 깜짝 놀랄만치 썰렁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기차역 풍경과 함께 다양한 기차 사진을 좀 찍으려고 하는데 역 안으로 들어가 봐도 사람도 없고 더 놀라운 건 철로에 기차조차 안 서있는 역풍경에 그냥 웃음이 나온다. 어제 숙소에서 내려다볼 때만 해도 눈에 확실하게 띈 건물이 알고 보니 동네 기차역이었던지라 내심 기대를 했는데 이런~


하긴 건물이 이쁘다고 내부까지 객의 마음을 이쁘게 할 순 없지만 이건 심하다. 

- (건물 안에는 딱 3개의 내용물(?)이 있는데 티켓 창구, 유인 짐 보관소, 외국인을 위한 티켓 대행 판매소뿐) -


더 놀라운 사실은 기차역도 생각보다 상당히 크고 철로도 많이 놓여 있는데 서있는 기차가 한 대도 없다는 사실. 쿵!




한 시간 이상 남은 시간을 기차역에서 사진도 좀 찍으면서 즐겁게 보낼 생각으로 더 일찍 체크아웃하고 나왔는데 이럴 수가! 차 한잔 기분 좋게 마시며 쉴 카페조차 없는 역이 그저 당황스럽기만 하다. 결국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주차장 옆에 어설프게 들어선 가건물로 일단 들어갔다.


"샌드위치랑 맥주 하나 주세요?"

"우리 집은 맥주 안 팔아요, 저 집에서 사세요"


what? 물건도 나누어서 판다고?

철로 들어가는 입구 우측에 난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니 미니 슈퍼 같은 점빵이 하나 있다. 정말 그랬다. 자세히 보니 이 집은 저 집에 없는 물건들을 팔고 있다. 즉, 이 집에서는 저 집에서 파는 먹는 빵 종류 즉, 샌드위치 같은 게 전혀 없고 그냥 슈퍼라서 과자나 스낵 또는 주류와  음료수 등을 팔고 있다. 



결국 역전에 두 개 있는 가게를 들락날락하며 필요한 물건을 알아서 골라 사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공산당(?)스럽다. 크크~ 이해를 하고 싶어도 오해가 되는 이런 상황에서 그래도 맥주 한 병 구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건가?


일단 배낭을 맡겨놓고 역 주변 좀 산책해 볼까? 

이런 손님도 없는 역에서 무슨 짐 보관비가 맥주값보다 더 비싼지.


이건 여행자 보고 짐 맡기지 말고 들고 다니란 말이다 ((배낭 1개당 보관료가 3 LTS이고 맥주 한 병은 2.60 LTS이다). 그냥 배낭을 끌어안고 (갈데오 없으니) 철로를 전망 삼아 맥주나 마셔야겠다. 그러나 아무리 맥주에 샌드위치로 배를 채우며 시간을 보내도 채 30분이 안 지난다. 


더디게 흘러가는 이곳에서의 지루한 시간을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싶지만 그저 기차역에 펼쳐진 풍경이라곤 주차장 그리고 노란 건물 하나와 텅 빈 철로뿐이다. 지나가는 기차나 손님들이라도 제대로 카메라에 담고 싶은데 어찌 된 일인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는 지나가는 화물열차는 많아도 타고 내리는 사람이 없다. 



그러고 보면 역 중앙에 근사하게 걸린 모스크바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가 새삼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서유럽의 모든 길이 한때 로마로 향했던 것처럼 이곳의 모든 철길들은 러시아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학교 다닐 때 배웠던 구 소련, 바로 그 사연받고 정치적으로 복잡한 그때의 흔적인지도~

그러니 옆 나라로 가는 승객용 기차 같은 건 필요도 없고 러시아로 가는 수송용 화물열차만 있을 수밖에.


마치 러시아를 가지 않아도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황량한 바람을 맞은 듯 멍하다. 매점 언니랑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싶어도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 언니들은 무엇이 재미있는지 대낮부터 맥주 나발을 불며

카메라를 들고 재미없게 왔다 갔다 하고 있는 나를 보며 히히덕거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그래 내가 여기까지 기차 타러 왔지 무엇을 더 바라리오 그냥 조용히 기차나 기다리자. 그러고 보면 기차 한번 타겠다고 여기까지 와서 아침부터 서둘러 역으로 나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내가 더 우습다. 기차 한대 서있지 않는 황량한 철로를 보며 히야시도 안된 맥주를 마셨더니 바로 취기가 올라온다. 


그래도 이웃나라 북유럽에서 마시던 맥주보다 반값밖에 안되어 마음은 가볍지만 어쩌면 이 나라에서는 이렇게 기차역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것조차 사치는 아닐는지~..






<참고사항>

발트 3국 (Baltic states, Baltic countries)은 발트해 동쪽의 3국을 지칭하는 말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지칭한다.  발트해 연안국이라는 명칭이 좁은 의미에서 발트 3국에 한해 쓰이는데 발트 3국은 세 나라의 면적을 모두 합쳐도 러시아의 100분의 1 가량에 불과한 작은 나라들로 발트 해 동부 연안의 저평한 지역을 차지하고 있다. 


지형은 대부분의 지역이 매우 평탄하며, 가장 높은 곳도 300m가량. 기후는 냉대에 속하여 춥고 긴 겨울을 가지고 있지만, 대서양과 발트해의 영향도 강해 위도에 비해서는 비교적 온화하여, 같은 위도의 러시아 내륙에 비해서는 훨씬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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