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일상은 기적으로 가득하다.

숨은 감사 찾기

by 누스

한 밤중에 곤히 자고 있던 둘째의 숨소리에서 갑자기 거슬리는 쇳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아픈 곳 하나 없이 여느 때처럼 잘 놀던 아이였다. 몇 분이 지나자 쇳소리가 더욱 날카로워지더니, 이윽고 아이가 컹컹 거리는 강한 기침을 내뱉으면서 발작하듯이 울기 시작했다.


작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멀쩡하게 잘 놀던 아이가 밤중에 갑자기 컹컹거리면서 호흡 곤란을 일으켰었다. 급성 폐쇄성 후두염이었다. 그때는 경황이 없어서 허둥지둥 대던 사이에 아침에 되어버렸지만, 이후 소아과 전문의를 통해 밤중에 아이가 숨을 못 쉬면 응급실로 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를 떠올리며 이번에는 바로 119를 불렀다. 휴일이 시작되는 밤인 데다가 의료 파업까지 겹친지라 소아를 받아주는 병원을 물색하는 데만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그렇게 입술이 푸르스름해진 아이를 품에 안은 채 구급차에 올랐다. 구급차도, 산소호흡기를 두른 아이의 모습도 난생처음이었다.


주변에는 수용 가능한 병원이 없어서 좀 멀리 떨어진 병원으로 갔다. 그곳 역시 입원은 어려웠지만 당장 숨도 잘 못 쉬는 아이를 두고 찬물 더운물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검사 결과, 다행히 폐에는 문제가 없었고 호흡기 치료를 마친 후에 퇴원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는 그제야 몸이 편해졌는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다가 이내 내 품에 고개를 파묻고 잠이 들었다. 나도 몇 시간 만에야 12kg짜리 아들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주 아주 오랜만에 늘어지도록 늦잠을 잤다.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세상에 어느 하나 우연히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심장으로 가는 혈관 하나만 막혀도, 목이 부어올라 숨 쉬는 길이 조금만 좁혀져도 일상은, 아니 인생은 속절없이 무너질 수 있다. 익숙함에 둔해져서 알아차리지 못할 뿐 일상은 기적으로 가득하다. 우리 아이의 호흡처럼.

keyword
이전 10화사랑하는 동생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