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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스 Dec 02. 2022

연년생 동시에 달래서 재우기

유연하면 가능

  새벽 5시, 우리 부부는 조용히 작전을 수행한다. 잠든 둘째를 품에 안은 내가 첫째와 남편이 자는 방으로 간다. 남편은 매트리스에 어떠한 진동도 생기지 않도록 조심스레 일어나 기저귀 카트를 가져온다. 내가 두 아이 곁을 지키는 동안, 남편은 바람을 가르는 닌자처럼 잽싸게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집을 빠져나간다.


  그때부터 약 3시간가량 나는 “두 아이 안 깨우기” 작전을 마저 수행한다. 가장 큰 고비는 6시경에 울리는 둘째 녀석의 배꼽시계이다. 젖 먹을 때가 되면 컹컹거리기 시작하는데, 이때 잠귀가 밝은 첫째가 깜빡 잠이 든 나보다 먼저 그 신호를 알아차리면 작전은 실패한다. 이 단계를 넘어선다 해도 첩첩산중이다. 젖을 먹다가 공기가 들어가서 컥컥 거리는 소리, 트림을 시키느라 등을 두드리는 소리, 하다못해 수유 자세를 취하느라 사각사각하는 이불 소리에도 첫째는 잠에서 깰 때가 있다. 그저 수유 ASMR 정도로 여기며 다시 자주면 좋으련만, 20개월 아기에게 젖 먹는 동생이란 호기심과 질투심을 자극하는 강력한 알람인가 보다. 게다가 엄마 담력 테스트라도 하려는지 하루 중 가장 세차게 용트림을 해대는 둘째 녀석… 야속하다. 야속해.


  작전 실패에는 무서운 벌칙이 따른다. 바로,

두 아이 동시에 달래서 재우기


  새벽에 둘이 한꺼번에 울기 시작하면 진짜 답이 없다. 첫째는 다시 잠들기 위해 “엄마 손”이 필요하다. 그냥 잡고 있든 토닥이든 간에 그야말로 엄마의 손이 자기 몸에 꼭 닿아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둘째에게 허락된 것은 남은 한 손. 이걸로 젖도 먹이고 트림도 시켜야 한다. 손이 두 개뿐이라 슬픈 나란 엄마는 갖고 있는 모든 유연성을 동원하여 다음의 자세를 취한다.


  (그림 실력의 한계로 자세가 너무 편안해 보여서 속상한데, 실제로는 훨씬 팔을 많이 꺾어야 한다. 그리고 제일 왼쪽에 있는 거 엄지손가락 아니라 둘째다.)

 이 순간을 위해 그리도 열심히 요가를 해왔던가. 누군가 연년생을 계획하고 있다면, 먼저 본인이 유연한지부터 자문하기를 권한다.


  다행히 오늘은 금요일이다. 적어도 이틀 동안은 작전을 수행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부부는 참으로 소박한 이 불금에 아이처럼 기뻐했다. 역시 힘든 세월을 버티려면 작고 귀여운 행복들을 자꾸만 찾아 누려야 한다. 끝으로, 저 방에서 첫째를 재우고 단잠에 빠져 있을 남편에게 전한다.


힘내자 여보. 앞으로 작전 300번만 더 수행하면 곧 둘째 돌이야 ^ㅡ^

* 표지 사진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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