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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스 Dec 20. 2022

사랑하는 동생 놈

연년생 남매의 더불어 살기

  동생이 태어났을 때 아이가 느끼는 감정은 배우자가 외도했을 때 받는 스트레스와 견줄 만큼 고통스럽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첫째가 상처를 받을까 봐 온 식구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동생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가끔씩은 애증의 감정이 불쑥 올라오나 보다. 아가를 사랑스럽게 쓰다듬고 껴안다가도, 문득 이 동생 놈에게 엄마 품을 빼앗겼다는 사실이 떠오르는지 얼굴을 꾹 누르거나 발가락을 깨문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나?


동생이 너무 예쁘지만, 오직 나만이 동생을 예뻐할 수 있다고.


  그래도 아니꼬움을 거르고 걸러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모습이 신통하다. 하루는 첫째가 “모기야!”라고 외치며 손바닥으로 동생의 머리를 내리쳤다. 여름 내내 모기를 때려잡던 엄마 아빠를 보며, 누군가를 몰래 패주려면 모기를 잡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모양이다.


  이렇다 보니 누나의 주 서식지인 거실에 둘째를 데리고 나가는 일은 마치 맨몸으로 사파리 투어를 가는 양 위험천만해 보였다. 그런데 엄마의 우려가 무색하게 우리 아들은 인간이 적응하지 못할 환경이 없음을 몸소 보여주었다. 이 녀석은 온갖 소음이 난무해도 잘 시간이 되면 곤히 눈을 감는다. 누나 너는 질러라, 나는 내 갈 길 가련다. 롤러코스터처럼 흔들리는 아기띠를 요람 삼아 코까지 골며 깊은 잠을 잔다. 살아남으려면 힘을 길러야 함을 깨우쳤는지 목도 일찍 가눈다. 맷집도 점점 세져서 웬만한 타격에는 쉬이 놀라지 않는다. 그러다 누나가 등원한 후 고요한 낮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큰 소리로 하고 싶었던 말을 한다.


옹알 옹알 옹알 옹알!


  미움을 승화시켜 모기를 잡는 누나와 영문 모를 핍박을 묵묵히 감내하는 동생이라니. 다 합쳐봐야 인생 2년도 안 되는 아가들인데, 서로를 견디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어른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결국 더불어 살려면 별 수 없다. 내 것을 포기하고 남을 견뎌야 한다.


* 표지 사진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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