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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스 Dec 30. 2022

엄마도 몰랐던 딸의 동요 실력

아이에게는 세상 모든 곳이 배움터이다.

  첫째의 어린이집 방학을 맞이하여 육아의 기쁨(과 고통)을 부모님과 나누고자 친정에 내려왔다. “손주랑 놀아주기 대회”가 있다면 전국 1등을 하고도 남으셨을 부모님이 계셔서 우리 아가들(과 나와 남편)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늘과 같은 어버이의 은혜이다.


  하루는 가정보육의 무료함을 달랠 겸 신나는 동요를 틀어놨다. 집에서 따로 노래를 가르친 적이 없기에, 기껏해야 딸아이가 리듬에 맞춰 엉덩이를 씰룩이는 게 다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에!


  악어떼 노래가 나오자 가사에 맞춰 엉금엉금 사방을 기어 다니다가 끝에 가서는 한 손을 높이 치켜들고 우렁차게 ”악어떼!”를 외치는 게 아닌가? 섬집아기 노래에 맞춰서는 “굴~ 아기~ 집~ 바다~다댱(자장)~ 팔삐(팔 베고)~ 잠이~”라며 첫음절을 따라 불렀다. 사냥꾼으로부터 도망친 토끼가 살려달라고 다급히 외치는 곡에서는 혼신을 다해 구조를 요청하는 메소드 연기를 선보였다. 비록 “살려주세요”가 아니라 “짜예요오옹”으로 들리긴 했지만.


  딸 너… 혹시 동요 천재야…? (예상치 못한 개인기에 놀란 엄마의 호들갑) 가끔 집에서 혼자 흥얼거리길래 노래하는 시늉만 하는 줄 알았는데, 제 딴에는 어린이집에서 배운 동요를 부르고 있었나 보다. 뜬금없는 연말 재롱잔치에 피로가 모두 녹아내렸다. 역시 세상을 이기는 건 귀여움이로구나.


  종종 딸아이를 보다가 “어?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라며 놀랄 때가 있다. 아이가 제 발로 걷고 세상과 소통하면서부터는 엄마가 다 알 수 없는 여기저기로부터 새로운 것들을 배워오기 때문이다.


  최근에 할미할비와 함께한 등원 길에서는 계단을 오르내리며 “하나, 둘” 숫자 세기를 연습했고, 아빠와는 식탁에 나란히 앉아 귤껍질 까는 방법을 익혔다. 때로는 발가락으로 컴퓨터 전원을 켜거나, 나도 모르게 “아이씨” 했던 것까지 따라 해서 어른들을 당황시키기도 했다. 엄청 작게 읊조렸는데 귀도 참 밝지…


 이렇듯 아이들에게는 만나는 모두가 선생님이고, 가닿는 모든 곳이 배움의 터전이다. 아이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세상을 둘러보다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상이 나타나면 이리저리 뜯어보며 탐구한다. 그리고 숱한 모방과 반복을 거쳐서 마침내 제 것으로 만든다. 딸아이가 박자에 맞춰 능숙하게 악어떼를 외치기까지도 이러한 과정이 있었을 테다.


  어른이 가르치는 것 같지만, 실은 아이가 배운다. 어른들은 그저 아이의 흥이 깨지지 않도록 박수치며 호응할 뿐이다.


* 표지 사진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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