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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스 Feb 04. 2023

브런치는 체력이다.

감기와 함께한 연말연시

  브런치 작가가 된 후로 가장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작년 12월부터 지금껏 감기 바이러스가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식구들을 괴롭힌 탓이다. 한 달 넘게 기침과 콧물을 달고 사는 첫째, 백일도 되기 전에 항생제 맛을 보고 중이염까지 얻은 둘째, 잦은 몸살 기운으로 타이레놀을 목발 삼아 버티고 있는 남편. 연말연시에 거의 붙어살다시피 하며 아이들을 돌봐주시던 부모님은 기침이 천식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나는? 엄살 없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다. 무용담(?)을 몇 개 풀자면, 임신 중 코로나에 걸렸을 때 타이레놀 한 알 없이 그냥 아프기, 귓속에 대상포진 생겼을 때 그냥 두통인 줄 알고 일주일 버티다가 얼굴 반쪽 마비되기, 무통주사 안 맞고 애 둘 낳기 등… 사실 이건 자랑이라기보다는 미련함에 가깝지만 여하튼 요지는, 나는 엄살과는 거리가 멀다는 거다.


  그런데 이번에는 A형 독감과 기관지염 앞에 무릎을 꿇었다. 독감 자체도 손에 꼽게 아팠지만 그 몸으로 아이들 병시중을 드는 게 더 힘들었다. 애들 약 챙기고 밥 먹이고 보채는 거 달래고 콧물 빼주고 병원 데려가고 틈틈이 내 약 먹다 보면 하루가 끝났고, 쓰러지듯 잠시 침대에 누웠다가 다시 새벽녘에 둘째에게 젖을 물리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한 달 하고도 반을 함께 했으면 잠시 헤어질 때도 된 것 같은데, 엊그제부터 첫째가 다시 39.5도를 넘나드는 고열로 꺼져가는 바이러스에 불을 지폈다. 그렇게 반려 감기가 일상을 헤집어놓는 동안 브런치는 자꾸만 뒷전으로 밀려났다.


  출간 작가도 아니고 출간할 작가도 아닌 것 같은 사람이 꾸준히 글을 쓰려면 결국 내적 동기가 강해야 한다. 보상이 없더라도 글쓰기 자체에 재미를 느끼거나 의미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튼튼하게 뒷받침하는 건 체력이다. 몸이 아프면 재미는 사치요 의미는 부담이다. 만사가 그러하듯, 결국 브런치도 체력이 있어야 한다.


  나를 다시 브런치로 돌려놓은 건 약간의 체력 회복과 한 번 시작하면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끈기(내지는 집착)이다. 일단 뭐라도 끄적인 후 재미와 의미를 되찾을 생각이다. 반려 감기가 연년생 엄마의 건전한 취미 생활을 얼마나 허용해 줄지는 모르겠으나, 하는 데까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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