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스 Jun 02. 2024

준비하려는 마음, 불안

안다고 생각했는데 몰랐던 감정 이야기 [9]

건강한 마음을 위한 소식지, 누스레터입니다. 


이번에도 면접에서 떨어지면 어쩌지?
요즘 장사도 안 되는데 다음 달 월세는 어떻게 내나…
몇 달째 소화도 안 되고 피곤하네. 혹시 큰 병에 걸린 건 아닐까?



    하루에도 몇 번씩 크고 작은 걱정거리들에 마음을 빼앗길 때가 있습니다. 주제는 천차만별이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걱정의 시점이 미래라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미래에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걱정합니다. 일이 틀어질까 봐, 사고가 나거나 병에 걸릴까 봐, 사랑하는 사람이 떠날까 봐, 재산을 잃을까 봐. 모두 불확실한, 그래서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의 일들에 해당하지요. 


    물론 어떤 과거는 불안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큰 위협이 되었던 외상(trauma) 사건들은 몸에 깊이 각인되어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마치 그 일이 다시 일어나는 것처럼 생생한 기억과 감각으로 재경험되기도 해요. 그럴 때에는 어김없이 강렬한 불안이 올라옵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좀 특수합니다. 오늘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불안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고 해요.


    온갖 걱정거리들은 불안과 함께 스멀스멀 우리들의 마음속으로 기어 들어옵니다. 우리의 몸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이내 비상 체제에 돌입합니다. 즉,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됩니다. 먼저 심장 박동이 증가하고 호흡이 가빠져요. 동공은 확장되고 혈관은 수축되지요. 느긋하게 밥이나 먹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느껴서인지 소화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정체 모를 위험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몸이 알아서 경계를 높이는 것이죠. 


    이렇게 긴장감이 바짝 올라온 상태가 되면 생각도 영향을 받습니다. 마치 새끼손톱만 한 작은 구멍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시야가 확 좁아져요. 그래서 다각도로 사건을 조망하지 못하고 가장 극단적인 한 가지 생각에만 매몰되곤 합니다.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거나 여러 관점을 유연하게 취할 만한 여력이 부족해서 그래요. 그래서 불안이 아주 높은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고집스러운 면모를 보이기도 합니다. 


불안을 잘 다루는 법

    <안다고 생각했는데 몰랐던 감정 이야기> 시리즈를 봐오신 분들이라면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불안 역시 그 자체만으로는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닙니다. 고유의 기능을 갖고 있는 감정일 뿐이지요. 감정은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서 해로울 수도, 유익할 수도 있어요. 특히 불안은 잘만 활용하면 어떤 일들에 지혜롭게 대비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불안을 다루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모호하다는 점이고, 둘째는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입니다. 이 두 가지 특성을 희석시키면 불안의 영향력도 줄어듭니다. 


    불안한 내용을 글로 옮겨 적어 보세요. 온전한 문장이 아니어도 되고 맞춤법이 틀려도 괜찮아요. 이건 눈에 보이지 않아서 정체가 모호한 불안에 “언어"라는 틀을 씌우는 작업이에요. 이 작업만으로 불안이 즉시 다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눈에는 보이게 됩니다. 막상 적어놓고 보면 머릿속을 유령처럼 둥둥 떠다니던 그것들이 한 문장도 채 되지 않는 짧은 내용이란 걸 발견하실 수도 있어요. 그럼 “에게게" 하며 한 번 비웃어 주세요. 그런 다음 다 적은 종이를 몇 번 접고 서랍에 넣어보세요. 불안을 봉인하는 거예요. 이제 안심하시고 다시 씩씩하게 살아가세요. 보름쯤 지났을 때 무심코 봉인해 두었던 종이가 떠오르면 한 번 펴보셔도 좋아요. 과거의 내가 얼마나 하찮은 일로 염려했었는지 확인하면서 용기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불안, 사실 그거 별 거 아니라고 말이에요.


    그다음으로는 시점을 현재로 옮겨와야 합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불안해하는 일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확실하게 일어난 일은 지금 여기에서 생생한 감각으로 느껴지는 현재뿐이지요. 미래로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현재에 더 단단히 뿌리를 내려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집중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거예요. 중독이 될 만한 게 아니라면 무엇이든 좋아요. 책상을 정리해도 좋고, 유명한 레시피를 보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봐도 좋아요. 불안이 눅눅하게 배어있는 자리를 당장 벗어나서 산책을 나가보세요. 컨디션인 좋은 날엔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슬슬 뛰어도 좋겠어요. 더운 날엔 시원한 음료를 한 잔 마시며 퍼즐을 맞추거나 컬러링 북을 색칠해도 재미있을 거예요. 어떻게든 여러분의 현재를 붙잡으면, 현재가 여러분의 마음을 지켜줄 거예요.


p.s/ 정신 건강에 대해 궁금하신 점을 댓글로 적어주시면 누스레터로 답해드립니다.



누스 레터(nous*-letter)는 마음의 전문가** 누스가 보내는 소식지입니다.

정신 건강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매주 브런치 스토리 매거진에 연재하며, 네이버 블로그에 공유합니다.

누스와 함께 건강한 마음의 태도를 만들어보세요.


* Nous는 그리스어로 정신, 마음의 태도를 뜻합니다.

** 보건복지부 공인 정신건강임상심리사 1급, 한국심리학회 공인 임상심리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몰랐던 감정 이야기" 시리즈를 정주행 해보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회복하려는 마음, 슬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