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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네 Jun 19. 2018

소설 <맨해튼 트랜스퍼>

1920년대 뉴욕이 궁금하다면


#맨해튼트랜스퍼 (1925년 출간) #존더스패더스 #세계문학고전100권


1. 1920년대 뉴욕 맨해튼이 배경이다. 표현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상세한지 마치 영화를 보는 듯 거리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흑백 시청각 자료로만 봤던,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일상과 성공을 향한 욕망, 허무함까지 자세히 들여다 본 듯해 신기했다. 


지금 우리세대의 상세한 기록을 담은 이야기들이 백 년후에 독자에게 읽힌다면 그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을까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고도 설렜다.


2. 장 폴 샤르트르의 추천사는 이렇다.


"존 더스패서스, 그는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다. 더스패서스가 발명한 것은 단 한 가지, 스토리텔링의 기법뿐이다. 그러나 그것은 한 우주를 창조하고도 남는다."

대중적 인지도는 비교적 떨어지지만 헤밍웨이, 피츠제럴드와 함께 미국문학사에서 '길 잃은 세대'를 대표하는 소설가라고 한다. 


3. 가장 인상에 남는 인물 중 하나는 초반에 어이없이 죽음을 맞이한 떠돌이 노숙자 버드 코르페닝이다. 건설현장에서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무일푼으로 길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에게 무시만 당하다가 우연히 어느 집에서 상한 음식을 대접받고도 토하지 못하고 배고픔이 두려워 꾹 참고 토할 위기를 넘긴다. 술을 마시고 상상에 취해있다가 자살 아닌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데 그런 인물이 (지금도 그렇지만) 얼마나 많았을까 싶어 씁쓸했다. 


4. 책에는 스무 명이 넘는 등장 인물이 나온다. 선원, 웨이터, 신문기자, 배우, 법률가, 공장노동자, 음식점 종업원, 밀주업자, 노숙자, 이민자 등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와 묘사가 나오지만 각각은 파편적인 조각으로 존재하는 느낌이다. 작가는 주인공을 '인물'이 아니라 맨해튼 '도시 자체'로 설정했다고 한다. 인물이 주인공이 아닌 소설이라니 처음 접해보는 프레임이 신선했다. '맨해튼 트랜스퍼'는 1910년부터 1937년까지 뉴욕과 저지시티 사이에 실존했던 펜실베니아 철도의 환승역이라고 한다. 


대도시에 살고 있지만 매일같이 지나다니는 저 높은 빌딩도 사실은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서울에 살면서도 여전히 서울을 알지 못하고 소외당하는 듯한 느낌은 1920년대 맨해튼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과 닮아있는 듯 하다. 비슷한 한국 소설로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비교되는데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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