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네 Dec 02. 2022

모두를 위해 모두의 안전이 보장되도록

튀르키예를 여행하며 놀란 점이 있다. 대형 버스 관련하여 운행 시간제한 규정이 있다는 것. 운전기사는 하루 최대 9시간 이상 운전할 수가 없고, 4시간 반을 운전하면 반드시 45분을 쉬고 나서야 그다음 4시간 반을 운전할 수 있다.

<튀르키예 여행 중 차 안에서 바라본 일출>


일주일에 하루는 무조건 쉬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벌금이 부과된다. 차에는 전자 추적 장치가 달려있어 조금이라도 이를 어길 시에는 벌금이 부과되고 버스 기사들은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지킬 수밖에 없고, 법으로 규정되어 있기에 함께 일하는 여행 가이드 등의 관련자들도 이를 함께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한다.


여행 내내 함께했던 대형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는 마음씨 좋아 보이는 얼굴을 하곤 우리에게 장난치듯 자주 “빨리빨리”를 말하며 내리라는 손짓을 했었다. 동행했던 가이드는 대략의 규정을 설명해주며 이런 행동에는 이러한 사정이 있으니 이해를 해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후에 기사 아저씨에게 따로 물어봤을 땐 이 규정에 대해 건조하게 설명해주었지만 9시간 이상 운전하지 않고 일주일에 하루를 쉴 수 있는 사항에 대해 ‘권리’라고 표현한 단어에서 유독 눈이 오래 머물렀다.


요즘 화물연대의 총파업 뉴스가 화제인데 그들이 원하는 건 바로 이 ‘안전’에 대한 ‘권리’다. 올해 말로 종료 예정인 ‘안전 운임제’를 지속해달라는 것이다. 안전 운임제는 바꿔 말하면 화물차의 ‘최저 임금’이다. 운임이 워낙 적다 보니 한 번에 많은 양을 싣고 빨리 달려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사고에 노출되기도 쉽다.


일반 차량에 비해 사고 확률과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은 데다 (도로에서 사망하는 화물노동자가 수백, 수천 명이다) 휴게소에서 열악하게 자거나 먹으며 심야나 새벽 운송을 감당해서 월 300만 원을 받는데 어떻게 이게 일부에서 말하는 귀족 노조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일반 식당에서는 물가가 오르면 제육볶음을 1000원 더 인상해서 받을 수 있지만 개인사업자인 화물차 기사들은 고스란히 그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부담하지 않는다. 애초에 기업들은 운송 근로자를 고용하기에는 부담이고 노동력은 필요하기에 생겨난 것이 개인 운송사업자(자영업이)다. 이제껏 정당한 근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부담을 개인 노동자들이 지도록 해온 것에 대해서는 기업과 현 정부는 전혀 돌아보지 않고 “불법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어불성설의 갑질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초과 근무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법이 있다. 또한 모든 사업장의 근로자들은 최저 임금제의 적용을 받는다. 2023년에는 22년 대비 5%가 올라 9,620원이 될 예정이라고 한다.


개인 운송업자인 화물노동자들도 자영업자이지 기업체가 아니다. 그들에게도 근로자들처럼 최소한의 휴식과 안전을 인간답게 확보할 수 있는 ‘최저 운임’이 보장되어야 한다. 개인 운송사업자들의 안전이 다른 운전자들의 안전과도 직결된다는 점, 그들의 최저 임금도 여타 근로자들의 권리 보장처럼 동등하게 실현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끝이 없는 결정, 또 결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