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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y Dec 11. 2021

"역사적인 그집"이 내집이 될까?

하우스 헌팅, 그  뜨거운 현장에서

맞어 맞어. 꼭 그렇게 집이 클 필요가 있나? 그냥 둘이 살건데. 정말 적당하네. 거실 바닥이 대리석, 아니면 모노륨으로 보여. 일반적이지 않네. 그곳에서 당신 진료하면 되겠어. 다이닝 룸과 사이에 예쁜 커텐을 달아 매달면 되지. 그래 요즘 우리 식생활도 개선했잖아. 아침은 빵과 과일을 먹고 점심도 냄새안나는 음식으로 먹으면 되겠지. 저녁 한끼 한식으로 하자구. 다음날까지 환기 잘 시키면 음식냄새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거야. 지하에 페밀리룸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그곳에서 텔레비전도 보고, 책들도 진열하고 그러면 되겠어. 요즘 같은 집값 상승에 이렇게 소박한 가격의 집 찾기 힘들어. 아, 옆집과 붙어있는 타운하우스? 그러면 어때. 그래도 그곳이 작은 클리닉할 수 있는 R5 구획이니 얼마나 다행이야. 살면서 한의원 환자들 조금씩 받으면 되지 않겠어? 타운하우스지만 마지막집이라서 터가 넓으네. 캠핑 트레일러를 세울수 있겠어. 


남편과 노트북을 켜고 한참을 들여다보며 서로 맞장구를 치면서 사진을 한장 한장 열어보면서 그 다음날 그집을 보러갈 생각에 들떠있다. 자리를 옮겨, 화면이 큰 텔레비전을 켠다. 부동산업자가 집을 소개하는 영상부터 다시 전체를 감상한다. 여자 부동산업자는 이집이 당신이 찾는 집일 거라면서 방3개 화장실 2개 타운하우스를 펼쳐보여준다. 어떤 영화보다 더 흥미롭다.


아, 나는 저 벽돌색 좋아. 빨간벽돌 아주 맘에 들어. 그러게. 차고가 하나 있고, 밖에 한대 세울수 있다는데, 잠시만, 2대까지도 가능해 보여. 그래 작은 차들은 2대 세울 수 있겠어. 아유 세상에 부엌도 꽤 넓어보이고. 지은지 30여년 됐지? 그정도면 새거지 뭐. 그런데 학교가 보이네. 괜찮을까? 시끄럽거나 하지 않을까? 바로 옆이 아닌데 무슨 상관이 있겠어. 우리집, 아이고 우리가 살수도 있는집 옆으로 트레일 가는 작은 길이 있네. 


그러곤 구글맵을 켜고 주소를 쳐넣는다. 그러면 그집의 스트릿 뷰가 나온다. 이쪽 저쪽으로 돌려보며, 그 지역의 분위기를 본다. 타운하우스들이 줄지어 서있는 곳이다. 단층집들도 곳곳에 있다. 모두 한시기에 지어진듯 비슷한 모양의 집들이 연이어 있다. 타운하우스이지만 관리비는 없는, 각자가 자신의 집을 가꾸는 그런 형태의 집들이다. 남편의 큰 관심중 하나는 캠핑 트레일러를 세울 수 있는 곳인가 아닌가가 중요하다. 그것을 주차할 수 있는 조금 덜 복잡한 동네면 더 좋다. 이집은 주차공간이 넓지 않지만, 코너집으로 잔디밭에 세우면 될 것 같다. 나는 다음날 4시, 남편은 월요일날 오후에 집을 보러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는데, 그전에라도 밖이라도 집을 보고 오겠다고 남편은 없는 시간 만들어서 갔다왔다. 



밖에서 보기엔 괜찮아. 주차 공간도 넉넉하고. 얼마에 오퍼를 넣을까? 요즘 너무 시장이 뜨거워서 물건이 나왔다 하면 금방 팔리잖아. 애스킹(asking)보다 더 넣어야 할 수도 있어. 그래 갔다와서 바로 오퍼를 넣자. 뢉(브로커)에게 미리 준비하라고 할까? 아냐 그럴 필요까지는. 당신만 갔다오고 나서 맘에 들면 쓰자. 월요일날 내가 보기 전에 오퍼를 넣어도 돼. 이집의 장점은 가격이 순하고, 있을 건 다 있다는 데 있어. 그래 우리가 뭐 대단한 집에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방도 세개나 있고. 더이상 무엇이 필요하겠어. 아, 정말 우린 대단해. 이렇게 집 욕심이 없을 수가 있나. 예전에는 집 욕심이 하늘을 찌를 듯하더니. 이젠 그다지 큰 욕구가 안생기네. 욕심까지도 다스리는 경지에 이르다니. (나중에 이것이 욕심이 없는 것이라기 보다는 예산에 못미치니, 남는 것을 챙기겠다는 다른 종류의 욕심이란 걸 은근 깨닫게 됐다)


일사천리로 의견이 맞아떨어진다. 은행 몰게지 빌리는 것도 수월해지고, 모든 것들이 우리의 의견을 지지해주는 것 같다. 사실은 바로 그날까지 오퍼를 넣기로 한 집이 있었다. 주인이 목요일까지 오퍼를 받고, 그중에서 "좋은 것"을 고른다고 해서, 오퍼를 내려고 준비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다른 부동산 중개인이 이 집 리스팅을 보내줬고, 그래서 오퍼를 내기로 한 것을 일단 스톱시켰다. 20만불 이상 차이가 나니, 싼맛에 우리 둘다 훅 가버린 것이다. 그날 오웬사운드에 있는 언니를 태우고 그집으로 함께 갔다. 문제는 안에 들어가면서 바로 현실직시를 하게 됐다. 우선 거실이 너무 좁았던 것. 집의 크기를 생각하면 짐작못할 바는 아니었는데, 사진으로 보던 것과 직접 보는 것은 그렇게 달랐다. 그곳에서 과연 진료를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뭐랄까, 살 수는 있는데, 즐겁게 살 수 있을지 자신감이 서지 않았다. 한 10분 만에 집을 다 둘러봤다. 밤새 잠을 설치며 그렸던 청사진이 그 자리에서 우수수 쏟아내리는 느낌을 받았다. 이집을 보고 나온 부동산업자는 이집도 오퍼를 한꺼번에 받는다며, 다음주 수요일까지 내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도 가격 때문에 사람들이 밀릴 것 같고, 애스킹 가격보다 더 높게 써야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큰 도시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이 작은 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매물에 "Over Asking Sold"라는 말이 심심찮게 적혀 있고, 당사자들의 이야기도 듣기도 했다. 눈치작전으로 얼마나 써넣어야 될지, 그것을 알아내는 것이 바이어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이 되는 것이다.


11월 중순경 가게를 포함 건물을 시장에 내놨다. 우리도 꽤 높은 가격에 시장에 내놨다고 생각했는데, 2번째 본 사람이 오퍼를 넣었고, 그 다음날 왔던 사람이 우리의 오퍼가 깨지지마자 오퍼를 넣었다. 우리 가게는 2번째 오퍼자에게 "조건부 판매"가 되었다. 이렇게 쉽게 팔릴 줄이야. 받을만큼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집을 구하려고 하니, 부동산의 실체를 톡톡히 접하고 있다. 바로 시장에 나오고 나면 바이어들이 확 몰려들고, 그집이 나쁘지 않을 경우, 얼마 지나지 않으면 리스팅에서 자취를 감춘다. 우리도 사고싶었던 집을 눈앞에서 잃어버린 경험이 있기에 매일 눈이 벌개지도록 웹사이트를 뒤진다. 그리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구치고 있다. 그러나 매물은 정말 뜸하게 나오고, 그래서 위와 같이 집을 보러 가기전에는 그집에 맞는 청사진이 이모저모로 그려지는 것이다.


그 타운하우스 투어는 그냥 실망으로 끝났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내집이 상당히 괜찮은 집이었다는 걸, 왜 이걸 팔고, 그 매력없는 곳으로 이사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묻게 된다. 가게가 컨디션이 제거된 것도 아니고, 무슨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르니, 천천히 집을 찾자,며 마음을 다독이며 있었다.


그런데 함께 집 투어를 하는 언니가 갑자가 가게로 들어왔다. 그리곤, 집 문제로 있을 수가 없어서 왔다는 말이다. 전화로 해도 되는데 1시간 거리를 달려왔다는 게 더욱 놀라왔다. 


이번에 보니까 알겠더라. 새집(30년된)이라고 좋은 게 아니더라. 그렇게 날림으로 집을 지을 수가 있냐. 밖에서만 그럴싸 하게 지었다. 그곳에 가서 한의를 한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환자들을 그 작고 옹색한 곳으로 들어오라고 해서, 음식 냄새나는 곳에서 치료를 할 수는 없다. 지난번에 본 그집이 다시 보인다. 그집은 너무 오래된 집이지만, 정말 품위가 있다. 한의원도 살림집과 붙어있지만, 독립되어 있지 않느냐. 전주인이 열심히 손본 그집을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서 왔다. 1층에 화장실 없는 문제는 작은 문제다. 2층을 이용하면 된다. 나중에 필요하면 만들면 되겠지. 나를 염려할 필요는 없다. 나는 요강을 가져갈께.(이 부분에서 우린 함께 웃었다. 언니는 다리가 아프다) 내가 사는 곳으로 너희들을 오라고 이러는 거 아니다. 한의원 환자 기반이 이 지역이니, 그간 쌓아온 것을 살려서 다시 일어서야 하지 않겠니?


언니의 말이 구구절절 옳다. 우리도 그래서 그집을 리스팅 가격 그대로 오퍼하려고 생각하기도 했다. 20만불이 더 싼 그집이 나오기전까지는. 그곳으로 눈이 확 쏠리면서 오퍼를 넣으려고 했던 그집에 대한 부정적인 요소들이 쌓여갔다는 점이다. 


정말 오래됐어. 세상에나. 1888년에 지어진 건물이라니. 아니, 우리 가게 건물보다 더 연세가 많으시잖아. 우리 건물은 1903년이니 말이야. 무언가 문제가 생길 게 분명해. 온방 시스템이 라지히터, 라니. 그게 고장나면 어떻게 해? 그걸 고칠 수는 있을까? 살림집도 그렇고, 한의원할 곳도 그렇고, 왜 화장실이 없는 거야? 화장실은 왜 2층에 있는 거지? 전주인은 1층에 화장실이 없어서 어떻게 살았을까? 3층짜리집이니 정말 다리가 아프겠어. 화장실 한번 가려고 해도 올라가야 하고. 아이고 아무래도 안되겠어.


이렇게 우리들의 리스트에서 제외해 버렸는데, 언니가 다시와서 잠든 세포를 일깨워줬다. 그 집의 장점이 상당히 많긴 하다. 전주인이 매일 집을 돌보며 살았던 것처럼 연세가 133세 된 집같지 않고, 반들반들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한의원과 살림집이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클리닉을 할수 있는 R5 구획 공간이고. 한의원 위에는 방이 하나 있어서 벌써 그곳에 "북카페"를 꾸미면 되겠다는 상큼한 발상이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팔려나갔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주인이 오퍼를 받기로 한 목요일에서 하루가 지나있었기 때문이다. 마음을 다시 돌리는데 몇시간이 걸리고, 금요일에는 하키 때문에 해밀턴을 간다는 중개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지금 오퍼를 넣어도 되겠느냐고. 그전에 오퍼를 모두 준비한 상태였기 때문에, 뢉이 애써주면 될 것 같았다. 동네를 떠나있는 상태였지만, 직접 사인을 받지않고, 이메일로 보내주면 우리 사인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 오퍼를 넣자고 한다. 그래서 금요일 늦게 오퍼를 작성해서 넣었다. 이제 주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이 오퍼가 어떻게 끝나게 될지 모르겠다.


다시 "꼭 이집이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부푼 가슴을 품고 봤다가 실망한 집들이 몇집이 되고, 이만한 집이 없다는 걸 이제는 알게 됐다. 


집을 팔고, 사게 되는 인생의 큰 전환점에서 내가 가장 감사한 부분은 남편과 내가 호흡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매일 다른 청사진을 쌓았다가 부셨다가 하지만, 지금까지 서로의 의견을 최대한 들어주면서 말이다. 어떤 매물이 또다시 나타날지, 아니면 마지막 순간까지 나타나지 않을지, 한치앞도 못보는 인간의 한계를 느끼면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매일 기도한다. 마무리될 때까지 이렇게 서로 꼭 붙잡고 흔들려보리라 다짐하고 있다. 


집을 파는 건, 미끼를 던지는 것인가? 그런 것도 해보고, 집 헌팅을 위하여 부동산 사이트를 이잡듯 뒤지고 있는 이 시간들이 아주 즐거운 여정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언제 이런 큰 물건을 사고 파는 기쁨을 누려보겠는가? 모게지 얻는 것등 변수가 너무나 많아서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르겠다. 언제나 "부업"으로 밀려났던 한의원을 이제는 "본업"으로 하고, 오랜 시간 몸담았던 편의점 주인에서는 은퇴하려고 한다. 남편으로 인해서, "풍족한 은퇴"의 모양이 될 것같아서 너무 좋다. 그가 돈을 벌어줘서만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서로 발을 맞추는 진정한 동반자로서의 삶이 시작되었다고, 조금씩 더 단단해져 간다는 생각에 나는 매일매일 그와 함께 걷는 그 삶이 소중하다. 


집을 헌팅하면서 우리들은 집에 맞춰서 우리 몸을 키웠다, 낮췄다 별짓을 다하게 되더라. 계획을 세웠다가도  다시 생각하기도 여러번이다. 가령 클리닉을 할 수 있는 곳은 commercial 이나 R5인데 커머샬은 은행 돈 얻기도 힘들고, 세금도 비싸고, 대로변이라 시끄럽고 여러 문제가 있다. R5를 그래서 선호하는데, 그게 매물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중에는 그냥 평범한 집을 사고, 사무실을 임대해서 쓰자,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것도 임대료 들어가야지, 여러가지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서 딜레마였다. 시장의 상황과 집의 모양등에 따라서 우리의 생각도 수시로 바뀌고, 이럴까 저럴까 그야말로 복잡했는데, "역사적인 그집"이 흥정이 잘되면 좋겠다. 더이상 우리가 "흔들리는 갈대"가 되지 않았으면 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무엇이나 써도 되는 나의 브런치이니, 내가 꿈꾸는 그런 집을 이곳에 한번 올려보자. 단층으로 되었고, 한의원이 집에 바로 붙어있고, 지하실에 넓은 페밀리룸이 있는 아름다운 집이면 좋겠다. 지은지 오래되지 않은. 조용하고, 사람들이 찾아오기 쉬운 아름다운 전경을 가진 그런 집. 직접 지으면 될 것 아니냐고? 내게 너무 많은 걸 기대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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