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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y May 02. 2020

브런치 레이어 디자인에 반하다

이미지로 눈길을 잡고, 글로 마음을 잡는곳

난 원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시도때도 없이 전화기를 들여다보며 히죽히죽 웃는 사람.

알람 소리에 0.1초만에 핸드폰을 확인하는 사람.

스크롤 바를 내렸다 올렸다 눈에 불을 켜고 무언가를 찾는 사람.


이제는 중독에 가까운 증상을 보이고 있다.

바로 브런치 중독이다.


나도 한번 이야기해보자. 브런치 탐험 경험을.


브런치 작가의 일원이 되기 위해 나름 고군분투한 날들이 있었다. 오래전에 브런치 계정을 만들어두었다. 그때 작가신청을 했는데, "고배"를 마시고, 가끔 들어와 읽는 독자가 되었었다. 그러다가 한국방문을 마친후,  솟아오르는 "쓰기 욕망"이 생겨 다시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몇편의 글을 먼저 써놓고, 작가신청을 했는데, 글이 받아들여졌다. 그러면서 첫번째로 나를 구독해주신 분이 있었다. 내가 구독해서 읽고 있던 그분이 나를 구독해주신 것이다. 첫번째 구독자. 그때의 기쁨이라니. 이렇게 두어명 더 내 글을 구독해주셨다. 글을 세편쯤 올렸을 때의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스마트폰에 브런치 앱을 깔고 카카오계정으로 등록할 거냐고 해서 응답하고 났더니, 브런치 계정으로 연결되었는데, 그 계정은 내가 작가신청을 완료한 그 계정이 아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스마트폰으로 가서 브런치 계정을 열면 아직 작가가 되지 못한 내가 있었다.


간신히 작가가 되었는데, 그리고 서너명일지라도 구독자도 생겼는데, 이 둘을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 것인지 묘안이 없었다. 그때 또 염려했던 것 하나는, 브런치팀으로부터 왜 2개의 계정으로 운영하고 있냐며, 나중에 추궁받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있었다.


나중 생각하니, 브런치 계정은 전화번호와 이메일로 계정을 만들기도 하고, 카카오 계정이 있으면 자동 만들어지는가 보았다. 나는 두개의 이메일과 두개의 전화번호(하나는 비지니스 번호)가 있어서 두개의 계정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걸 하나로 만들기 위해 고객서비스팀에 질문을 하고 대답을 원했으나, 생각만큼 바로바로 답장이 오지 않았다. 나중에는 새로 만들어진 브런치 계정을 이용해야 하는것 아닌가 해서, 다시 작가신청을 하면서 그간의 사정을 써서 보냈다. 그 이후로 고객팀으로부터 두개의 계정을 하나로 만드는 방법에 대한 안내를 받고 그대로 따라서 했더니, 다른 한개의 계정이 사라지고 통합됐다.


그때는 쓰고싶은 글은 밀렸는데 계정이 깨끗하지 않아서 더 이상 쓸수가 없었다. 어떤 계정이 사라질지 모르니, 글을 쓰기도 발행하기도 망설여졌던 것이다.


나중에 어떤 작가의 브런치를 방문해보니, 그분은 "일부러" 두개의 브런치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였다. 하나는 기명으로 하나는 익명으로. 그런 사람도 있으니, 내가 두개의 계정을 갖고 있다는 것도 "불법적인"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처음 만들었던 그 계정으로 운영하고 싶었고, 또 스마트폰으로 그 계정을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하나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거의 필수적인 일이었다.


이렇게 계정 클린 작업을 완료하고, 여행기 한편한편을 써나갔다. 그것이 모여 "캐나다 이민자의 한국방문기"란 브런치북으로 탄생했다. 브런치북을 만들때, 60분 이내로 하는 게 좋다고 해서, 마음에 안차던 글 한편을 떼어냈더니 59분으로 책 한권이 만들어졌다. 그때의 기쁨이라니.


그런데 생각만큼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사실 구독자도 몇 없고, 어떻게 이 글이 읽힐 수 있을까, 찾아 읽을 수 있는 방법이 묘연하긴 했다.


한국방문기는 내가 만났던 사람들, 가족들에게는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 비슷한 게 있었다. 그들은 브런치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가족 카톡방에 브런치 북을 링크했더니, 길어서 읽기 힘들다, 어떻게 봐야 하냐 말들이 많았다. 친구중에는 스마트폰으로 보다가 "눈알이 빠져버리는지 알았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그제서야, "내 책은 내게 소중한 것일뿐, 다른 사람에겐 읽기에 부담이 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일들이 지난 다음이었을 것이다. 어느날 통계라는 걸 확인했는데 매일 10명 안팎이던 숫자가 갑자기 1,000명이 넘게 읽었다고 떴다. 이게 무슨 일인가? 분명히 어딘가에 노출이 되었다는 말인데. 그때부터 흔적찾기에 나섰다. "다음" 곳곳을 찾아보고, 브런치도 훑어보고. 그런데 어디서도 내 글이 노출된 정황은 눈에 띄지 않았다.


1,000명 안팎인 날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원인을 알게 됐다. 스마트폰 브런치홈에 가면 첫페이지에 브런치북이 소개된다. 그러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크롤을 위로 척 올리면, 아래 화면이 나타난다. 두번째가 그전에 읽던 브런치북을 보여준다. 이어 읽어보세요 하면서. 그곳에서 멈춰도 안된다. 다시 손가락을 위로 쓱 올리면, 다음 아래 화면이 나타난다. 마치 숨겨진 것이 나타나듯, 긴 종이를 화면 아래 숨겨놓은 폭이다. 이걸 끝까지 매번 본다. 지금 확인해보니, 모두 30페이지다. 이 30페이지중 하나에 "캐나다 이민자의 한국방문기" 브런치 북이 소개되어 있다. 페이지를 내릴 때는 있었는데, 다시 한번 확인하려고 올라가니, 어느새 없어진 적도 많았다. 그 노출 시간이 짧게는 몇분인 적도 있던 것 같다. 하루종일 확인하는 것은 아니니, 전체 노출 시간을 측정할 순 없겠더라. 브런치 알고리즘(이 말이 맞나?)에 의해서 노출 빈도, 시간이 결정되는 것 같다.




그리고 매번 내 글의 소개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어떤 때는 눈에 불을 켜고 찾아봐도 없다. 스크롤질을 하면서, 읽고 싶은 글에서 멈춰 읽는 적도 많다. 그래도 스크롤 작업의 대부분은 내 글이 어디에 박혀있나, 확인하는 그 재미라는 걸 부인하지 못하겠다. 그런 행운을 계속 누릴순 없는 것이니, 물 들어온 김에 노를 저어보자.


자꾸자꾸 확인하고 싶은 그 화면들은, 사실 브런치의 뛰어난 디자인 때문이다. 웹디자인에는 문외한이니 전문적인 용어를 쓸순 없겠으나, 내식으로 표현한다면, "레이어의 미학"이라고 부르고 싶다. 한겹한겹 포개져 전체적인 조화를 이뤘다. 브런치 글쓰기 첫화면을 보면 상단에 사진등 이미지가 떠있고, 글을 읽을때 그 이미지가 스스륵 접혀들어간다. 글이라는 밀물이 들어오면서 모래사장이 물 바닥으로 가라앉는 것같이. 글이라는 물이 꽉 차기도 하고, 다 빠지기도 하고.



브런치 작가가 되기전에 브런치 글을 읽다보면, 그야말로 어느 바닷가에 서있는 느낌이었다. 밀물과 썰물처럼 이미지와 글이 서로를 맞물려 쓸리고 쓸리는 그 느낌. 굳이 이미지가 없더라도, 같은 방식으로 글이 돋보이게 디자인되어 있었다. 그래서 브런치로 오면 내 글도 멋지게 살아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고 나를 세뇌시킨다.


글뿐 아니라 글을 홍보해주는 브런치 앱 홈 페이지도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한페이지에 때로는 한 작가의 글을, 4권의 브런치북을, 최대 5 편의 글을 소개해준다. 그곳 글들은 이미지와 함께 제목과 작가 이름까지 오롯이 "읽고싶은 마음이 들게" 배열되어 있다. 사진 혹은 색이 은은한 배경이 되어 글을 소개한다. 그래서 나의 스크롤짓도 사실은 브런치의 디자인 때문에 벌어진다.


브런치북안에 있던 글중 "매력넘치는 그나라 대한민국"이 따로 노출되었고,  "내 전속모델을 소개합니다"는 그야말로 눈깜짝할 사이에 올라왔다가 사라졌다. 내가 그 시간 스크롤 노동을 하지않았으면, 올라왔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전속모델" 소개 화면이 제일 마음에 든다.



밀어서 올리거나 내리지 않고 터치하면 바로 글로 이동한다. 실수로 그렇게 하여 읽게 되는 글들도 많았다. 브런치 작가 2달이 되면서 브런치가 작가의 글들이 독자의 주목을 받게 하기 위해 꾸준히 애를 쓰고 있고, 내가 발견하지 못한 더 많은 작업을 하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한다. 노출이 왜 안되나, 고민하는 브런치 작가분들, 언젠가 통계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오르면, 그 글이 어딘가에 노출되었다는 것이니 탐험을 해보시기를. 내 글은 오로지 "브런치"앱에만 노출되었고, 다음에는 발걸음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글을 쓰는 PC 메인 화면에서도 내 글이 소개되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


며칠간의 많은 노출에 비해 구독자수가 많지는 않다. 그다지 독자들을 잡지 못했다는 것은 내게 기회를 준 브런치팀에게 미안한 일이긴 하다. 많지 않기 때문에 구독자 한분한분이 소중하다.


브런치는 이미지로 사람들의 눈길을 잡고, 글로 마음을 잡는 곳이다. 홈에 뜬 30페이지를 차례로 확인하면서, 내 자식(글)이 보이면 그때는 또 활짝 웃는다. 수많은 다른 집 잘된 자식들을 눈으로 보면서, 그래도 한켠에 몇분씩, 끼어있는 내 자식이 대견해서 웃는다. 이 웃음이 계속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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