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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y May 09. 2020

캐논 DSLR 크롭바디 네가 좋다

55mm-200mm 망원렌즈로 새를 찍다

이번엔 잃었다 찾은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다. 단호하게 주장하건데, 잃어봐야 가치를 알게 된다. 왜 잃어버리기 전에 그 가치를 알지 못하는 걸까? 심지어 무생물이고 한낱 기계인 카메라에도 이 명제가 들어맞았다. 카메라 그 이야기를 해보자.


카메라는 회사별로 기종별로 모델이 너무 많아서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다.  그러니 어떤 카메라가 좋으냐, 하는 문제는 어떤 집이 더 고급진가 하는 문제처럼 복잡다단하다. 그 기준을 렌즈를 바꿔낄 수 있는 DSLR급 카메라로 옮겨서 단순 비교했을 때 DSLR 카메라는 크롭바디와 풀프레임 바디로 구분할 수 있다. 사진을 찍다가 렌즈를 교환하는 카메라를 사용하기 시작한 유저라면, 그 다음 단계인 풀프레임 바디에 대한 열망이 자라기 시작한다. 아예 크롭 바디를 건너뛰고 풀프레임으로 직접 가라는 사진가들도 많다. 가격이 비싸니 그 감당은 본인몫이지만. 나도 오랫동안 크롭바디 카메라를 갖고 있었다. 풀프레임 카메라는 나의 선망이기도 했다.




오래전에 통신으로 사진 수업을 하고, 학교를 마쳤다는 수료증을 받기도 했다. 이름도 거창한 New York Institute of Photography라는 교육기관이다. 영어로 된 교재를 읽고, 테이프에 녹음된 강사의 수업을 듣고, 주어진 사진 숙제를 보내고, 챕터마다 시험을 보고 통과하면, 다음 단계로 나가던 꽤 잘 짜여진 수업방식이었다. 디비디에는 인터넷 강의처럼 수업하는 선생들이 영상으로 담겨있기도 했다. 수업내용에 문제가 있었다기보다는 내 실력과 이해수준에 문제가 있어서 그 교육이 얼마나 유효했는지 잘 알수는 없다.


20대 후반 교민 신문사에서 일하면서 사진을 직접 찍어야 해서, 그때부터 사진기를 만지긴 했었다. 내 손을 거쳐간 사진기만도 몇개가 될 것 같다. 다음에 블로그를 오랫동안 운영하면서 글에 넣을 사진 정도를 직접 찍어 올렸고, 가족 모임에 사진은 유용하게 쓰였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나 자신을 만족시키는 일은 좀체로 일어나지 않았다.


의욕과 실망앞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진작업이 진도를 나가지 않다가, 재작년에 미러리스 풀프레임 카메라를 구매했다.


그런 다음에 카메라 가방을 아마존에서 샀는데, 등에 메는 것은 사진찍을 때마다 등에서 내려서 카메라를 꺼내야 하니 불편할 것 같았다. 쌈지막한 옆에 메는 가방을 구매했다. 그런데 그 가방을 들고 나가면, 이게 무척 불편하더란 말이다. 언젠가는 긴 산행길에 가방을 메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곤 했는데, 나를 따라오던 지인이 그 모습이 무척이나 불편해 보였던지, 사진가방을 등에 메는 것을 사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조언해 줬다. 그당시엔 참견하는 것이 약간은 불쾌하게 생각됐지만, 덩치가 큰 사진가방을 어깨에 메고 다니면서 사진찍는 작업 자체가 번거롭게 여겨진 건 사실이다.


또한 소니에서 나온 이 미러리스 카메라 알파 7 2는 사진이 잘나오는 것은 좋았는데, 밧데리 생명이 너무 짧은 것이 큰 흠이다. 여행다닐때 한번 충전해서 나가면 중간에 꼭 밧데리가 방전된다. 카메라 리뷰에 밧데리에 대한 경고가 있었는데, 그걸 소홀히 여겨서 생긴 일이다. 카메라도 카메라 가방도, 작정하고 구입한 것치고는 만족할 수가 없었다.


그랬는데, 어느날 카메라와 가방까지 그 전부를 잃어버리는 사건이 생긴다.  토론토 노스욕 바닥을 쓸고 다녔던 그날, 차안에 놓았었는데 감쪽같이 없어졌다. 그안에는 카메라와 얼마전에 사서 몇번 사용해 보지도 못한 보조 충전기까지. 그리고 엑스트라 렌즈까지 말이다. 엑스트라 렌즈는 삼양 수동 초점 렌즈(85mm f 1.4)를 싸게 구입했는데, 이것 또한 대단히 잘못된 구매물품(수준급 사진사용 렌즈였나)중 하나였다. 초점이 맞았는지 알아챌 수가 없는 방식이었다. 삼양렌즈에 길들여진 사진사가 아닌 담에야, 이 렌즈로 제대로 된 사진을 찍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나의 "저가취향"이 불러온 또하나의 참사였다.


도둑맞고서도 그다지 충격을 덜 받았던 것이, 무언가 나와 맞지않는 물건들이란 생각이 들어서일 수도 있다.


그렇게 카메라를 도둑맞고는 예전에 쓰던 캐논 크롭 바디 DSLR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아이들이 내 생일에 카메라 가방을 보내준 것이다. 정말 눈물나게 고마왔다. 한번도 카메라 가방 이야기를 한 적이 없는것 같은데, 어떻게 아이들은 알았을까? 그 옛날에 쓰던 아주 작은 가방을 마르고 닿도록 쓰게 될 것이었는데. 아이들이 사준 가방에 카메라를 넣고, 엑스트라 렌즈 두개와 카메라 청소도구를 넣고 메보니, 가뿐하니 너무 좋다.




제대로 된 도구를 사용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잇몸이 상하는지 모르고, 그렇게 잇몸 사용할 생각만 한다. 이가 없으면, 틀니를 하든지, 임플란트를 하면 될텐데 말이다. 어깨걸이 가방이 잇몸이었다. 불편함을 무릎쓰고, 그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아이들이 사준 등에 메는 카메라가방은 임플란트급이다.


이젠 산책길에도 카메라 가방을 메고 나간다. 굳이 사진을 찍지 않더라도 문제가 없다. 등에 착 달라붙어 있으니 부담감도 없다. 작년에 포르투갈 여행갔을때 카메라 가방을 어깨에 메고 다니는 것이 아주 불편했는데, 이젠 어디든 여행하기 좋을 것 같다. 한국갔을 때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잃어버린 직후였기에, 방치해두었던 카메라가 제 기능을 잘할지 염려되었었다. 그래서 열심히 사진을 찍지 않기도 했다. 핸드폰으로 찍으면 되지 하는 아주 소극적 마음도 있었다.


카메라 가방이 생기고, 렌즈라도 하나 구입해야 하나, 검색을 열심히 하다가 55mm-250mm 렌즈를 사놓고는 거의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제대로 초점을 잡을 수 없어서, 망원렌즈는 사는 게 아닌가 보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랬는데 다시 이 렌즈를 끼고 사진을 찍어보니 이게 꽤 괜찮다. 먼데 있는 것들을 당겨서 찍을 수 있다. 손떨림 방지 기능도 있고, 자동초점 맞추기도 있고. 왜 나는 예전에 이 렌즈를 사놓고 쓰질 않았을까? 한두번 시도해보다가 이게 아닌가봐, 하면서 포기했던 것 같다. 특별히 먼데 있는 새들을 찍기에 좋았다. 새들은 조금만 다가가도 바로 자리를 뜨는 "새가슴"을 지닌 새들이므로.



사진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잘 알것이다. 사진에 입문해 조금씩 사진을 찍다가 자신의 사진을 업그레이드 하고 싶을때  풀프레임 DSLR을 갖게 되면, 모든 문제가 한번에 풀릴 것같은 착각을 갖는다. 시원한 화각과 선명한 사진, 멋진 사진은 반드시 그 카메라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결국 돌고돌아 장점을 잘 알지못했던 캐논 크롭바디로 다시 돌아왔다.


모두 세가족의 기러기 가족들을 한 화면에 담을 수 있었다. 우리 동네 강가 산책로다.


어떤 물건이든 제것이 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제대로 손에 익기 전에 내 곁을 떠나버린 풀프레임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는 그 누군가가 잘쓰고 있을 것이다. 훔친 카메라로 어떤 작품을 찍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사진기 안에 박혀있던 그동안 내가 찍은 사진이 모아진 SD카드까지 가져갔는데, 그것만은 제발 버려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건 그렇고, 나는 다시 캐논 Rabel T1i와 진정한 교류를 시작한다. 렌즈속에 큰 점이 보이는 것도 그대로지만, 카메라 전체 청소를 전문가에게 맡겨 한번 했고, 내가 인터넷에 카메라 청소기구를 주문해 유튜브를 보고, 다시 한번 했다. 세개의 렌즈가 있고, 튼튼한 밧데리가 있고 모든 것이 좋다. 이제서야 카메라가 이뻐보인다. 풀프레임 카메라에 대한 욕구는 오랫동안 떠오르지 않을 것같다. 이 카메라만으로도 사진여행을 떠나도 손색없을 것 같다. 카메라를 메고 어디 먼데 출사를 나가고 싶은 나날이다.  그리고 "그 실력으로..."라면서 나를 쥐어박지 않기로 다짐한다. "비교"는 독이라고 말하고 그렇게 알고있는데, 나는 자꾸 무엇인가에 나를 비교한다. 풀프레임보다 크롭바디 카메라가 내게 맞듯이, 지금 내 사진은 내가 최선을 다한 결과이다. 그저 그것을 즐기자, 라고 나를 향해 소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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