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파는 동네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
의미를 부여하며 사는 삶이 아니던가? "더 그렌 The Glen"에서 만난 사람들이 4시간쯤 떨어진 또다른 그렌으로 확장된 것은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렌이란 의미가 계곡 협곡등의 뜻이 있으니, 이세상에는 그렌이란 이름을 가진 더 많은 트레일 장소들이 있겠다만..)
캐나다에서 둘째가라면 서운할 장소가 나아이가라 폭포이다. 이 폭포를 살면서 열번쯤, 아니면 그보다 더 가봤던 것같다. 그러나 나이아가라 그렌(Niagara glen)을 목표로 간것은 처음이다. 나이아가라에서 떨어진 물이 흐르는 나이아가라강 옆으로 조성된 자연스러운 트레일의 이름이 나이아가라 그렌이다. 나이아가라 속살을 조금 엿봤다고 할까. "조금"이란 말에는 탐험이 속속들이 행해지지 않았다는 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옷이 젖을 정도로 땀을 내야했다. 힘차게 흐르는 강줄기를 보기 위해선, 철제계단을 타고 한참 내려가야 한다. 그렌 트레일 입구에서 미국에서 온 한인부부 두분을 만났는데, 우리 일행에게 자신은 다리가 조금 아픈데, 그곳을 걸을 수 있겠느냐고 물어온다. 그렌 유경험자 블마언니가 조금 힘드실 것 같다고, 계단을 한참을 내려가야 하고, 올때는 그만큼 한참을 타고 올라와야 하니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분들이 망설이다가 뒤로 빠지게 된것이 다행이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됐다. 3-4층 높이의 계단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협곡안으로 내려가는데 도움이 된다. 나이아가라 강가 트레일로 알고있지만, 아무리 걸어도 물은 보이지 않았다.
그 트레일은 독특한 활엽수들과 생물들의 안식처라고 소개되어 있다. 어떤 바위들은 암벽등산을 할만큼 높아보였다. 우리는 소용돌이 트레일(Whirlpool trail)을 목표로 움직이기로 했다. 트레일은 한두군데가 아니고, 횡으로 종으로 얽혀있어 다 돌려고 마음먹는다면 하루이틀로 끝날 일이 아닌것 같았다. 표지판이 색으로 구분되어 있었지만, 몇번 길을 잃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월풀 트레일은 보라색이었는데, 마침내 만난 그곳은 소용돌이라엔 너무 잔잔하다. 그래도 물을 보게 되어서 가슴이 시원해졌다. 지도를 자세히 보니, 보라색 월풀트레일이 시작되는 시작점이 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팀들의 에너지는 이미 많이 소모되어서 월풀까지 가는 것이 힘겹게 느껴져서 그길로 돌아왔다. 다음에 또가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나이아아가행은 블마언니가 언급하면서 바로 진행이 되었다. 나이아가라 그렌을 가봤는가? 하면서. 나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우리 동네의 "더 그렌"보다 나이아가라 그렌이 유명하다는 것을 파악해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라고 했고, 모두가 동의했다. 문제는 나의 스케줄. 우리집에서 나이아가라까지 직선으로 가도 4시간 이상이 걸리고, 모두를 픽업해 가려면 5시간은 걸리는데, 하룻밤은 머물러야 했다. 매주 목요일은 휴일을 신청해놓았지만, 수요일이나 금요일 스케줄에 따라서 움직이기로 했다. 그랬는데 마침 수요일에 휴일이 떡하니 잡혀서 2일을 통째로 쓸수 있게 되었다. 파트타임 잡이 이럴때 요긴했다. 미리 알기만 하면, 휴일을 신청해놓을 수가 있고 말이다. 예전엔 누군가(?)의 눈치가 보였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짬밥 2년차가 되어가니 알게 된다.
블마언니의 숙소찾기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여행퀸 언니는 한급수 위인 따님의 도움을 받아 리뷰도 좋고, 가격도 좋은 나이아가라 AirB&B를 찾았다고 연락왔다. 6명이 숙박이 포함된 처음 나들이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가는 길에 점심을 먹으러 한차례 쉴때부터 에피소드가 있었다. 잠시 쉬어가는 곳이라, 무료 공원으로 GPS를 맞춰놓고 출발했는데, 그곳에 가니 유료주차장으로 변해있었다. 이건 아니지,라고 차를 돌렸다. 그순간 가까운 곳에 나이아가라에 오면, 들리는 좋은 곳이 있다고 말한 것은 배리언니였다. 그분들도 나이아가라에 자주 오셨던가 보다. 명당 자리가 바로 근처에 있었다. 저멀리 짙은 옥색의 나이아가라강물이 보였다. 물은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물은 이세상에 나오기전부터 깃들었던 곳이어서일까? 물이 보이는 곳,이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환성을 질렀다. 그곳에서 배리언니가 싸가지고 온 김밥 점심을 먹었다. 이번 여행에서 내게는 음식으로부터의 해방을 선물해줬다. 일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언니들의 배려에 나는 몸둘바를 몰랐다.
그러고 나서 찾은 숙소가 너무 좋았다. 방이 3개고, 방마다 화장실이 있는 곳, 리노베이션이 되었다는 소개가 있었다. 공원같이 울창하고 키큰 나무들이 있는 정원을 보아하니, 역사가 오래된 집임이 확실하다. 본격 숙소업을 하기위해, 집은 리노베이션을 해놓았다. 다만, 집밖 창고는 쓰러져가고, 정원손질이 진행중이다. 숲속에 둘러싸인 조용한 저택에서의 저녁 만찬, 포도주 한잔쯤 할 수 있는 사람도 몇명 안되어, 음료수를 놓고 긴 대화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야기에 빠져, 밖에 나가는 걸 잊을뻔 했다. 밤마실 갈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그곳에서 하루 묵었기에 가능했던 일, 그 기회를 놓칠수는 없지. 총천연색 폭포를 볼수 있었다. 다만 남편은 아스팔트 걷기를 어려워했다. 저멀리 상류쪽으로 끝까지 가지는 않고, 중간에 돌아왔다. 그렇게 해서 건진 사진 몇장을 나눈다. 이 사진은 블마 언니가 최신 갤럭시 S24로 찍은 것이다.
그날밤 모두 잘잤다고 했는데, 무슨 일인지 나는 잠을 자지 못하고 뒤척이면서 브런치를 통해서 나이아가라 배경의 작품을 설명한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 김인숙 작가님의 이 글은 여행기이면서 소설, 소설가를 폭넓게 다룬, 꽤 긴 글로서 잠안오는 밤, 나이아가라의 어떤집 침대에서 읽기에 적당했다. 나이아가라에 관한한 이글은 타의추종을 불허할 것으로 보인다. 작가의 허락을 안받고, 이글을 소개해보자.
https://brunch.co.kr/@58164f28c2d943d/20
나이아가라의 오후풍경을 몇장 더 나눈다. 내가 나이아가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물이 떨어져내리는 그곳이다. 잔잔하지만, 힘차게 내려온 그 물들이 어깨동무하고 힘차게 뛰어내리는 곳 말이다. 주차하기가 까다로워 드라이버는 우리를 내려주고, 한참을 기다렸다 데리러 왔다.
사람이 붐비는 곳의 여행은 이럴때 난감하다. 주차장 찾기도 힘들고, 또 주차비는 왜 그리 비싼지. 그래도 보고싶은 곳은 모두 보고온 셈이다.
나이아가라에서 유명한 것 두번째를 꼽는다면, 포도주 양조장일 것이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아이스와인은 고급술로, 꽤 값이 나간다. 와이너리가 많이 있는데, 우리도 이번에 다녀왔다. Inniskillin 이란 곳이었는데, 광활한 포도농장이 보이는 곳에 포도넝쿨 그늘을 만들어놓고, 편안한 의자들도 많아, 사람들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청포도가 주렁주렁 익어가는 포도주 양조장은 고급술들을 진열해놓고, 사람들을 유혹했다.
양조장을 나와 나이아가라에 가면 사람들이 찾는 작은교회, 이번에 우리도 들렸다. 교회앞에서 커플 사진을 찍고, 그안에 들어가서 방명록에 사인하고, 앉아서 각자 기도를 하는 짤막한 이벤트. 이번에 특이했던 것은 예전에 없었던, 과일, 야채 마켓이 교회옆에 들어서있었다. 마침 포도철이어선지, 양조장에서 군침을 흘렸던(술보다도 더..) 포도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막 수확한 사과도 한광주리씩 팔고 있다. 우리들에게는 포도주보다는 과일마켓이 더 친근하게 느껴진 것 같다. 그곳에서 사서 나무 그늘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스낵으로 포도와 사과를 함께 나눈다.
마지막으로 들려야 할곳이 남아있다.
나의 아픔(?)이 조금은 배어있는 작은 마을.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Niagara on the lake) 를 스치듯 들러보자 했다. 나의 아픔을 여기서 다 털어놓기는 뭣하지만, (남편은 귀를 막으시라) 결혼 25주년 기념으로 나이아가라를 방문한 적이 있다. 늦여름, 어렵게 떠난 1박2일 여행지에서 호텔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헤매다가 찾은 나이아가라 온더 레이크를 돌면서, 나는 남편에게 이곳의 어떤 곳에 방이 있는지, 찾아보자고 했다. 남편은 나이아가라 폭포가 보이는 호텔 이외의 곳에서, 잔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같다. 내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더이상 언급을 회피하자. 우리들의 썰렁했던 결혼기념 여행에 지면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남편은 자신의 잘못을 호텔예약을 하지 않아서 내가 화난 것으로 알고있다. 그건 아니다. 여행이란 A가 안되면, B의 대안을 찾는 것, 그리고 호텔이란 이름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하룻밤 묵을 곳을 찾는 그런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민박집을 운영하기도 한 때였으니, 아마도 그런 개념의 숙소를 염두에 두었던 것같다. 지금 생각하니, 남편은 내가 하는 민박집에 질려서, 그런 생각은 하기도 싫어했는지도 모르겠다. 취향과 생각이 많이 다른 사람이 맞춰가는 삶, 그래서 울퉁불퉁 그렇게 살아가는 거다.
다시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라는 마을에 가니, 차들로 길이 빽빽하다. 주차할 자리를 하나 찾았는데, 나중에 보니, 겨우 15분을 허락한다고 한다. 모두들 각자 행동하자고, 볼만큼 보고 모이자고 했는데, 그 시간에 화장실을 찾아헤맨 팀원들이 많았다. 나는 15분안에 돌기위해 재빨리 발을 놀렸다.
장사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요즘 심심찮게 듣는다. "철학"을 팔아야, 사람들의 시선과 마음에 여운을 준다고. 그것이 소득으로 이어진다고도 했던가. 레스토랑 하나하나, 꽃으로 장식된 곳들과 아름다운 옷가게, 그곳이 왜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불리는지, 충분히 동의하게 됐다. 마차가 오가고, 꽃집보다 더많은 꽃으로 치장한 식당들, 거리를 화원으로 가꾼 이 동네가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아름다움이란 철학"을 파는 마을인가보다.
뛰다시피, 거리를 훑고 15분안에 도착했는데, 내가 일등이다. 나중에 속속 도착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화장실을 찾느라 그렇게 시간이 걸렸다 했다. 헤어진 일행을 기다리다가 그리 되기도 했고. 모두들 오며가며, 아름다운 마을에 발자국을 남기고 왔다.
누군가에게 들었다. 한사람일때 1의 힘이 난다면, 두사람일때는 2의 힘이 아니라, 4의 힘이 난다고 했던가? 4사람이면 16배로 올라간다고. 그래서 사람은 서로 모여야 한다고. 이번 여행에서도 또한번 느꼈다. 지혜도 모이고, 배려도 모여서 6명이 (36배까지는 안되지만) 큰 힘으로 움직였다는 것을. 기쁨도 그렇고,말이다. 여행하면서 쪽박깨지듯 금이가는 관계들도 많은데, 그렇다 "아직까지는 좋습니다",가 우리들의 현주소이다.
내용과 관계있는 첫 만남의 장소 트레일에 관한 내용은:
https://brunch.co.kr/@mindyleesong/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