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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y Oct 08. 2024

옥색 물빛을 만나려면

사자머리에서 그 색을 만나다

"트레일 팀"이라고 부른다. 그러곤, 아직까지는 모든 것이 좋습니다,라고 덧붙인다. 여자는 블마, 배리 언니와 나, 남자는 그네들의 남편들이다. 6명이 일행이 되어 매주 트레일을 한다. 잠시 트레일을 하지 못할 때도 있는데, 왜 트레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지 설명을 듣고 이해와 응원을 보낸다. 각자의 가정을 포함한 삶이 일순위, 그밖의 이유들은 각자가 잘 해결하여, 모임이 끊이지 않는다.


트레일 장소는 "어디가 좋다고 들었어요" "여기 가보니 좋더군요"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에요" 등으로 아주 쉽게 결정된다. 의견이 무시되지 않고, 실행에 옮겨지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싶다. 


기대가 못미치는 곳이 있을 수도 있고, 팀원 한명의 컨디션이 저조하여 끝까지 완주하지 못한 적도 있지만, 그런 날은 물가에 앉아서 시원한 이야기를 물소리와 함께 흘려보낼 수 있었다. 죠지언베이 트레일을 걷다가 중간에서 되돌아가서 근처 클레이그리쓰(Craigleith) 공원에 가서 의자를 펴놓고 발을 물에 담그니, 그것 또한 감칠맛이 났다. 말하자면 서로의 형편과 처지를 십분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서 일정이 조정된다고 보면 된다. 


클레이그리쓰 주립공원에서 한나절.


지난 8월말에 있었던 동굴탐험도 신기했다. 조연이 주연이 된 날이었다고 할까? 주연은 셔블 폭포(Sauble Falls) 주립공원이었다. 그 공원안에 블랙베리가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어, 블랙베리를 만날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공원내에서 무언갈 채취하는 건 공원법에 저촉된다. 우리끼리 말이지만 익은 열매 한두개(?) 정도는 어떻겠느냐,고 그런짓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팀원 일인의 억지양해를 받아 소풍의 기대감이 상승된다. 블랙베리는 만나도 그만, 안만나도 그만, 따도 그만 안따도 그만, 그곳에 가야하는 이유 하나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계단식 셔블폭포도 보고, 사이트 가까이에 있다는 정보도 입수했기에, 트레일을 골라서 도는데 블랙베리는 만나지 못하고 트레일이 끝나는 순간쯤, 알맹이도 작은 블랙베리 밭을 만나긴 했다. 두리번거리면서 찾는 나에겐 몇개 눈에 띄지 않는다. 뒷사람이 오는 소리가 들리니 우리들의 블랙베리 채취는 발견과 동시에 끝나게 되었다. 그렇게 트레일이 아쉽게 끝날뻔 했는데, "그 동굴"을 가보자는 말이 나왔다. 


부루스 반도(Bruce peninsula)는 사실 우리들의 영역이긴 하다. 셔블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그 동굴을 한번 가본적이 있다. 부루스 동굴(Bruce's Cave)로 알려진 이곳으로 팀원들이 몰려갔다. 동굴까지 가는 길이 입구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두번의 트레일을 한다는 부담이 없었다. 오래전에 한번 가봤던 곳이었는데, 자연은 그대로 있었다. 더욱 웅장해진 것도 같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에 쓰레기가 이곳저곳 보이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다. 


모두들 그 광경에 감탄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동굴 탐험을 끝내고 나니, 사이드 트레일이 있는데 겨우(?) 685m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동굴 주위로 난 트레일인가 보다. 예전에도 동굴만 보고 같기에, 사이드 트레일을 걸어보자고 했다. 명색이 트레일팀이니 우리 모두 아주 쉽게 동의했다. 그런데 막상 걸어보면서 우리 모두 머리를 흔들었다. 바위길에 언덕길에 샛길에 험난하기가 이루 말할 데가 없었다. 절반쯤 와서 되돌아가는데, 바위로 꼭 막혀 길이 없는 것이 아닌가? 온길도 만만찮았는데 다시 되돌아가야 하나, 모두 고민에 빠졌다. 



내가 먼저 탐색을 해보겠다고 나섰다. 개그콘서트를 보는가? 정태훈 남현승이 함께 하는 "알지 맞지" 코너, 그 코너의 정태훈의 목소리톤이 내게서 나왔다. "여~~~기 길이 있어요~~~~옷!" 숨이 탁 막히는 줄 알았다. 가짜 죽음을 연출하는 남현승을 보면서 "여기~~~ 너무 놀래서 죽었써!"라고 소리치는. 길이 없는 것 같았는데, 한사람이 간신히 빠져나갈 바위길이 있었다. 그렇게 우리 모두 그 길을 통과했다. 685m, 가볍게 보았던 그 길이 최고의 비경을 간직한 험준한 바위길이었다. 




산을 많이 탄 블마언니는, 우리팀이라면 로키산맥을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용기를 준다. 블마언니 부부는 국내외 안가본 곳이 없는 베테랑 산악인이어서 우리들이 많은 도움을 받는다.




이런 풍경은 부루스 단층애(Bruce escarpfment)  구간이기에 형성된다고 본다. 깎아지른 절벽모양도 있고, 절편처럼 포개어진 바위들을 볼수 있다. 그 다음주 내친김에 아름답기로 유명한 사자머리(Lion's head) 트레일을 돌기로 했다. 부루스 반도 국립공원을 가는 길에 있는 라이온스 헤드에서 조지언베이 물을 끼고 긴 능선을 타게 된다.


우선 라이온스 헤드에서 가장 유명한 트레일은 "Lion's Look Out Trail"이다. 이 트레일에 관한 리뷰를 읽어보면 주차할 곳을 미리 예매하지 않으면, 긴 길을 걸어야 할수도 있고, 트레일을 돌지 못할 수도 있다고 나와있다. 주차장을 예매하는 사이트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온타리오 주립공원에 속해 있는듯 하면서도 주립공원내의 예약사이트는 열리지 않았고, 따로 관리하는 곳이 있는 것 같았다. 나중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주차는 시간제 예약을 받고 있었다. 정부와 의견조절이 안되어 있는 것같았다. 4시간 주차예약을 마쳤다. 우선 라이온스 헤드 비치에서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먹기로 했다. 그 다음에 트레일을 돌면 될듯싶었다.


호수를 바라보며 점심을 준비하는데, 아름다운 선남선녀들이 버스에서 내리기 시작한다. 9월초 늦여름의 아름다운 비치에 청년과 아가씨들이 한줄로 서서 서로 인사를 한다. 우리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그들은 아가씨들은 잔무늬 긴 원피스에 머릿수건을 쓴 메노나이트들이다. 청년들은 대부분 체크무늬 와이셔츠에 멜빵바지이다.(처음으로 멜빵이란 단어를 쓰고보니, 낯설다)


우리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그들도 버스에서 음식을 내려 함께 먹는다. 그리곤 둘씩 넷씩 쌍쌍으로 피크닉 테이블을 차지하고 이야기도 하고, 호숫가를 걷는다. 단체 미팅의 날임이 분명하다. 그들 때문에 라이온스 헤드의 햇살이 더욱 반짝이고, 물결이 살랑거린다. 


둘씩 손가락에 끼는 물병 하나씩을 들고 어딘가로 향한다. 나중에 그들을 트레일 입구에서 만나게 된다. 우리는 트레일 주차장에 예약을 했지만, 그들은 비치에서부터 트레일까지 걸어온 것이다. 쌍쌍들과 우리팀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같은 트레일을 걷게 되었다.


"옥빛"이라고 하나? 모든 이들의 숨을 잠시 멈추게 하는 물색, 그것말이다. 록키산맥에 있는 호수의 물빛이기도 하고, 유명한 곳의 물색은 모두 그색을 포함하고 있다. 라이온스 헤드의 물색이 그러했다. 옅은 옥색부터 옥색, 그리고 파란색으로, 변하는 물의 깊이에 따라 달리보이는 그 색의 아름다움. 다만, 그것을 가까이에서 만져볼수는 없었다. 산 정상에 가야, 그 물빛이 보였다. 색만으로도 우리들에게 영감을 주는 그 물을 헉헉거리며 가서 만났다.



가는 길에 일본인 청년도 만났는데 그 청년이 찾고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열쇠구멍(the Key hole)"이라고 불리는 곳이 트레일 어딘가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안내판을 보기는 했는데 그곳을 찾을 수 없었다. 남편은 그 청년에게 우리만 믿고 따라오라고 했는데, 나는 걱정이 되었다. 우리도 찾고 있는 중이고, 못찾을 수 있으니, 너무 믿지는 말라고 밑자리를 깔았다. 블마 언니는 한번 본적이 있어서 아마도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사실 절벽위에서의 물빛에 너무 반해서 "열쇠"를 못만난다 한들 대수랴 싶었다. 그런데 그 열쇠구멍을 찾았다. 왜 열쇠구멍이란 닉네임이 붙었는지도. 일본인 청년과 우리는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사자머리 트레일에 있는 열쇠구멍.
저멀리 데이트하는 메노나이트 선남선녀가 보인다.


묵힌 사진을 꺼내며, 그날의 감동을 받는다.

잠깐, 여러분이 이 트레일을 찾는다면 포인트를 쉽사리 지나칠 수 있다. 자연을 전연 훼손하지 않아서 바싹 다가가지 않으면 그 모습이 감춰져 있기도 하고,  "Look Out Stop"이라는 작은 사인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그것이 어디를 가리키는지 애매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호흡을 가다듬고 절경을 만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마침내 그곳을 만났을 때, 수십미터 낭떠러지 위에서 보는 것이기에 더욱 잘 보려면 조금씩 다가가야 하는데, 팀원들이 말려서 나를 멈춰세워야만 했다. 좋은 사진찍다가 봉변을 당할 것을 우려하니 어쩌겠는가? 멀리서 볼때는 위험해보여도, 다 내 안전을 지키면서 한장이라도 더 찍기 위해 노력했다. 그 자리에서 한동안 앉아있고도 싶었지만,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아서 5분만을 외쳤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유유 자적하게 카누를 타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 물빛과 주변을 보려면, 라이언스 헤드는 카누를 타야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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