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했던 세집의 캠핑
나이아가라를 다녀온후, 같은 우연이 그 다음주에도 겹쳤다. 매주 금요일이면 그 다음주 스케줄이 나오는데, 목요일 휴일은 미리 신청해놓은 것이고, 수요일에 스케줄이 없었다. 연달아 이틀을 쉬니, 두두두 발동걸리는 소리가 들린다. 트레일러를 끌고 어딘가로 갈수 있다는 희망이. 트레일하기로 한 공원을 우선 검색했다. 온주 주립공원이니 캠핑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기로 했던 McRae 공원이 해충 때문에 나무를 베고 있다고 그점을 알고 오라고 한다. 그래도 예약을 하려고 했더니, 자꾸 에러가 나는 것을 보니, 캠핑예약을 받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그 근방의 주립공원 중, 6mile Lake 주립공원에 자리가 있어서 예약을 했다.
우리는 하루 먼저 가서 캠핑을 하고 합류해도 되고, 혹 일행이 캠핑의향이 있으면 함께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캠핑은 숙소를 빌려서 자는 것보다 조금 더 불편하고, 야생적인 일이라 좋아할지, 형편들이 어떨지 궁금했다. 우선 질러보자고 작정했다. 1박만 하면, 조금 서운할 것 같아서 2박을 하고 그날 충분히 지내고 저녁까지 먹고 떠나오는 것으로 생각했다.
트레일러에서 그동안 지인들과 몇번 캠핑을 시도했었는데,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 우선 덜컹거리는 트레일러는 집같지 않고, 엉성하게 느껴지고, 특별히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함께 잘때, 화장실 갈때마다 꽤 난감해들 했다. 서로 방귀도 트고, 가족같아 지지 않는한, 함께 자는 것은 쉽지 않음을 우리는 알고있고, 그렇게 이야기해왔다. 우리의 캠핑경험도 일천하여, 함께했던 사람들을 잘 리드하지 못했던 것같다.
나처럼 예민하지 않은 사람만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었던 것을 지나고 나면서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일단 제안을 드렸다. 결정에 도움이 될 세개의 옵션이 있음을 알려드린다. 트레일러에서 함께 자기(6명 침대가 있다), 각자의 차에서 자기, 텐트에서 자기(마침 우리집에 텐트 2개가 있다)로 말이다.
캠핑도 함께 해보고싶다,는 생각이 있기도 해서, 그런 제안을 했는데 쾌히 한번 해보자,고 말한다. 다만 잠자리는 두 가정 다 텐트를 선호했다. 그래서 텐트 2개, 트레일러 1개의 캠핑이 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바로 연락이 왔다. 두분이서 이미 작정이 되었으니, 나는 식사준비에서 해방시켜 주겠다는 말씀. 이런 순간에 하늘을 향해 두팔을 벌리고, 날아가는 상상을 한다. 이분들은 어디에서 온 천사들인가? 민디는 일하니까.... 라면서 나를 빼주는 것이 말은 안되지만, 나는 또 그걸 받아들인다. 음식을 생각할 때마다 머리속이 하얘졌다가, 까매졌다가 하는 것을 이분들이 아는 것인가? 나는 생선과 장아찌만 가져가기로 했다.^^
캠핑장은 지난번에 갔던 죠지언베이 아일랜드 근처 Port Servern에 있었다. 주립공원에 도착해서 우리 사이트를 찾아간다. 차를 너무 일찍 틀었던게 아니었나싶다. 왼쪽으로 치우쳐서 주차가 되어야 제대로된 자리잡기가 되는데, 완전 오른쪽으로 주차가 되어갔다. 차를 빼서 다시 들여밀기에는 앞쪽에 여유공간이 없어서 남편은 끙끙대고, 나는 아닌데, 이쪽으로 차가 주차되어야 하는데, 하면서 미간을 좁히는데, 블마언니가 나를 막는다. 이대로 해서 큰 문제 없지 않겠느냐고.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데서 남편이 트레일러 주차하는데, 한동안 애쓸 것을 생각한다면 좌우만 바뀌었을뿐, 한편으로 주차가 되긴 했으니, 내 원대로는 아니지만 참아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또 트레일러 주차는 약간의 오차를 갖게 된다.
6마일 레이크 캠핑장은 고속도로와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았다. 가끔씩 차소리가 들리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작은 호수와 산을 끼고 있는 곳으로,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우리 사이트는 안쪽으로 들어와 있어서 물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화장실이 가깝고 장소가 넓어 두개의 텐트와 트레일러가 있을만했다.
집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두명이 간신히 잘수 있는 작은 텐트는 배리언니네가, 그 텐트에 비하면 너무 큰 텐트는 블마언니네가 그보다 더 큰 저택같은 트레일러는 우리집이 되었다. 한동네 세 가정이 모인 셈이다. 남자들이 텐트치는 동안에 여자들은 트레일러에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눴다. 블마언니는 트레일러가 생각보다 넓다고 했고, 예전엔 캠핑을 조금 다녔는데 모기와 햇빛 알러지 때문에 이제는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텐트 장비들도 다 처분했다고 했다. 우리는 사재기에 가까운 캠핑장비과라서, 이번에 그 모든 장비를 다 쓰게 되니 남편은 아마도 기뻤을 것이다.
텐트가 완성되고 트레일러에 있는 매트리스를 텐트안에 깔았다. 전기사이트라서 배리에서 2개의 전기장판을 가져왔고. 하룻밤 정도는 잘 준비가 된 것 같았다.
첫날은 모닥불 피우고 어떤 이야기들을 했는지, 다 휘발되어 버렸지만 그 잔상만은 남아있다. 한가지 김선생님이 휴대폰에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 그날 일, 무슨 일이 있어도 기록한다는 그분의 습관을 블마언니가 알려준다. 소년시절부터 평생동안 매일밤 그렇게 하셨다는 이야기.
아침이 밝았다. 아침산책을 나가본다. 작은 호수에서 피어오르는 아침안개가 자욱하다. 해는 이미 솟아있다. 저멀리 두 언니가 보이더니, 어느새 사라졌다. 이곳은 작은 호수와 산을 끼고 있는 곳으로, 캠프 사이트가 특별한 곳이 많았다. 차를 위쪽에 대고 텐트는 한참 내려가서 물가쪽에 치면, 물을 바라보면서 모닥불도 피울 수 있고, 낭만적으로 보인다. 다음에 오면 저곳에서 캠핑을 하고싶다, 마음에 숫자를 담아놓지만, 또다시 올지, 그곳에 자리를 잡을지 모르는 헛된 꿈이다.
아침식사후 공원내 트레일을 걷기로 했다. 지도에서는 단순하게 그려져서 두군데의 트레일을 조합해서 걸으면 될듯싶었다. 남쪽에서부터 시작하는 사람들, 북쪽에서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화살표가 있을때 그곳이 지나온 곳인지, 가야할 곳인지 몇번씩 혼돈되곤 했다. 처음에는 내가 리드를 시작했다가, 곧 배리언니에게 바통을 넘겨주었고, 그러다가 블마언니에게로, 그러곤 모두가 길찾는 사람들이 되어, 어느길로 가야하나, 의논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공원내에서 길을 잃을 걱정까지 하지는 않았지만, 산에 들어오면 그길이 그길 같고, 해서 조난당하기 십상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우리들은 나름대로 손지도와 휴대폰과 우리의 지혜를 동원해서, 어쨌든 밖으로 나왔다. 나온 곳은 들어갔던 그 입구가 아니었다는 것을 또 나중에 깨닫는다. 길은 도처로 나있었던 것. 트레일을 손쉽게 생각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렇게 다니다가 경치가 좋은 곳을 만나서, 또 한동안 그곳에 머물기도 했다. 이런 경치를 보라고 길을 잃었던 것이 아니었나 하기도 했고.
멀리 400번 하이웨이에서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도 들리는 곳이어서 한길과 가깝게 느껴지다가도, 심산유곡처럼 작은 연못안에는 쓰러진 나무에서 새순이 피어오르고, 연잎들이 수북하다.
점심쯤 되니, 햇빛이 사이트에 들어와서 가즈보를 쳤다. 이것도 이번에 요긴하게 써먹었다.
그리곤 나들이를 떠난다. 집앞이지만, 비치앞은 사람들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다. 우리도 새우깡등 간식을 들고 물이 보이는 벤치에 앉는다. 캠핑을 와서도, 풍경좋은 곳으로 마실을 오니, 옛날 정자앞 평상앞으로 동네사람들이 모였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달까. 내가 꿈꾸는 이웃과 오픈되어 사는 그 모습을 하루이틀 맛보는 것같다.
배리언니가 "한글날 소모임 행사"에 포함시키면 어떨지 모르겠다면서 한글 실력 테스트 게임을 해보자고 한다. 간단한 게임인데, 즐거웠다. 배리선생님의 제안으로 이뤄진 한글날 소모임은, 바람이 부는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6명이 모여, 대강의 틀을 짰다. 이렇게 우리들의 시간이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