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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y Jun 02. 2020

인간내면의 크기

"타이타닉"


이미 오래된 영화가 아닌가?

책이든, 영화든, 테이프든 좋으면 두세번 보고 듣고 반복하는 남편과는 달리 두번 보거나 듣는데 인색한 내가 타이타닉을 다시한번 보게 되었다.
남편이 켜놓는 바람에 "안봐. 다 본 거잖아"하면서 어떻게 소파에 주저앉게 된 것이, 마지막에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마감했다.

우선 이번 보기는 조금 각도가 달라졌다.
그전에 봤을때는 유명세 때문에, 대단한 촬영비와 두 남녀의 사랑에 촛점을 맞추면서 봤겠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람들이 보였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인간살이의 모든 것이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치열하게 살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런 생각을 할때도 있다. 만약 내 앞에 삶이 바로 끝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렇더라도, 작은 일상들이 큰 의미를 갖게 될까?
남편과 내가 세워놓은 우리의 꿈은 어떻게 되는걸까?








타이타닉에는 많은 해답이 있다.



움직인다


거대한 배가 빙산에 부딪쳐 물이 들어오고부터 1시간, 길으면 2시간밖에 여유가 없다.

그때 사랑을 시작한 로즈와 잭은 평생에 할 사랑을 서너시간에 다하게 된다.

로즈의 야비한 약혼자는 잭을 도둑으로 몰아, 그를 죽이려고 시도한다.

여자와 아이만 타야하는 구명보트에 올라타려는 젊은 남자를 총으로 쏜 선원은 자신의 머리에도 권총을 들이댄다. 불과, 몇분후에 죽을 목숨들이라도, 인간은 그를 기다리지 않는다.

움직이는 것이다. 감정이 움직인다.

사랑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사랑으로, 야비한 영혼의 소유자는 야비함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움직인다.

내 생의 일분일초까지 나의 감정대로, 내 주변의 사람들과 같이 움직이는 것이다. 예정된 죽음이 사람들을 멈추게 할 수 없다.


남자들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배의 선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여성들과 어린이들!"하며 호각불며 소리를 고래고래지르던 이들.

2,200명 승선자중에서 배에 먼저 태워야 할 사람이 정해진다.

그결정은 일분일초도 안걸린다. <여성들과 아이들>.

나는 조금 부끄럽다. 나도 여성이기 때문에.

남자들이 우러러보인다. 그런 용기가 있는 사람들. 그런 원칙이 있는 사람들. 죽음앞에서 의연하고, 선후가 분명한 사람들.


인간내면의 크기


아마 눈물을 흘린 것이 오케스트라의 협연을 들으면서부터 였을 것 같다.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사이에 의자를 몇개 놓고, 연주를 하기 시작한다.

연주자중 한명이 "아무도 듣는 사람없습니다"한마디 하자, 

그래도 우리가 할일은 연주하는 거라며 다시 선율을 선사한다. 마지막 연주를 끝내고, 서로 헤어진 다음에 수석연주자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지막 곡을 혼자 연주한다.

"내 주께 가까이"의 곡이 울리자 뒤를 돌아서 갔던 다른 연주자들이 다시 합류한다.


"로즈"라는 인물은 참으로 멋진 역이다. 마지막 순간에 "구조되는" 배를 탄다. 도르래가 아래로 내려가고, 두 남자(잭과 약혼자)가 지켜본다. 로즈는 다시 "가라앉는" 배로 뛰어오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날 수 없다. 일찌감치 일순위로 구조배에 탑승할 수 있었음에도 "도둑"으로 몰려 감금당한 잭을 구하기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 멋있는 여자.


2,200명중에 700명만 구조됐다. 얼어붙은 아틀랜틱 바다에 빠진 사람이 1,500명. 배에 자리가 남았음에도 빠진 사람을 구하러 다시 돌아온 배는 그중에 하나. (물에 빠진 사람들의 몸부림에 배가 뒤집힐 것을 염려하여)그들은 이미 얼어붙어 죽어 하얗게 떠있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다니며 생존자를 찾았다. 로즈도 그렇게해서 구조된 6명중의 하나였다.







마지막 항해를 마치고 은퇴할 예정이었던 선장은 조종실에서 항해키를 잡고 죽음을 맞는다. 늙은 노부부는 자신들의 침대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죽음을 맞는다. 젊은 사람들에게 삶을 양보한 것일까?

반면에 야비한 인물의 으뜸으로 나오는 로즈의 약혼자. 그는 질투에 눈이 멀어 잭을 죽이려고 발버둥 쳤을뿐 아니라, 선원에게 윗돈을 쥐어줘 배 자리를 보장해줄것을 요구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옆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하나 걸쳐안고는 배에 뛰어든다. 그의 삶은 나중에 자살로 끝난다고, 로즈가 회상에서 말한다.

로즈의 엄마. 귀족인 신분답게 거드름 피우고, 일순위로 보트에 오르면서도 "사람들 때문에 혼잡스럽지 않을지 몰라"하는 말을 했다가 딸에게 "입닥치세요!"하는 핀잔까지 받게 된다.


역사


타이타닉 이야기는 이 잔해물질을 건져내고, 연구하던 이들이 나체여자를 그린 아름다운 그림을 건져내면서 시작된다. 사건으로부터 70여년도 훨 지난 후의 이야기다.

그 그림에 그려진 주인공이 <자신>이라며 나타난 할머니.

베일에 가려졌던 그날의 상황이 재생된다.

그래서 역사는 준엄하다 했던가. 그들의 삶이 백일하에 드러난다. 그들의 마지막 삶과 사랑과 또 비열함까지...







마지막


어쩌면 예방할 수도 있는 재난이었다.

사고가 나기전, 바다는 그럴 수 없이 평온했다.

마치 순한 바람이 산들산들 부는 그런 벌판처럼..

그때 매운 공기가 사람들 사이에 헤집고 다닌다.

잭과 로즈가 사랑을 나누는 작은 차도 안과 밖의 공기차 때문에 허연 입김과 손자욱이 창에 나있다.

밖을 내다보는 선원들의 볼이 추위로 벌겋게 달았다.

얼음옆에 있었던 것이다.

기절한 만한 추위의 원인이 크기를 알수없는 수천년간 바다에 떠있던 얼음벽 때문이었다.

보다, 용의주도한 누군가가 있었다면, 그 추위를 알아챌 수도 있었다.

그런 사람이 되자. 증세에 민감한. 냄새를 잘맡는.

그래서 비켜나갈만한 것들은 비켜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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