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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y Jun 04. 2020

크롬북은 어떨까요

랩탑을 찾고 있습니다

PC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불편함을 느끼는 시간도 많아져간다. 왜냐면 뒷목쪽이 자주 뻑뻑해지고, 어떤땐 통증도 있다. 


이 목병이 생기면서, 나는 컴퓨터를 다른 장소로 옮기면 어떨까 이모저모 궁리해 본다. 아무래도 컴퓨터의 위치, 말하자면 책상높이나 의자높이 등이 맞지 않는 것 같단 말이다. 원인을 점검하면서 컴퓨터를 어느곳에 놔야 하나 하다가 번개처럼 좋은 방법이 떠올랐는데 앉은벵이 책상에 앉아서 작업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안쓰는 상이 있으니 그걸 펴고, 앉은벵이 의자를 하나 구해서 작업하면 어쩌면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러나 PC를 움직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전선을 다시 다 껴야 하고, 공간도 어디에 할런지, 정해야 하는등 말이다.


매일 끼고 다니면서 보는 아이패드가 있어서, 브런치를 아이패드에서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묘안이 떠올랐다. 자판만 따로 마련한다면, 아이패드 화면을 가지고, 부엌 식탁에서 해볼 수도 있고, 방바닥에 상을 펴고 해볼 수도 있겠고 말이다. 그런데 브런치가 아이패드에서 열리지 않는다. 브런치를 열려면 앱을 다운받으라고 하는데, 아이패드 ios 11.0 이상으로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고 나온다. 내 아이패드가 오래되긴 했지만, 현재 ios 10.3.3으로 최신 소프트웨어라며, 더이상의 업데이트가 필요없다고 나온다.


내 얕은 지식으로 본다면 브런치는 최신 개발된 플랫폼이라서 2012년에 산 내 구식 아이패드에 인스톨이 안되는 것 같다. 아이패드는 그야말로 내몸에 붙어있는 또하나의 미디어로 오랜 시간 함께 해왔고, 아직도 튼튼한데 브런치까지는 받아들이지 못함을 보니, 나와 함께 나이를 먹은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러다가 랩탑을 생각해냈다. 노트북이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작업이 가능할 것이고, 지금처럼 밖이 보이지 않는 실내가 아니라, 창가쪽에 가서 앉아서 밖을 보면서 글을 쓰거나, 여행갈때 끼고 돌아다니면서 글을 쓸수도 있을 것 아닌가? 실외에선 힘들다면, 물이 보이는 곳에 차를 주차해놓고 그안에서 밖의 풍경을 보면서 글을 쓰면 조금 다른 글이 나오지 않을까?


이렇게 말하면서도 내 자신이 계면쩍은 게, 무엇을 써야할지, 또 계속 쓰게 될지, 희뿌연 안개속에 있는데, 나는 "쓸 환경"을 만들어보려고 안돌아가는 짱구를 열심히 굴리는 중이라는 사실이다.


이렇게 혼자 생각하다가, 드디어 남편에게 한번 말해봤다. 목이 자꾸 아픈 것이 컴퓨터 위치가 안좋은지 뭔 일인지 모르겠다고. 그랬더니 대뜸, "의자"가 문제라고 말한다. "의자"는 식탁용 딱딱한 의자에 방석을 깔고 쓰고 있는데 그럴듯도 했다. 의자는 약간 낮아서 이용할 때 고개를 들고 스크린을 올려다봐야 한다. 상당히 큰 화면의 내 맥컴퓨터는 다리가 있어서 책상에서 몇센치미터 더 높이 솟아있다. 아이패드, 스마트폰 할때는 약간 고개를 수그리고 보는 반면, 글을 쓸때는 책상에 앉아서 해야 하니, 고개를 "쳐"들고 해야해서, 목에 무리가 간듯싶다. 어떤 날은 나도 모르게 고개에 필요 이상 힘을 주면서 작업하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랩탑에 대한 희망사항을 들은 후 그는 대번에 의자와 랩탑을 구해야겠다고 서두른다.

내가 먼저 시장조사를 하고 말했어야 했다. 무슨 일, 특별히 뭘 사야 하는 일이 생기면 "불도저급"으로 해치워야 하는 성격의 남자니 말이다. 나는 언제나 "사지마" 하고, 그는 언제나 "사야해" 하면서 서로 엇박자 나기 일쑤다. 그런데 이번 것은 오로지 내것을 사러 가자는 이야기였으니, 나는 고맙다 할수밖에 없다. 


그 다음날 스테이플스(Staples)를 갔다. 랩탑이 여러종류가 있다. 나는 내 몫으로 랩탑을 가져본 적은 없다. PC와 아이패드, 그리고 전화기가 내가 가진 디바이스들이다. 랩탑으로 공부했던 세대도 아니고, 직장 생활한지도 너무 오래되었고, 그러니 내겐 그다지 필요한 제품은 아니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애플 노트북을 끼고 사는 것을 보면서, 이동이 가능한 랩탑이 있다면, 꿈꿔본 적은 있다.


그날 디자인이 그럴싸해 보이는 랩탑,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microsoft surface)를 사가지고 왔다. 물론 의자도 하나 샀다. 물건들을 부려놓고, 남편은 일하러 가면서 막내가 오면 같이 한번 의자를 조립해보라고 한다. 컴퓨터도 어렵지 않을테니, 오픈하고 한번 셋업해 보라고.


나는 조립을 기다리는  큰 의자 박스와 컴퓨터 박스를 보면서 나중에 천천히 하면 되지, 그러고 있는데 막내가 왔다. 얼굴이 피곤해 보인다. "의자 조립 도와줘요?" 해서, 아니라고, 나중에 아빠랑 하면 된다고 손을 내저었다.


그랬는데, 한번 내가 해보나? 하는 생각이 슬슬 들었다. 그러면서 의자박스를 열었더니(언박싱) 꽤나 복잡해보이고 무거운 부속품들이 들어있다. 잠시, 내가 어떻게 이런 걸... 하다가 해보는 거야, 다시 마음을 바꾼다. 내가 남편에게 가끔 음식을 해보라고 넌지시 말하는데, 그런 맥락과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이런 일은 남편이 주도해서 하지만, 그가 해멜때 내가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모든 부속품을 상자에서 다 꺼내놓고 조립을 시작했다. 모든 공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다른 것들은 필요하지 않았다. 크고 작은 나사가 있고, 그걸 조이게끔 기역자 조리개가 하나 들어있었다. 설명서를 한번 읽고 순서대로 조립했더니, 큰 문제없이 잘 끝났다. 나중에 남편이 왔을때 한번씩 더 조이라고 했다. 그리고 마감단추만 남편이 끼우게 했다. 



이렇게 한다음에 컴퓨터도 언박싱(이 단어 너무 좋다. 언박싱 유튜브를 너무 봐서 그런가)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메모리, 밧데리 생명, 디자인만 보고 샀는데 아무래도 제대로 산 것인지 조금 의심스럽다. 노트북 가격이 생각외로 꽤 비싸기도 했다. 스테이플스에는 크롬북(chromebook)이란게 한편에 진열되어 있었다. 다른 노트북에 비해 가격이 조금 헐했는데, 브런치에서 언제나 보게 되는 문구, "브런치는 크롬 브라우저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가 머리속에 박혀 있어서, 크롬북이란 게 있다고? 랩탑 구매 동기가 브런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니, 이게 뭐란 물건인고 궁금해졌었다.


우리가 업어온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랩탑(Microsoft surface laptop)을 언박싱하면서 혹시나 하면서 인터넷 서치를 해본다. 내가 제대로 된 물건을 산건지 알아보고 싶다. 


사실, 나는 마이크로 소프트 윈도우를 좋아하지 않는다. 인터넷 익스프로러를 오래전부터 쓰지 않고, 크롬으로 쓰고, 맥북에서는 사파리를 쓰던지 크롬을 쓰던지 한다. 그러니 윈도우를 쓸 필요가 거의 없다. 익스프로러로 들어가게 되면 서치엔진 bing이란 게 나오는데, 그것처럼 멍청한 검색을 해주는 엔진이 있을까싶다. 그래서 그런지 윈도우스와 익스프로러, 빙 그 모두를 싫어하니, 윈도우스가 장착된 랩탑을 사고 싶은 생각이 없다. 크롬북이 어떤 것인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우리가 사온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는 2017년에 나온 제품이며, 윈도우 기반 랩탑이다.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다, SD슬롯이 있는지 알고 가져왔는데 그것도 없었다. 나는 이 제품은 아닌 것 같다고 언박싱하다가 코드를 꽂지도 않고 그냥 두었다. 그리고 크롬북을 찾아봤다.


결론은 그 다음날 랩탑을 리턴했고, 크롬북이든지 뭐든지 다시 찬찬히 살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의자를 바꿨더니, 엄청 편안해졌다. 밝기를 불평했더니, 오늘은 조명까지 사왔다. 그리고 컴퓨터 위치도 약간 바꿨다. 머릿속을 달리는 글자만 있다면, 하룻밤 새서라도 그 글자를 잡고싶은 밤이다. 이런 "어설픈 언박싱 글"이 아니라 진짜 글 말이다. 


그런데, 이 남편은 왜 내게 이리 잘해주는 걸까? 그는 아내가 최근 성취(?)한 "브런치 작가"로 만족하지 못하고 내게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느낌이다. 나는 나의 소원, 내게 딱 맞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니, 더이상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그의 기대치에 찬물을 붓는다.


이제 2주후면 파더스 데이, 아버지의 날이 온다. 먼 옛날 아버지는 대학에 입학한 나와 교정을 걸으며, 당신의 바램을 내게 나타내셨었다. "신춘문예"에 글을 내봐라, 하셨던가? 나는 단한번도 나의 글을 문학적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왜냐면 문학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문학은 아니지만 무언가 끄적이는 마음으로 살아온 것은 맞다. 아버님은 오래전에 돌아가셨는데, 나는 남편에게서 나의 아버지의 마음을 읽는다. 내가 원하는 무엇을 하게 해주려는 그런 보살핌, 기대 같은 것 말이다.


덕분에 잘 모르는 동네, 랩탑에 관한 글을 많이 읽었다. 내가 쓸 것이니, 고생스럽더라도 후회없는 결정이 되어야 해서 이 "고난의 행군"은  계속될 것 같다. 가격과 성능이 천차만별이고, 종류도 너무나 많아서 정말 제대로 된 랩탑을 구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적당한 크롬북을 사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브런치=크롬, 이게 맞는 말은 아닌데, 나의 컴퓨터 이용은 브런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니 과장된 말만은 아니다. 크롬북은 한국에서는 그다지 많이 사용하지 않고 있고, 출시된 제품도 많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정보를 모으는데, 본토 영문판을 봐야해서 힘이 더 들기도 하다. 유튜브 보다가 새벽3시까지 깨어있기도 했고. 구글(google)이 한국에서는 힘을 못쓰는 것 같다.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RAM), 저장공간(HDD or SDD)등 알아야할 것도 많은 그 세계, 배움을 포기하지 말라는 의지로 계속 추적해보기로 한다. 두 아버지(?)의 후원에 보답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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