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되지 못한 이름들을 위하여

[연재 공지/소개글]

by 월하수희

우연히 제 손에 들어온 버려진 사과상자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먼지 쌓인 고서들과 누군가의 절박한 안부가 적힌 빛바랜 수첩이 가득했습니다.

낯선 이름들, 그리고 차마 버리지 못한 채 수백 년을 버텨온 문장들을 마주하며 저는 기묘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이 기록의 주인들은 누구였을까, 그들은 무엇을 그토록 간절히 지키고 싶었을까.

본 소설은

"실제 발견된 고문서와 유물들"의 시각적 팩트에서 영감을 받아 재구성된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실존 인물들의 명예를 존중하기 위해 성함과 구체적인 지명 등은 모두 가명으로 비틀거나 모자이크 처리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종이 위에 서려 있던 '누군가를 살리고 싶었던 마음'만큼은 고스란히 문장으로 옮겨보고자 합니다.

버려질 뻔한 기록들에 숨을 불어넣어, 다시 한번 세상의 빛을 보게 하는 이 여정에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실시간 바뀌는 작가의 말: 집필 초반에는 사과 상자 속 고서들을 하나씩 공개하며 독자 여러분과

그 비밀을 함께 풀어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정밀한 해독을 거치며 글을 써 내려가는 동안,

저는 예상치 못한 윤리적 고뇌와 하릴없는 걱정들 사이에서 깊은 번민에 빠졌습니다.

결국, 고심 끝에 상자 속 자료들은 부분 공개나 블러(Blur) 처리를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소설가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윤리적·법적 결함이 없다면 무엇이든 쓸 수 있는 자유를 가집니다.

그러나 이 비법서에 담긴 주술의 진위나 가치를 떠나, 한 장씩 드러나는 메모와 부적,

누군가에게 보내는 친서 속에 깃든 '간절함'은 상상보다 훨씬 더 아프고 묵직했습니다.

그 무게감에 짓눌려 저의 문장들은 속도를 잃었고, 가벼운 팩션으로 치부해 대충 써 내려가기엔 이 기록을 남기신 분들의 생(生)이 너무나 간절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욱 신중해지기로 했습니다. 이 필체를 남기신 분들에게 결례가 되지 않도록,

그들의 간절함을 훼손하지 않는 '착한 글'을 써보려 합니다.

소중한 자료를 시원하게 공개해 드리지 못하는 점, 부디 넓은 마음으로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혹여나 이 자료의 원래 주인이 나타나 비난하지는 않을까, 밤잠을 설치며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이 기록들이 제게 온 것은 어쩌면 멈추지 말고 글을 쓰라는,

그분들이 쥐어준 또 하나의 '붓'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 숭고한 무게를 잊지 않고, 저의 소설은 멈추지 않고 이어가겠습니다.


월,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