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을 매겨본다면,
사무실 문 앞에서 잠시 쭈뼛거리다 묵직한 문을 안으로 밀고 들어섰다.
- 안녕하세요. 저 기간제 면접 보러 왔.
- 아, 응시번호 9번 이시죠? 여기 서명하시고 저쪽 테이블에 앉아 계세요.
면접 담당 직원의 손끝을 따라가니 이미 네 명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몇 번이세요?, 저는 마지막, 9번입니다.’ 사무실 한구석 테이블에 앉아 면접 대기자들이 도란거린다. 서로의 경험을 묻고 집의 거리를 묻고, 교통수단을 묻는 사이. 담당 직원이 1, 2층을 오르내리며 면접 대기자를 불러올린다. 면접을 향해 떠나는 이에게 주먹 쥔 손을 움직여 파이팅을 외쳐줬다. 내 차례가 왔다. 함께 2층 계단을 오르며 담당 직원이 물어온다.
- 서로 알던 사이세요?
- 네? 아 저는 오늘 처음 본 분들이에요.
2층 면접장 옆 공간은 먼지와 불꽃과 소음 속에서 안전모를 쓴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면접장의 외닫이 문 앞, 먼지 속 맨바닥에 던져진 핸드폰이 보인다.
- 저 핸드폰은…….
- 제 거예요.
긴 머리에 안경을 쓰고 볼이 더위에 발갛게 달아오른 담당 직원이 던져진 핸드폰의 주인이 자신임을 알려준다. 그렇다, 핸드폰의 무게를 얇은 여름옷이 감당하기엔 좀 무리다. 여름옷이란 주머니가 아예 없거나, 있다 해도 거의 장식용인 경우가 많다. 무거운 걸 보관하긴 쉽지 않다. 그래도 그렇지, 당장 없어지면 큰일 날 저 소중한 것을 먼지 속에 무방비로 던져두다니, 공사 중인 건물의 먼지와 더위가 판단을 흐리게 한 모양이지 싶다.
앞사람이 나오고 면접장에 들어섰다. 흰머리가 나보다 많이 섞인 면접관 세 명이 앉아 있다.
- 어 이 자격증이면, 기간제 말고 정규직 하지요, 왜 기간제 지원했어요?
- 네, 전 그때그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습니다. 지금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고, 마침 일자리가 나왔고,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요즘 일자리가 얼마나 쪼개어지고 있는지 이야기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대해서도 잠시.
- 어 이 자격증을 어디서 땄나?
- 네?
설명해야 했다. 요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경로를, 어느 학교들에서 어찌 진행하는지 궁금해하는 면접관을 위해. 훅 들어오는 짧은 물음에 장황한 답이 이어졌다.
- 여기 계속 살 건가요?
- 남편분은 일을 하고 있나요?
아, 나의 생활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 또 설명해야 했다. 6개월째 이미 도민이고 5개월 기간제를 뽑는데, 아무튼 면접관이 물으면 대답해야 한다. 내게 면접이란 늘 그렇듯, 매끄럽지 않은 답변들을 늘어놓고 나왔다. 나름의 준비를 늘 하고 들어서지만, 뒤는 영 찜찜한 자리가 면접장 그 자리다. 내겐 그렇다.
면접관들은 면접을 위해 무엇을 준비할까 궁금해진다. 귀한 시간을 내었겠지. 그래, 바쁜 중에 시간을 내줬으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한가. 이력서, 자소서는 면접 대기시간에 잠깐, 면접 보면서 훑어보면 되겠지. 5개월 기간제 뽑는 자리인데 뭐, 대충. 면접 질문지 따위 필요 없지. 자연스럽게 질문해야지, 내가 궁금한 거 물어보면 되지, 하고 온 듯한 면접관들.
면접관이 지녀야 할 소양이란 어떤 것일까. 주관적인 판단이 없을 수야 없겠지만. 한쪽으로 기우뚱한 질문들에 어쩌라고 싶은 순간,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쳐들어 노노노를 외치며 흔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우문현답의 지혜가 있으면 좋으련만. 장식용 주머니를 탈탈 털어봐야 지혜는 커녕 그 엇비슷한 부스러기도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 면접자였고 문밖의 직원은 기뻤으리라. 소중한 핸드폰을 주워 다시 시원함 속으로 들어설 수 있겠으니.
면접은 끝났고 홀가분해야 할 터이지만 입술이 한쪽으로 쏠리고 눈썹사이에 힘이 들어간다. 치과 의자에 억지로 입을 벌리고 누워 입안이 들쑤셔진 것 같은. 마구 들쑤셔져 얼얼하니 욱신하니 기분 나쁜, 미뤄둔 숙제를 하고 나왔지만 들쑤셔 놓은 입안이 불편하다. 입안의 상태가 원래 안 좋아 더 그런 것이려니. 치과와 면접은 시간이 지나도 적응은커녕, 점점 더 꺼려질 뿐이다. 내겐 그렇다.
택시를 타거나, 가전제품 A/S를 받고 나면 어김없이 메시지가 날아든다. 승차 후기, 설치 후기를 묻고, 기사님의 별점을 매기라 한다. 면접 후에도 그런 절차가 따라온다면. 면접관에게 점수를 준다면, (질문하느라 수고로웠을 테니) 하얀 별의 하나쯤을 반쯤만 칠하고 ‘면접관의 교육이 시급합니다.’라고 후기를 남기고 싶다. 면접관의 만족도 조사, 면접장에도 들여오고 싶다.
일주일 후, 합격 문자를 받았다. 한 달 동안은 공사 중인 공간에서 일을 해야 한다. 물론, 각오는 되어있다지만 어디서나 늘 알 수 없는 상황들이 일어난다. 세상일이란 그렇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