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집으로 발령 나다

4. 아빠가 변화하다! 어떻게?

by 풍경소리
아빠의 성격과 리듬을 바꾼 아이들


육아휴직을 결심하고 나서, 수많은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현실은 계획과는 다르게 흘렀고, 대부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중에서 그나마 꾸준히 실천한 것이 있다면 독서였다.


특히 나는 자기 계발서를 좋아하는데, 육아를 하면서 스스로와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이번에는 육아서를 더 많이 읽어보자.”


육아서를 읽으며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무엇보다 내면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직장에서는 업무 특성상 긴박한 상황을 자주 겪었고, 다양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는 생각보다 여린 성격이라 쉽게 상처를 받고, 그것을 속으로 삭이는 편이었다. 문제는 집에서도 그 긴장과 예민함이 지속되었다는 점이다. 하루의 피로를 온몸으로 짊어진 채 퇴근하고, 날이 선 상태로 집에 돌아왔다. 아내는 그런 나의 눈치를 보았고, 나도 그것을 알면서도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육아를 하면서 달라졌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동안 감정을 삭이다가도, 그것이 부작용처럼 튀어나오는 것을 막으려 하다 보니 내적으로 더 힘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내 감정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서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을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부모마다, 아이마다 성장 과정이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내가 옳다’는 고집이 조금씩 사라졌다.


육아는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가 아니라, 애바애(아기 바이 아기)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 자신도 변하기 시작했다.


아빠의 변화, 가족이 먼저 알아봤다


아내는 가끔 내게 이렇게 말한다.


“여보는 결혼 전이나 직장 다닐 때나 늘 피곤해하던 건 똑같은데, 첫째를 낳고 육아하면서 말투도 부드러워지고, 예민함도 덜해진 것 같아. 육아휴직하면서 더 많이 변했어.”


사실 나는 스스로 얼마나 변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아이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나를 바꾼 것 같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도 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들 한다. 지금은 변했지만, 복직 후 다시 업무에 치이며 예전의 날카롭던 모습으로 돌아가진 않을까? 그런 두려움이 살짝 남아 있다.


사고방식과 리듬이 바뀌다


결혼 전,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했다.


“왜 백화점이나 카페, 복합쇼핑몰에 아기를 데려온 부모들이 이렇게 많을까?”

“둘째가 아직 어린데, 첫째 따라 나오느라 고생이 많겠네.”


하지만 직접 부모가 되어 보니, 그 이유를 몸소 깨닫게 되었다.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이 많지 않다. 노키즈존도 많고,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면 짐이 많아 불편하다. 그러다 보니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이 부모들에게 가장 눈치 보이지 않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이곳에는 유아휴게실도 있고, 이유식을 파는 곳도 있다. 집에 있으면 시간이 1배속으로 느리게 가지만, 외출하면 최소 1.5배속, 많게는 2배속으로 빠르게 지나간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카페에라도 나가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둘째의 숙명. 첫째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외출하면, 둘째는 자연스럽게 따라 나가야 한다. 아기띠에 대롱대롱 매달려 나가는 둘째, 그리고 그 이상의 형제자매들… 그제야 이해가 됐다.


아이와 함께하는 삶, 나도 모르게 맞춰진 리듬


휴직 후, 나는 아이와 함께하는 동안 생체 리듬이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신생아는 하루에 16시간 이상 잠을 잔다고 하지만, 부모가 그 시간을 그대로 잘 수는 없다. 그래도 아이의 수면 패턴에 맞추려다 보니 나의 생체 시계도 조금씩 조정되었다.


특히 육아휴직 전에는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최대한 숙면을 취하려 했다면, 지금은 “아이가 깨지 않도록 잘 자게 하는 것” 이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시간 감각도 변했다. 첫째가 어린이집에 가고 나면, 나는 이것저것 집안일을 하다가도 어느새 하원 시간이 다가오는 것을 깨닫는다. 시간이 몇 배속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기분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와 갈만한 곳을 계속 검색하게 된다. 어디든 함께 가야 한다는 강박 아닌 강박이 생긴 것이다. 아내와 나, 둘 다 육아휴직 중이라 연장반을 보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 직업 특성상 집을 비우는 날이 많기에, 가능한 한 이 시간을 아이와 온전히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아내가 대단한 이유


육아휴직이 1년 가까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나는 몸소 깨닫게 되었다.


아내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나는 주로 아이를 돌보고, 가사 노동을 담당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아내는 거기에 더해 기획 노동까지 한다.


집안일과 육아를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계획을 세운다.


나는 그동안 아내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도, 그 속을 다 알지 못했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하면서 그녀의 역할이 얼마나 크고, 그 과정이 얼마나 치열한지 온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변화는 솔직함에서 시작된다


육아휴직을 통해 내 성격의 아쉬운 부분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내와 아이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고 내 성격이 180도 바뀐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나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그래서 이런 글을 쓰는 게 부끄럽기도 하다.


하지만 솔직하게 써 내려가다 보면, 더 나은 아빠, 더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해 나도 모르게 조심하게 되지 않을까.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아빠들에게, 그리고 이미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부모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위로와 공감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빠가 변화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아이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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