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빠가 변화한다! 어떻게?
‘관계의 정립인가? 재정립인가?’
육아휴직을 하고 나서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가족과의 관계였다.
특히, 아내와의 관계는 예상보다 훨씬 더 돈독해졌다.
결혼 전에는 맞벌이 생활을 하면서 주말에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결혼 후에도 내 교대근무 일정과 아내의 직장 생활이 엇갈리면서 평일 저녁에 잠깐 얼굴을 보고, 주말에 외출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여보한테 집중할게.”
첫째를 임신했을 때, 나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보는 아들에게 집중하고, 나는 여보한테 집중할게. 그렇다고 아들을 신경 쓰지 않겠다는 건 아니야~”
나름의 역할 분배였지만, 막상 아들이 태어나고 보니 현실은 달랐다.
아내는 아이에게 집중했고, 나는 아내와 아이 둘 다를 신경 쓰려했다. 하지만 직장과 가정을 함께 챙기다 보니, 결국 육아의 중심은 아내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육아휴직을 하고 나니, 아내에 대한 이해가 훨씬 깊어졌다.
이전에는 아내가 육아하면서 지나치게 걱정이 많다고 생각했다. 겁이 많은 성격이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전업육아를 직접 경험하면서 깨달았다.
“물도 환경에 따라 얼음이 되거나 수증기가 되듯이, 사람도 환경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구나.”
육아는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감정과 체력이 소모되는 과정이었다.
그제야 아내의 고민과 불안, 그리고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아내가 육아 문제로 이야기하면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늘어났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 할 말을 찾지 못했던 순간들이 사라졌다. 이제는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고, 진짜 속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육아휴직 덕분에 우리는 부부에서 ‘팀’이 되었다.
그리고 둘째가 어린이집에 가는 시점부터, 우리 부부만의 시간을 다시 가지기로 했다.
“연애할 때처럼 둘만의 시간을 보내자!”
아이들이 하원하기 전까지, 오전 시간만이라도 둘이 데이트를 하기로 한 것이다.
생각해 보면, 앞으로도 이렇게 둘이서만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또 올까?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에, 더 열심히 즐기고 싶다.
아빠와 아이, 관계의 재정립
“아빠 사랑해~”
하루 종일 아들과 함께 지내던 어느 날, 아들이 갑자기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 순간, 아무리 육아가 힘들어도 이 말 한마디에 모든 피로가 싹 날아가는 것 같았다.
“아빠가 바쁜 건 나중에 크면 이해해 줄 거야.”
주변에서 자주 들었던 말이다. 나도 그렇게 믿으려 했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하면서 깨달았다.
“정말 나중에 이해해 줄까? 아니, 지금 함께하는 시간이 없었다면 후회가 더 크지 않을까?”
아이와 하루 종일 부대끼다 보면 피곤하고 힘들 때도 많다. 하지만 그만큼 아이가 나를 아빠로 받아들이는 과정도 경험하게 된다.
휴직 전에는 출근과 야근으로 인해 아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었고, 아들은 자연스럽게 엄마를 더 따랐다. 나도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들이 나를 더 찾고, 나를 통해 세상을 배워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첫째뿐만 아니라, 둘째 딸과의 관계도 새롭게 정립되었다.
딸이 태어나고, 나는 온전히 주양육자가 되고 싶었다.
아내가 조리원에서 돌아오자마자, 딸과 함께하는 시간을 최우선으로 두었다.
그 결과, 말은 아직 하지 못하지만, 딸은 몸짓과 눈짓으로 나를 따르기 시작했다.
“이게 주양육자와 아이의 관계구나.”
이전에는 아빠로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막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나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을 몸소 느끼고 있다.
앞으로의 관계, 어떻게 될까?
문득, 걱정이 들었다.
“휴직이 끝나고 복직하면, 지금 쌓아온 관계는 어떻게 될까?”
직업 특성상 야근이 잦거나, 집에 들어오는 날보다 못 들어오는 날이 많아질 수도 있다.
아들과의 관계가 다시 예전처럼 소원해지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털어놓자,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그럼 아쉬움이 생기겠지만, 지금 더 잘하면 되잖아!”
맞다.
앞으로의 일은 지금 걱정해도 어쩔 수 없다. 중요한 건 ‘지금’이다.
“지금 이 순간, 가족을 더 사랑하고, 아껴주고, 관계에 집중하자.”
지금의 순간들을 충실히 쌓아가다 보면, 미래의 걱정도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을까?
지금, 나는 육아휴직을 하면서 가족과 다시 연결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