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집으로 발령 나다』

6. 내가 배운 것들: 육아휴직이 나에게 준 것들

by 풍경소리

​​

‘육아를 통해 얻은 삶의 새로운 가치와 개똥철학’

1. 시간의 가치

육아휴직 전, 재테크 강의를 들으며 ‘시간 가계부’를 써보려 했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시간을 생산성과 연결 지어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였지만, 막상 실행해 보니 어려웠다.

육아휴직을 앞두고 나는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빽빽하게 세웠다. 그러자 아내가 말했다.

“신생아랑 하루를 이렇게 보내는 건 어려울 거야.”

나는 “하면 되지, 왜 못 하겠어?”라고 대답했지만, 지금은 그 말을 인정한다.

휴직 후 첫째의 말이 트이는 걸 가까이서 보았고, 둘째가 뒤집기를 성공하는 순간도 함께했다. 첫째가 뒤집었을 때도, 나는 쉬는 날 우연히 그 순간을 목격하고 감격했는데, 둘째도 마찬가지였다. 피곤함에 절어있던 어느 날, 아이가 몸을 비틀고 낑낑대다가 결국 뒤집기를 해냈다. 놀란 표정을 짓는 아이를 보고 나는 박수를 쳤고,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만약 내가 계획표대로만 살았다면, 이런 장면을 놓쳤을지도 모른다.

피곤할 땐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붙들고 멍하니 있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아내의 조언대로 휴대전화를 멀리하고 아이에게 집중하려 노력했다. 그러자 아이들이 나에게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 보였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육아에서는 ‘지금, 여기’에 온전히 존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2. 수직을 경험하다, 수평의 중요성을 알게 되다

직장에서는 수직적으로 사고하지만, 육아에서는 그런 사고방식이 통하지 않았다.

첫째가 말이 트이지 않았을 때, 나는 책을 더 많이 읽어주며 ‘어떻게 하면 더 잘 이해할까?’ 고민했다. 둘째가 잠을 잘 못 자면 ‘어떻게 하면 더 잘 재울 수 있을까?’ 끝없이 방법을 찾았다.

요즘 첫째가 “내가 할 거야!”라는 말을 자주 한다. 신발을 신거나 옷을 입을 때, 스스로 해내고 나를 쳐다보며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다. 하지만 가끔 신발을 반대로 신거나 옷을 거꾸로 입으면, 답답한 마음에 다그칠 때도 있었다.

그럴 때 아내가 말했다.

“여보, 쟤 이제 겨우 세 살이야. 긴 문장도 이해한 지 얼마 안 된 애인데, 저 정도면 정말 잘하는 거야. 너무 엄격하게 보지 마.”

그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아이는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성장한다. 나는 실패를 두려워하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오히려 아이의 성장을 막고 있었던 건 아닐까?

성장은 먼 곳을 향해 나아가는 것만이 아니라, 자기 속도에 맞춰 수평적으로 배워가며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3. 강한 것보다 부드럽게

아직도 잘 안 되는 부분이지만, 아내가 몇 번씩 이야기해 주며 나를 깨우쳐 주고 있다.

첫째가 둘째에게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으로 손을 휘두를 때가 있다. 어느 날, 손에 들고 있던 소방차 장난감이 둘째 머리에 강하게 부딪혔다. 나는 반사적으로 큰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첫째는 사시나무 떨듯이 떨며 울음을 터뜨렸고, 심지어 옷에 소변까지 흘렸다. 그 장면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강하게 혼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여전히 완벽하지 않지만, 아이들에게 부드럽지만 단호한 태도로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다. 부드러움이 약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다는 걸 배우는 중이다.

4. J력은 육아에서 스트레스를 만든다

육아를 하면서 ‘J력(계획대로 실행하려는 성향)’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지 깨달았다.

나도 모르게 “내일은 어디 가야지”라고 생각하면, 다음 날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거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우리 직장에서는 ‘수시변침’이라는 말을 쓴다. 선박을 운항할 때 조타기를 자주 움직이며 방향을 바꾸는 것처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육아도 마찬가지였다.

계획을 세우되, 언제든 조정할 수 있는 여유를 갖기로 했다. 통제하려 애쓰기보다는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더 큰 만족감을 준다는 걸 배웠다.

5.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육아를 하며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아이가 나를 보고 배시시 웃을 때, 내 손을 꼭 잡을 때, “아빠”라고 부를 때, 그냥 이유 없이 나를 찾을 때…

이 모든 순간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었다.

누군가 “육아 어때요?”라고 물어보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롤플레잉 게임 같아요. 레벨 업하는 건 정말 힘들지만, 과정에서 소중한 아이템들을 얻는 기분이에요.”

육아휴직을 하며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라는 것이다.

작은 기쁨들을 자주 발견하는 것이, 결국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는 걸 배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