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내가 배운 것들 : 육아휴직이 남긴 흔적
‘일과 가족의 균형을 재정의하는 과정’
1. 육아휴직 전, 나는 누구였을까?
육아휴직이란 시간을 갖기 전 나는 근무를 먼저 설명하고 싶다,.
내근(일근)과 교대근무가 있는데 나의 경우는 교대근무를 많이 했기에 교대근무 기준으로 이야기하려고 한다.
교대근무가 규칙적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하겠지만, 나의 경우는 특수한 상황에 따라 근무가 수시 바뀌는 경우도 있었고, 어떤 부서에 근무할 땐 규칙적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그리고 직업의 특성상 교대근무 중에는 하루 혹은 그 이상 못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이것 때문에 나 아내도 변동성 근무에 스트레스받는 경우도 많았다.
나는 편도 60~70km 이상을 차로 다니는 장거리 출퇴근러였다.
지금은 편도 230km인 곳으로 발령이 나있어 출퇴근은 몇 배는 벅차다. 휴직을 하지 않았다면 더더욱 숨에 가쁜 출퇴근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이런 나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보면 비효율적 삶을 산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나의 직업 특성상, 그리고 나의 상황상에는 그냥 내가 이렇게 다니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60~70km 출퇴근 기준으로 쓴다면 집에서 보통 아침 5시에 기상을 했다. 그렇게 출근준비를 하고, 아내가 혹은 첫째 아이가 깰까 봐 정말 조심스럽게 집을 나선다. 아침은 미숫가루 혹은 떡, 편의점 김밥을 차에서 조심스럽게 먹으며 운전을 했다.
교대근무로 집에 못 들어올 때도 있고, 퇴근할 때는 나의 성격이 남들과 다르게 섬세하다고 표현하면 섬세하고 소심하다면 소심한 성격이다 보니 긴장의 연속의 근무를 하고 올 때는 그 짐을 온전하게 몸에 다 갖고 퇴근을 했다. 그래서 퇴근 한 날은 피곤이 계속 돼있는 상태이고, 반대로 출근 전 날은 전날이라 또 다음날 출근이란 생각이 맴도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 상황에서도 나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아버지께서도 집에 오셔서 무릎을 만지며 아프다 아프다 하시면서도, 또 내일이 되면 나서는 아버지의 모습을 봤기에, 그리고 아버지가 “사람은 아침에 눈을 뜨면 나갈 곳이 있어야 한다 “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당연히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라고 위안하며 살았다. 그런데 아들이 태어나고 낯가림 흔히 말하는 접근기, 재접근기가 왔을 때 우는 모습을 보니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 아이에게 직업적 특성을 이해시킬 수 없는데, 나름 아이아 함께 하려고 교대부서에도 있는데 아쉬움이 컸다.
직장에서 육아 선배들이 아이와 어떻게든 더 있으려고 하는걸 그때 비로소 실감했고, 육아휴직을 하고 둘째를 온전히 양육해 보니 그 답에 가까워졌다.
2. 걸어서 육아 속으로
육아휴직을 했을 당시 상황은, 24년 2월 인사이동과 함께 양해를 구하고 휴직을 냈다. 아내는 2달 뒤 출산예정, 아들은 언어가 아직 안 되는 상황이었다.
육아휴직을 하고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자기 관리’부터 ‘아이와 놀기’ 등등… 하지만 육아휴직 첫날부터 다 무용지물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10년간 근무했던 몸은 아직 집에 있는 게 더 어색했고, 첫째랑 놀거리를 방대하게 혼자 계획하고 당일 전날에 아프거나 변수가 생기고, 특히 둘째가 태어나고 온전히 양육해 보니 더더욱 알았다.
아내랑 맞육아휴직에 그나마 덜 바쁜 상황이었지만, 아이를 챙기랴 집안일을 챙기랴.. 만약에 혼자였다면 더더욱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다. 회사에서는 잠시 일을 하다가 화장실을 가면서 리프레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있었다면, 집에서는 화장실에만 가도 울거나 용변 볼 때 울면 바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누가 알아주는 일도 아니고, 나의 자식 내가 챙기는 게 당연하기에 성과로 나타나는 일도 아니기에 묵묵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내를 비롯해서 육아를 하는 이 세상의 모든 엄마 혹은 홀로 육아를 하는 아빠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첫째 때 일근하는 분들보다 교대근무하면서 육아를 더 했다면 더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없는 시간에는 이렇게 보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육아는 단순히 아이를 키우고 돌보는 게 아니고, 아이와 함께 살아가고 아이를 다라고 할 수 없겠지만, 이해하며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3. 삶의 균형? 육아균형부터 맞추자
앞서 말했듯이, 육아휴직을 시작하기 전에 지금 생각하면 정말 거창하게 계획표를 만들고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가 커서 육아휴직을 냈다면, 이 계획표는 어느 정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첫째도 어렸고, 둘째는 태어나는 상황이다 보니 터무니없었다.
그렇지만, 당시 내 감정은 이걸 지키지 못하니 눈에 보이는 계획을 못 지키는 나 자신이 답답하고 속상했다.
근데 시간이 서서히 지나감에 따라, 아내가 말한 스트레스 안 받고 아이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어조의 말을 깨달았다.
아이와 함께한다는 건 계획표처럼 딱딱 맞춰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시간의 흐름을 함께 느끼고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적응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보내다 보니 육아우울증 나에게 살짝 왔는데, 그때 알게 되었다. 육아의 스트레스를 풀거나 아내와의 관계도 중요하다는 것 말이다. 이 부분을 해결하지 않으면 육아의 원동력을 잃게 되고, 너무 기계적으로 육아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내와 둘째를 재우고 잠시 나와서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들이 다 자는 밤에 나와 육아서를 읽으며 첫째 아들과 둘째 딸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 그리고 다른 육아서 작가분들의 마음을 보며 다 똑같구나 라는 생각으로 위로를 받았다.
어떻게든 잠을 조금이라도 줄여서 나의 시간을 확보하니 내가 조금 더 밝아지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좀 더 재밌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
4. 그럼 나에게 있어서 중심은 무엇일까?
육아 휴직을 하기 전에, 가장 많이 들은 슬로건 중에 하나가 ‘일과 가정의 양립’, ‘일과 가정의 균형’의 말들이었고, 이게 가능한 것일까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육아는 “이 두 개가 양립할 수 없어”라는 부정적인 단호함이 아닌, 이 두 개를 좀 더 다르게 대해야 한다는 걸 생각하게 해 줬다.
휴직을 미리 사용하고 난 뒤에 나처럼 다른 지역 발령을 받고 장거리로 출퇴근하면서 다니는 형님과 통화하며 이야기를 들을 때 느꼈다.
’ 출근을 해서는 오히려 아이를 위해 일을 잘 마무리하고, 집에 가서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지 ‘라는 마음가짐을 말이다.
아직 복직을 하지 않아서, 내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생각을 한다면 일과 가정 이 두 곳에 대한 나의 태도는 어디에 어떻게 내 마음을 대하느냐의 차이인 것을 말이다.
5. 육아휴직이 나에게 남긴 것
나의 상황은 복권당첨으로 벼락부자가 되지 않는 이상은 경제활동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육아휴직은 유한하다.
그래서 이제 곧 돌아갈 직장을 생각하면 이전과 아무래도 달라진 나 자신을 볼 것 같다.
최대한 집중에서 업무를 처리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아내가 말하는 일을 집으로 가져오는 상황(업무의 긴장감을 계속 갖고 오는 상황)을 최대한 줄여보려고 나 나름대로 찾을 것 같다.
‘가족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은 이제 어떤 의미에서 일과 가정의 균형 잡힌 삶이란 말인지 조금은 알아가고 있다.
‘회사로 출근하고 집으로 육아 출근한다’라는 농담조의 말들이 있다. 그렇게 우리는 어디서든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