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새로운 업무 ‘전업아빠’의 시작
어떤 일이든 겸손해야 한다! 육아도 마찬가지!
딸이 태어나기 두 달 전에 육아휴직을 들어간 것이 오히려 감사했다.
첫째 아들을 키울 때는 교대 근무를 해서 어느 정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육아휴직을 시작해 보니 군대의 가입교 같은 시간이란 느낌이 들었다.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익숙했던 ‘내 일’을 내려놓고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누구나 하루 24시간을 똑같이 갖고 있지만, 그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정신과 신체 상태가 달라진다. 나는 휴직 후 두 달 동안 아들과 함께 지내며, 항상 긴장 속에서 일하던 몸이 서서히 이완되는 걸 느꼈다. 자연스럽게 가정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생활 패턴으로 변해갔고, 아내와 아들을 위한 새로운 역할에 조금씩 적응해 갔다.
그래서 둘째가 태어났을 때, “첫째를 키워봤고, 지금은 휴직 중이니 충분히 할 수 있겠지.” 하고 자신감을 가졌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아내가 조리원을 퇴소하고 2주쯤 지나서야 딸을 본격적으로 돌보기 시작한 것 같다. 이제 우리는 네 식구가 된 완전체 가족. 아들은 엄마의 손길이 필요할 것 같았고, 나는 교대 근무를 오래 해봤으니 밤을 새우는 게 더 익숙할 거라며 “밤은 내가 책임질게. “라고 말했다. 딸이 나중에 들으면 섭섭해할지도 모르지만, 초반에는 자연스럽게 딸 육아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첫째가 태어났을 때, 어디선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세상에 하나뿐인 내 아이”라는 것은, 세상에 하나뿐이라 나와 다른 존재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는 뜻이다.
딸은 내 아이지만, 결국 나와는 다른 성별, 다른 기질을 가진 또 하나의 새로운 사람. 이제 막 태어난 아이이기에 어떤 성향일지조차 알 수 없었고,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다.
육아는 신체적 노동뿐 아니라 감정의 노동이다
신생아는 말 대신 울음으로 의사 표현을 한다. 배고프고, 졸리고, 불편할 때마다 우는 아기의 요구를 빠르게 파악하고 해결해 주는 것이 육아의 핵심 역할이다. 처음에는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벅찼고,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우울한 감정이 찾아왔다.
이게 말로만 듣던 ‘육아우울증’이구나 싶었다.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단위로 깨서 밥을 먹이고, 조금 놀아주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이 단순한 루틴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아기 앞에서 내 감정을 숨기려 하다 보니 더 지치는 것 같았다. 감정이 곧장 아기에게 전달될까 봐 꾹꾹 눌러 참았고, 그렇게 쌓이다 보니 우울감이 몰려왔다.
처음에는 아내에게 힘든 티를 내지 않으려 했다. 나만 너무 유난 떠는 것 같아서 말하지 않았는데, 그러다 보니 오히려 감정이 더 깊어졌다. 하지만 맞육아휴직을 하던 아내와 솔직한 대화를 나누며 공감을 얻고 나니 한결 나아졌다.
이 경험을 통해, 육아를 하는 사람은 누구나 감정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만약 맞육아휴직이 아니라면, 주양육자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신체 건강도 중요하다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부모의 신체 건강도 중요하다.
아기를 수없이 안아 올리고, 내리고, 업고… 그러다 보니 손목과 어깨가 점점 아파왔다. 출산한 몸으로 바로 육아를 시작하는 엄마들은 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결국 손목과 어깨가 심하게 아파져서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신체 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식사’였다.
육아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집안일까지 겹치기 마련이다. 특히 신생아가 통잠을 자지 못할 때는 밤을 새우고, 새벽까지 아기를 돌본 후 설거지와 청소까지 하다 보면 끼니를 거르기 십상이다.
나 같은 경우, 아내와 함께 육아휴직을 해서 상대적으로 식사를 챙기기 수월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피곤이 쌓이자 점점 식사를 거르게 되었다. 휴직 전, “밥은 잘 챙겨 먹자! “라고 다짐했지만, 아내는 이미 경험자로서 “그게 뜻대로 안 될 수도 있어~”라고 말했었다. 첫째 때 아내가 밥을 거르던 이유를 이제야 제대로 이해했다.
그래서 간편식이라도 꼭 챙겨 먹자는 생각이 들었다. 시리얼에 우유, 떡, 간단한 견과류라도 먹어야 체력이 유지된다.
겸손과 감정 조절의 중요성
‘책 한 권 읽은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말처럼, 첫째를 키워봤다는 이유로 “이 정도는 할 수 있어. “라고 자만했었다. 교대근무를 해봤으니 밤을 새우는 것도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육아는 단순히 밤을 새우는 문제가 아니라, 계속해서 변화하는 아기의 리듬과 감정을 맞춰야 하는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은 ‘겸손’이었다.
그리고 내 ‘기분’이 ‘감정’이 되어 ‘나쁜 말투’로 표현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점도. 몸이 지치면 자연스럽게 감정이 예민해지고, 그 감정이 부부 사이에 상처가 될 수 있다. 서로를 위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 중 가정적으로도 모범적인 ‘션’이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해서 결혼하잖아. 그리고 사랑의 가장 큰 선물이 바로 아이들이야.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 사이가 멀어지는 경우가 많아.
부모가 아이에게 집중하는 동안, 정작 부부 사이가 소원해지는 거야.
그런데 아이 입장에서 보면 어떤 게 더 좋을까?
결국 부모가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행복하지 않을까?”
이 말을 듣고 깊이 공감했다. 부모가 오직 아이에게만 집중하다 보면, 부부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 그러다 보면 결국 아이도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결심했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부부간의 시간을 꼭 만들어야겠다고.
육아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