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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진 Dec 03. 2018

11 21세기 新저자들과 책을 만드는 법

당신의 책을 만들어 드립니다.


11

요즘 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는데 글 쓰는 사람은 오히려 늘고 있다. 독자와 필자는 같은 뿌리에서 나고 자란다.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이 글을 쓸 확률은 적으니 독자가 필자이고, 필자가 독자인  세상이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글을 쓰고 그것을 책으로 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다. 남녀노소 자신의 전문 분야가 하나쯤은 있는 세상이다 보니, 그것을 남들과 나누는 방법 중에 하나로 책을 떠올리기가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을 쓴다고 해서 모두 출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묶음의 의미이거나 독립 출판 등 소수의 독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도 많다. 어쨌든 적어도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진 사람은 책, 오디오, 동영상 등 어떤 형태를 갖춰 세상에 내놓고 싶어 한다. ‘특히 책의 형태를 갖춰 세상에 내놓는’ 일은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과거에 비해 훨씬 쉽고 간편해졌다. 이 때문에 출판사나 편집자를 거치지 않아도 세상으로 나아가는 방법이 많아졌으므로 예비 저자들에게 출판사란 독자를 만나는 데 있어 더 이상 필수 조건이 아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출판사의 역할이 사라졌다는 말은 아니다. 예비 필자들은 여전히 출판사와 함께 책을 만들기를 원하여, 직접 투고를 하거나 출판사의 눈에 띄는(특별히 의도하지 않아도) 집필 활동을 꾸준히 한다.


그렇다면 출판사들은 어떤 저자를 찾아 헤매고 있을까?


과거 출판인들은 책을 기획하거나 저자를 찾을 때 말과 글에 능통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했다. 가령 학자, 교수, 언론인, 기존 저자, 어떤 분야의 최고 전문가, CEO, 정치가 등 일생을 말이나 글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을 주로 저자로 만나 함께 일했다. 지금도 그들은 상아탑이나 특정 분야를 전담하고 있으며, 여전히 그들만을 저자군으로 삼는 출판사도 존재한다.


책의 분야와 주제에 따라 집필진의 직업이나 소속 영역이 다르다는 점은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런데 최근 10년간 집필진들의 영역이 더 넓어지고 있다. 대략 2000년대 초반, 포털 사이트의 카페가 활성화되고, 이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자기표현 플랫폼 등 어떤 주제나 콘텐츠, 관심 분야의 정보 발신자가 ‘개인’이 되고 이를 함께하는 무리들이 ‘콘텐츠 파워’를 갖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출판인들은 ‘검색’과 ‘좋아요와 댓글 수’로 저자를 찾기 시작했고 이에 응답하여 글을 쓰기 시작한 초보 또는 예비 저자들이 부쩍 증가하였다. 따라서 말과 글에 능통했던 저자만을 주로 만나왔던 편집자들은 다음과 같은 사람들을 저자라는 이름으로 만나야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되었다.     


1. 글쓰기를 해 본 적은 없지만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진 자

2. 온라인에서 쓰기 활동을 하고 있으면서 일정 팬을 가진 자

3. 책의 형태를 갖출 필요가 없는데 책을 원하는 자

4. 글쓰기와 책쓰기를 같다고 생각하는 자

5. 출간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는 자    


말이나 글에 익숙한 사람이라도 책의 형태와 출판의 유통을 목표로 하였을 때 그에 상응하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책을 출간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경험이 있기에 다음 책에 더 부담감을 갖기 마련이다. 그래도 독서력이 풍부하거나, 평생 말과 글의 필드에서 살아온 사람, 또는 책을 내본 경험이 있는 저자의 경우라면 일반적인 출간 절차대로 책을 만들 수 있다. 일반적인 출간 프로세스를 따르더라도 출판을 하는 자와 저자 사이에는 늘 팽팽한 갈등과 풀어야 할 문제가 있으며, 그것이 다 풀어갈 때쯤 비로소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앞서 살펴본 1~5번 유형의 새로운 저자군이다. 이러한 저자군과 함께 일하는 방법은 선배들이 가르쳐 줄 수 없는 영역의 일이다. 그들도 그런 류의 신(新)저자들과 함께 일을 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자신의 콘텐츠(글쓰기, 영상 등)로 활동하며 어느 정도의 팬덤이 형성되어 있는 사람, 그런데 글쓰기나 책쓰기는 처음인 저자군들과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 자칫 그들이 저자가 되었을 때 생기는 문제점을 말하는 것처럼 보일까 조금 우려가 되지만, 핵심은 그런 저자와 일해야 하는 미래 출판인에게 들려주는 언니의 마음으로 읽어 주기를 바란다. 자신의 콘텐츠가 지면 위에서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초보 저자를 이끌고 출간의 고지까지 올라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1. 저자의 온라인 팬들은 책을 살 구매층이 아니다. 일부가 될 수는 있지만 전체는 아니다. 이를 저자가 혼동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바로 잡아주는 것이 좋다.  

2. 온라인 글쓰기의 문체와 양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지만, 지면에 맞게 재구성해야 하므로 저자의 기본적인 필력은 어느 정도 알아두는 것이 좋다.

3. 책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지식이라고 생각하여 초보 저자에게 말하지 않은 출판의 프로세스가 있을 수 있다. 이를 이해하기 쉽게, 또 자세히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그들은 일종의 선무당으로 ‘카더라’ 통신에 잘 현혹되므로  

4. 집필 방법이나 집필의 양 등 원고에 대해 상세히 전달하여 그들이 출간을 결정하는 데 무조건 ‘YES’를 외치지 않도록 주의하자. 저자를 잡겠다는 일념으로 글, 책, 출간이 쉽게 인식되지 않도록 한다.

5. 저작권에 대한 기본 지식을 잘 전달하여 원고를 집필할 때 잘 적용하여 쓸 수 있도록 한다.

6. 초보 저자인 경우에는 목차와 샘플 원고는 물론이고 중간중간 서너 번의 검토를 하는 더 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전혀 예상치 못한 원고를 받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위 사항은 新저자들에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다. 책을 써 본 경험이 있더라도 출판사마다 또는 편집자마다 책을 만드는 과정과 중요시하는 것이 다르므로 매번 새로 맞춰 나가야 한다. 그런데 특히 온라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新저자군과 함께 책을 만들어 할 때는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고 대비하는 것이 좋다.

책을 처음 쓰는 초보 저자에게 책과 출판의 의미를 진실되게 설명해 주는 것은 우리 출판인이 응당 해야 할 역할이다. 세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저자 옆에서 함께 쓰고 고치고 논쟁하고 조율하며, 위로하고 공감하는 일, 이것이 편집자의 일이다.    


뭔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설명도 잘하고 친절하다고요?

답답하고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려도 옆에 있을 자신이 있다면... 당신은 新저자군에 당당히 맞설(?) 新편집자가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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