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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집에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없는 것만 생각하는 어른들을 위한 깜찍한 생각

by 이정인

쌍둥이들에게 겨울 점퍼를 두벌씩 사주었다. 새로 산 옷을 본 외할머니가 "옷 새로 샀네!"라고 얘기하니 쌍둥이의 대답이 걸작이다. "저희 집은 돈 밖에 없어서요"


그러고 보니 둥이들이 어릴 때 이런 일이 있었다. 간 밤에 아이들이 우리 집이 부자라며, 하늘에 감사 인사를 전한다.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살짝 새어 나오는 웃음. 아이들 말처럼 나도 진짜 부자였으면 좋겠는데. 아이들은 도대체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아이들의 마음이 너무 궁금했다.


"왜 부자야?"

"용돈 받은 거 벌써 9천 원이나 모았어"

"또 책도 많지! 그리고 장난감도 많지. 동물도 많지. 곤충도 많지. 우리가 많은 게 얼마나 많은데"

엄마보라는 듯 장난스럽게 좋아서 팔짝팔짝 뛴다.

일주일에 천 원씩 주었더니 쌍둥이 별산제는 하지 않고 공동재산으로 9천 원을 모았다고 자랑한다. 네 돈도 내 돈, 내 돈도 내 돈이다. 정기적인 용돈 외에 글씨를 잘 쓴 사람에게 준 상금도 더해졌다.


용돈을 처음 주겠다고 할 때만 해도 "뭐. 쓸데도 없는데"라는 다소 얼떨떨한 답이 돌아왔었는데 이제는 월요일만 되면 용돈을 달라며 어김없이 챙긴다.


그동안 세뱃돈을 어른들한테 받으면 엄마 주기 바빴는데, 용돈은 진짜 온전히 자기들만의 만만한 돈이라는 생각이 드는 듯했다. 돈이 모이는 것은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의 마음도 녹인다. 모아진 용돈을 세어보면 진짜 부자가 된 듯 마음이 한없이 좋은가 보다.


아이들을 보며, 정작 나는 가진 것은 잘 보지 못하고 없는 것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짧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못한 것만 생각나고 한 것은 생각나지 않는 어리석음. 분명 없어진 돈만큼 나는 무엇인가를 했을 것이다. 아니 그럴 것이다. 그렇게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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